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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재산 다시 나누자" LG家 세 모녀 뭉쳤다!

창립 75주년을 맞은 LG그룹에서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세 모녀가 작심하고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On March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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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만에 재산 놓고 싸우는 LG그룹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상속 지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장자(長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LG그룹의 가족 문화가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던 대목이라, 이번 소송을 놓고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아들에게 주로 주어졌던 경영권과 회사 지분(주식)을 놓고 갈등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다.

LG그룹에서 유산 분할을 놓고 분쟁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소송 당사자들의 관계부터 짚어보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본래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아들이었다. 하지만 LG그룹의 장자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원칙에 따라, 지난 2004년 구본무 전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지난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 이후, LG그룹은 당초 계획대로 구광모 회장 체제로 곧바로 넘어갔다. 구광모 회장은 ㈜LG 주식 11.28%(1,945만 8,169주) 가운데 8.76%(1,512만 2,169주)를 상속받았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2.01%(346만 4,000주), 구연수 씨는 0.51%(87만 2,000주)를 분할 상속받았다. 배우자인 김영식 여사는 1주도 받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은 상속받은 주식의 가치를 따져, 상속세도 납부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시점에서 갑작스레 세 모녀가 함께 손을 잡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별세 직후가 아닌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소송을 제기한 점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현직의 한 판사는 ‘상속회복청구소송’인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얘기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상속인들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데, LG가에서 이런 소송이 있었다는 것은 ‘합의 관련 문서’ 등 증거가 없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원고 측에서 입증해야 할 지점들이 있지만 승소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 구조 흔들리나

2017년 말 기준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을 6.24% 보유한 2대 주주였다. 장자 승계 원칙 분위기 속 자연스러운 승계 흐름이었다. 이후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지분 8.76%를 받아 LG그룹의 주인 자리에 올랐다. 지분 15%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당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받고,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와 선대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 투자 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소를 제기한 김영식 여사와 구 회장 여동생들의 요구대로라면 구광모 회장의 지분권은 흔들리게 된다.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은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의 지분을 법정 규정에 따라 상속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 없이 배우자가 사망하고, 상속인 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상속 지분은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단, 배우자에게는 50% 할증된 유산이 돌아간다. 구 전 회장 보유 지분이었던 11.28%의 ㈜LG 주식이 김영식 여사(1.5) : 구광모 회장(1) : 구연경 대표(1) : 구연수 씨(1)의 비율로 상속되는 셈이다. 배우자가 약 1/3(33%), 3남매는 각각 1/4.5(약 22%)을 받게 되는 것이다.

법원이 김영식 여사와 딸들의 손을 들어주면 지분 구조는 요동치게 된다. 배우자인 김영식 여사는 3.76%를, 구광모 회장과 두 여동생이 각각 2.5%의 지분을 물려받게 되는 것. 이 경우 구광모 회장의 ㈜LG 지분율은 15.95%(구자경 명예회장의 지분 0.96% 포함)에서 9.71%로 줄어든다. 반면 김영식 여사 지분율은 7.96%로, 구연경 대표는 2.92%에서 3.42%, 구연수 씨는 0.72%에서 2.72%로 높아진다.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힘을 합칠 경우 14.1%에 달해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까지 초래된다. 9.71%밖에 안 되는 지분으로는 구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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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의 모친과 여동생들이 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속 분쟁이다.
장자(長子) 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LG그룹의 가족 문화가 시대에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던 대목이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관건은 ‘유족 간 합의’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들은 “상속 과정에서 여러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 재산 분할을 합의하면서 구 전 회장이 남긴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알았지만, 뒤늦게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다시 상속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LG그룹 측은 “이미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법조계에서는 ‘상속회복청구기간’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영식 여사 측이 소를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침해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한다. 유류분 권리 행사는 피상속자의 사망 사실을 안 시점에서 1년 안에만 가능하다. 유류분을 반환하라는 권리 행사가 시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속회복청구로 “침해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해 법적 판단을 받아보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지점이다.

동시에 ‘뒤집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재계에 따르면 구본무 선대 회장 별세 후 구광모 회장과 부인 김영식 여사, 장녀 구연경 대표, 차녀 구연수 씨는 재산 합의까지 5개월간 수차례 협의를 거쳤다. 상속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4년이 지난 지금은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시 5개월에 걸쳐 상속인들 간에 수차례 협의 끝에 합의를 이뤄내고, 재산 분할 협의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이번 소송이 과연 법적 효력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구연경 씨는 구본무 회장 생전인 2013년 11월, 지주사 주식 27만 주를 구 전 회장과 구광모 회장에게 매각키로 하고 장내 거래를 하며 ‘경영권 인정’으로 비쳐질 결정을 한 바도 있다.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언론에 “일반적인 개인 상속도 아니고 LG라는 대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상속인데 언론에도 이미 공개됐고, 기업 공시도 했고, 이를 바탕으로 배당도 계속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상속 재산을 덜 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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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세 모녀는 “상속 과정에서 여러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언론에 “개인 상속도 아니고 LG라는 대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상속인데 언론에도 이미 공개됐고, 기업 공시도 했다”며 “새삼스럽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언론에 “개인 상속도 아니고 LG라는 대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상속인데 언론에도 이미 공개됐고, 기업 공시도 했다”며 “새삼스럽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 측 변호인은 언론에 “개인 상속도 아니고 LG라는 대기업의 경영권과 관련된 상속인데 언론에도 이미 공개됐고, 기업 공시도 했다”며 “새삼스럽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풍 거세다!

딸이 아들에게 넘어간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남동생 조원태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다.

조양호 전 회장의 3남매는 법적 상속 비율에 따라 6.52%(조원태), 6.49%(조현아), 6.47%(조현민)의 지분을 물려받았다. LG그룹과는 다르게, 공평한 상속이었다. 하지만 경영권이 문제가 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생전 선대 회장은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이끌어나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원태 대표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했고,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했다”며 경영권 분쟁을 선포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단순히 입장문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과 손을 잡았다. 한진 오너 일가를 견제해오던 사모펀드 KCGI와 손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을 결성한 것이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다. 3남매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재단 고문의 지분 5.31%와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6.47% 지분은 조원태 회장을 선택했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한 뒤, 조원태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힘을 잃었다. 남매는 현재도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재계에서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갈등이라지만, 재계에서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삼고, 서로 화합한다’는 LG그룹 인화(人和) 정신이 이번 갈등으로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그룹도 아닌, LG그룹에서 이런 재산 갈등이 발생한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다만 시대가 변화하고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늘어나면서 ‘딸들의 경영권 요구’가 더 많아지지 않겠나, 이번 LG그룹의 상속 갈등 문제는 그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04월호
2023년 04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