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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의 최대 수혜자 6인 히스토리

On March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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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니년을 상대할 고데기를 다시 찾을 거니까.”

‘멋지다’ 박연진(임지연 분)

지금까지 이렇게 찰진 욕설을 날린 연기자가 있었던가? 매주 집계되는 TV·OTT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 조사에서 송혜교를 제치고 3월 2주 차 배우 부문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박연진 열풍이 거세다. 국민 모두가 메가히트 유행어 “연진아!”를 부르며 그녀의 첫 악역 연기에 감탄했다. 한쪽 입꼬리가 비대칭으로 올라가며 짓는 일그러진 미소 속에 폭력성과 백치미를 동시에 담아 박연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출신. 2014년 영화 <인간중독>에서 대선배 송승헌과 호흡을 맞추면서 파격적인 정사 신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 후 영화 <간신> <럭키> <타짜: 원 아이드 잭> <유체이탈자>,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주어진 역할을 잘해내고 싶다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더 글로리>를 만나 폭발했다. 임지연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는지, 얼마나 딕션이 좋은 배우였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기상 캐스터 박연진은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졌다”는 설정. 김은숙 작가는 “임지연이 악역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해서 ‘망칠 거면 내가 처음으로 망쳐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잃고 감옥에 수감된 박연진에게 감옥 동기들이 “날씨가 어떻냐”고 조롱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울고 웃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날씨 중계를 하는 그녀의 모습은 압권이다. 최고의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임지연은 벌써 2편의 드라마 출연을 확정 지었다. 올해 방송 예정인 SBS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서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국 5년 차 경위 ‘주현’ 역을 맡아 배우 박해진, 박성웅 등과 함께한다. 또 최근 배우 김태희의 복귀작 tvN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을 촬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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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쳐봐, 대꾸해봐.”

‘한국의 양조위’ 하도영(정성일 분)

‘나이스한 멍멍이’, ‘으른 섹시’, ‘재벌 사약남’, ‘잘생긴 척하는 유재석’. 하도영 역의 정성일만큼 별명 부자가 또 있을까? 김은숙은 정성일에게 “한국의 양조위가 되세요”라는 덕담까지 했다. 복수극을 순식간에 바둑 멜로물로 바꾸는 그의 ‘멜로 눈빛’은 치명적이다. 분명 스킨십 하나 없는 장면임에도 끈적한 ‘으른 섹시미’가 철철 넘친다. 작가의 말대로 목소리가 너무 좋으니 그 어떤 말도 명대사처럼 들린다. 부와 권력을 모두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가장에서 기어이 아내 박연진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 추악한 과거를 확인하고 한없이 추락하는 하도영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사랑으로 키운 딸이 하예솔이 아닌 ‘전예솔’이라는 사실에 좌절하면서도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며 감정을 다스리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로 어디선가 분명 본 듯한 얼굴이다. 안경 벗은 유재석과 닮은꼴 외모로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와 달리 큰 웃음을 준다. 2002년 영화 <H>로 데뷔해 영화 <쌍화점> <사랑의 확신> <배우는 배우다>,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비밀의 숲 2> <산후조리원> <우리들의 블루스> 등을 거치며 우리 곁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부유하게 자랐을 것 같은 매끈한 이미지와 반대로 빗물로 배를 채우던 어려운 어린 시절을 거쳐 대세 배우로 등극한 정성일. 최근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 <전, 란>의 출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란>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무협 사극영화로 배우 박정민·강동원 역시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이다. 앞으로의 꽃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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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당신이 대줄 거야? 연진이 알리바이?”

‘최고의 웃수저’ 전재준(박성훈 분)

식단 관리, 헤어스타일, 수십 번의 의상 피팅을 통해 전재준의 외면을 만들고, 말투와 호흡으로 불량스럽고 섹시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전재준의 내면을 만들었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해 연극 무대의 아이돌로 유명했다는 박성훈은 매체에서 활동한 지 꽤 된 익숙한 얼굴임에도 그동안 관심 밖의 연기자였던 것이 사실. <더 글로리>로 활짝 만개하며 그동안 그를 몰라봤던 것이 미안해질 정도다. 돈은 많지만 무식하고, 잘생겼지만 폭력적인 성격의 전재준은 극 중 코믹 연기를 담당하며 최고의 ‘웃수저’로 등극했다. 친딸 하예솔을 성추행한 선생님에게 분노해 학교에 찾아가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차 타고요”라고 답하고 “너세요?” 등의 반존대 어법을 쓴다. 이사라에게 피습당해 성대를 다친 혜정의 괴성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야 멘솔 펴 멘솔! 거 목이 뻥 뚫린다”라고 받아친다. 쓰레기 같은 면모 속에 코믹함을 녹여낸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갈고닦은 연기력의 결과일 것이다. 박성훈은 가족들이 법대, 의대 출신이 상당수인 금수저 집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집안에서 돌연변이 취급을 받다가 연기를 통해 유일하게 인정받고 박수를 받아봤다는 그. 앞으로는 박수 받을 일만 남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의 촬영을 마쳤고, 최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남남> 출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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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픔을 기뻐하는 자, 사탄일지어다.”

