재벌+정치계는 왜 혼외자 논란이 계속될까
시가총액 24조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 중 하나인 셀트리온그룹의 가치다. 셀트리온 창업주이자 셀트리온의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의 최대 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부호 순위 3위다.
지난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최근 2년 만에 복귀한 서정진 회장에게 혼외자 논란이 터졌다. 혼외자 2명의 존재가 드러난 것. 혼인 관계에서 아들 2명을 낳았던 서 회장에게 20대와 10대 딸이 더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혼외자와 혼외자 친모 조 아무개 씨가 서정진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했고, 이에 서 회장은 조 씨를 경찰에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상속권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 오너 리스크가 터지자 서정진 회장이 주주들에게 공식 사과를 해야 했다.
기존 혼외자 공개와는 다르게 ‘갈등’ 양상
서정진 회장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은 의외의 지점에서 꼬리가 잡혔다. 조 아무개 씨가 소유한 회사인 서린홀딩스와 서원디앤디가 올해부터 셀트리온 계열사로 편입된 것. 계열사가 7개였던 셀트리온그룹에 2개의 계열사가 추가된 것을 놓고 언론사들은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서정진 회장의 혼외자 2명이 서 회장의 호적에 등재된 때문이었다. 혼외자 친모 측과 서 회장의 소송이 시작된 것은 2021년 7월이었다. 서정진 회장의 혼외자 2명이 2021년 7월 수원가정법원 성남지원에 친생자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그해 11월 30일 조정이 성립됐다. 양측은 원만하게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법원은 이에 따라 서 회장 호적에 기존 두 아들 외에 두 딸을 추가로 등재하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올해 초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친인척·혈족의 범위에 ‘민법에 따라 인지한 혼외자의 생모’가 추가됐다. 이 때문에 두 딸의 친모이자 서정진 회장의 내연녀였던 조 아무개 씨 소유 회사들이 올해부터 셀트리온 계열사로 신규 지정된 것이다.
조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2001년 7월경 서정진 회장을 처음 만났으며, 당시 서 회장은 가정이 있었지만 두 딸을 낳았고 우리 가족들에게는 사위 노릇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는 10년 만에 끝이 났다. 서 회장이 회사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출국을 종용했고, 그 후 서 회장이 딸들을 만나지 않는 등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조 씨의 주장이다. 사춘기인 둘째는 11년째 서 회장을 만나지 못했고, 이에 딸이 먼저 법원에 면접 교섭 청구까지 냈다는 게 조 씨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녀를 돌보려고 했지만 조 씨가 불충실해 결국 파탄에 이르게 된 것이며, 양육비로 288억원을 지급했는데도 조 씨가 거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회장 측은 지급된 양육비 중 140억원에 대해서는 증거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서 회장 측은 친생자 인지청구소송 전부터 서 회장이 두 딸을 호적에 올리겠다며 조 씨에게 문자와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이를 조 씨가 거절했고, 오히려 조 씨는 서 회장에게 “이달 19일까지 생활비 8억원을 입금해라. 오늘까지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부득이한 조처를 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혼인 외 관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조 씨의 행위는 범죄에 해당한다며 조 씨를 공갈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정진 회장에게 혼외자 논란이 터졌다.
혼인 관계에서 아들 2명을 낳았던 서 회장에게
딸이 2명 더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알려지게 된 계기는 역시 돈 문제다.
결국 고개 숙인 서정진 회장
자연스레 오너 리스크가 불거졌다. 대한민국 부호 3위인 서정진 회장의 혼외자 이슈로 기업 경영권 상속이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 서 회장의 재산은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57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로 추산된다.
문제는 두 자녀가 새로 추가되면서 서 회장 몫 중 36%가량이 새롭게 호적에 올라간 두 딸의 몫이 된다. 관련 법에 따르면 법정상속분 비율은 배우자가 1.5, 자녀가 1의 비율이다. 기존에는 배우자 1.5, 두 아들이 각각 1의 비율로 나눠 받을 수 있었지만, 자녀가 2명 추가되면서 ‘1.5 대 1 대 1 대 1 대 1’의 비율로 상속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서정진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은 약 98%. 서 회장이 상속을 원하지 않더라도 상속분의 절반은 유류분으로 달라고 소송으로 다툴 가능성이 높다.
서 회장이 지급했다고 했던 288억원의 양육비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않았던 조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양육비는 소송 이유가 아니다. 두 딸은 법적으로 상속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지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정진 회장은 결국 지난 5월 8일 셀트리온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를 했다. 서 회장은 “주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최근 언론에 알려진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닐지라도 과거의 어리석고 무모한 행동으로 여러분께 돌이킬 수 없는 큰 실망을 드렸다. 여러분의 어떤 질책도 피하지 않고 겸허히 감수하겠다”며 “다만, 제 개인의 잘못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오로지 저에게만 겨누어주셨으면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회사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우리 임직원들에게 질책의 시선이 돌아가지 않도록 주주 여러분께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회사를 바라봐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