‘신들린 약쟁이’ 이사라(김히어라 분)

‘하얗고 깨끗하게 살라’는 의미의 우리말 본명과는 정반대되는, 약에 취한 광기 어린 눈빛의 어두운 악녀 이사라 역으로 충격을 안겨준 배우 김히어라. 화가이자 대형 교회 목사의 딸로 성가대에서 찬송을 부르는 건실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실체는 학교폭력 가해자에 마약중독자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인물이다. 김히어라는 초점 잃은 눈동자와 두서없는 말투, 항상 약에 취한 나른한 몸짓과 표정 등 이사라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다. 자유로운 이사라를 표현하기 위해 노브라로 촬영하고, 담배 피우는 법도 배웠다. 특히 파트2에서 일부 마약이 합법인 네덜란드로 보내달라며 부모에게 떼쓰는 철없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오은영 선생이 와도 안 되는 금쪽이다”라는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연기를 극찬했다. 마약에 취해 뱀과 대화를 나누고 성적 쾌락에 빠지는 등 수위 높은 장면으로 파트2의 ‘신 스틸러’에 등극하기도. 2009년 뮤지컬 <살인마 잭> 앙상블로 데뷔해 뮤지컬 <팬레터>에서 치명적 매력을 과시하는 주인공 ‘히카루’ 역을 맡아 이미 뮤지컬과 연극계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그 후 <괴물>로 드라마 출연을 시작해 대중에게 각인된 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강도상해죄로 법정에 선 절절한 모성의 탈북민 ‘계향심’ 역이다. 김히어라는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시즌 2에 중국에서 건너온 악귀 ‘겔리’ 역으로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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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불었어야 했는데, 내가 입술 끝에 정을 뒀더라”

‘수술한 글래머 스튜어디스’ 최혜정(차주영 분)

박연진의 패거리들에게 늘 무시당하는 스튜어디스 최혜정. 문동은이 아니었다면 학교폭력의 타깃은 최혜정이었다. 세탁소 집 딸로 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그녀는 신분 상승을 꿈꾸며 돈 많은 남자들에게 들이대지만 쉽지 않다. 예비 시어머니와 문동은의 친분을 알고 문동은에게 납작 엎드린다.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6kg을 증량하고 과감한 노출 신도 마다하지 않았다. “작품 설정상 혜정이는 가슴을 수술한 인물인데, 제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CG 처리가 맞다”고 말하며 자신이 직접 촬영한 부분과 CG, 대역이 어우러져 노출 신이 만들어졌음을 알렸다. 미국 유타대학교 출신에 5개 국어가 가능한 대표 뇌섹녀에서 백치미의 끝판왕, 싼티가 줄줄 흐르는 글래머로 재탄생한 차주영. 2016년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으로 데뷔해 <키마이라> <어게인 마이 라이프> <최종병기 앨리스> 등에 출연했다. 26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해 힘든 시간을 보내다 두 달 가까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오디션을 본 후 따낸 배역이 최혜정이다.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아 스튜어디스 혜정이로서 받고 있는 관심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 차주영은 3월 25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의 비서실장 ‘장세진’ 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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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고 싶으면 명찰 나 줘라, 동은아!”

‘일찍 죽어 억울한 행동 대장’ 손명오(김건우 분)

파트1에서 일찍 죽어버리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손명오의 죽음은 파트2를 이끄는 중요한 포인트로 등장한다. 동네 싸구려 양아치지만 혜정을 향한 순정은 진심이다. 골치 아픈 살인 사건에서 최혜정을 구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이마저 무시당한다. 문동은과 공모해 박연진을 협박하는 데 성공한 듯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살해당하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가방끈 짧은 무식함의 극치일 것 같은 그가 실은 ‘연기자들의 서울대’라 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6개 과로 구성) 전체 수석 입학이라는 놀라운 사실. 김건우의 건달 연기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 <유령을 잡아라> 등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연기하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다진 결과다. 김은숙 작가는 그의 오디션 영상을 보자마자 “감독님, 이 친구요!”를 외쳤다는 후문. 원래는 건실하고 예의 바른 청년으로 촬영장에서 대선배 송혜교를 보자마자 손명오의 겉모습을 장착한 채 90도 각도로 깍듯하게 인사하는 메이킹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5월에는 창작 뮤지컬 <빠리빵집>에 합류한 그를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 제공
2023년 04월호
2023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