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은 JMS의 정명석, 오대양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등 스스로를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4명의 인물을 다룬 8부작 다큐멘터리다.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의 조성현 PD가 연출을 맡았고, MBC가 제작에 참여했다. 조 PD는 MBC에서 한 번 반려된 기획을 넷플릭스에 제안해 2년에 걸쳐 제작했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고, 이는 다큐멘터리 장르로서는 최초다.
공개 직후 노골적인 성폭력 묘사와 불필요한 재연 연출 등으로 비판받기도 했지만 논란 너머로 보아야 할 것이 더 많다. 사이비 종교를 공론장에 끌어내는 사회 고발적 기능과 공익성을 수행하며 우리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 ‘JMS, 신의 신부들’은 큰 반향을 낳았다. JMS 총재 정명석에 대한 다큐다. JMS 피해자인 홍콩인 메이플 씨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시작하는 이 다큐에는 그 외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30년간 ‘반JMS’ 활동가로 활동하는 김도형 교수(단국대)의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JMS 정명석 사건 공판과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3월 6일 대전지검에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를 만났다.
“가족도 지인도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였다”
요즘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신이 없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많은 이들이 이 종교들에 대해 인지하고 사회적인 화두를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회적인 변화가 이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보람되다.
쉽게 파고들지 못했던 주제다. 작품을 기획하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원래는 같은 내용을 MBC 제작물로 방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부적인 이유로 한 번 엎어졌다. 아까워서 넷플릭스에 제작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여져 2년이라는 기간 동안 심층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왜 이 주제인가?
깊이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지만, 내 가족 중에도 사이비 종교의 피해자가 있고, 지인 중에도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내 이야기였다. 언젠가는 한번 다뤄야 하는 숙제 같은 이야기였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지상파 방송과 넷플릭스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같은 주제를 MBC <PD수첩>으로 제작했더라면, 8~10주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제작했을 것이다. 시간적인 이유로 만나는 이들도 적었을 것이다. 그런데 OTT 매체는 편성이나 제작 기간, 제작 방법에 구애가 없었다. 2년의 제작 기간 동안 200명 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이비 종교 교주가 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 사람들은 왜 그를 메시아라고 생각하는지 사실적인 내용을 담고 싶었다.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미행이나 협박은 PD 입장에서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도 더 큰 어려움은 관련자들이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다가 당일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사이비 종교 단체가 무섭다는 의미다. 그 부분이 힘들었다.
시즌 2의 구상이나 계획은 없나?
내가 이 이야기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집사람이 알게 된 날, 집사람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그만큼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이야기이고, 누군가는 다뤄야 할 이야기이며 앞으로도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화면을 보면 자극적이다. 고민과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선정성 논란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런데 이게 영화나 예능이 아니고 실제로 누군가가 당했던 피해 사실이다. 그 부분에 먼저 관심을 보여주면 좋겠다. 지금까지 많은 언론에서 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왔는데 왜 사이비 종교 단체가 지금껏 존재하는지, 왜 피해자들이 반복되고 있는지 말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이 두어 가지 있다. 첫 번째는 “50번 쌌어”라는 정명석의 녹취 멘트다. 그에 대해 종교 단체는 AI로 조작한 멘트라고 말한다(실제로 이 기자회견 이후 “50번 쌌어”라는 말이 논란이 되자 JMS 측 관계자는 “‘50번’은 설사”라고 주장하며 내부 신도들을 단속하고 있다는 정황이 알려지기도 했다). 여러 명의 여성 신도가 나체로 나오는 욕조 장면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동영상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이 영상에 대해 그들의 대답은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만든 영상”이라고 말한다. 결론은 있는 그대로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고 섹스어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끔찍하고 추악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참담함을 느꼈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덧붙이자면, 벌어졌던 추악함의 10분의 1밖에 다루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그 10분의 9를 뺀 이유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하는 문제 때문이다. 그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뺐다.
실제 피해를 입은 증언자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출연한다. 섭외 과정도 궁금하다.
쉽지 않았다. 특히 여성 피해자들의 경우는 힘든 과정이 있었다. 남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남자이다 보니 연락을 받지 않는 분도 많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관한 취지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이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들의 신상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원치 않는 분은 얼굴을 가렸고, 공개를 원하는 분은 보여주었다. 피해가 클수록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분이 많았다. 처음 등장하는 메이플의 경우 국적이 달라서 얼굴을 공개하는 게 가능할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 충격적인 이야기라서 남들이 믿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과감한 선택을 하는 것 같다. PD 입장에서는 고맙다. 얼굴을 가리면 JMS에서는 거짓이라고 하겠지만, 이제는 ‘저 여자 이상하다’고 공격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메이플의 용기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한국은 메시아가 정말 많은 나라다. 사이비 교주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다. 정명석이 그 예다. 그렇게 많은 여성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는 왜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인가, 우리 사회는 왜 종교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범죄자는 종교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미행·협박, 가족들의 우려가 크다
인터뷰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그분들은 “그런데 왜 믿었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도 물어봤다. 그분들이 나중에 조금 편한 사이가 됐을 때 그 말이 가장 큰 상처가 됐다고 말하더라. “제가 미쳐서 그랬나 봐요”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미쳤는지를’ 사회에 던지고 싶은 것이다. 목적은 하나다.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분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존중받아야지 조롱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종교 단체 내부는 어떤 상황인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JMS를 탈퇴했다는 분이 많았다. 내부자들이 동요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핵심적인 이유다.
시리즈는 ‘jms’를 시작으로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를 다룬다. 많은 사이비 종교가 있는데, 이 네 종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이비 종교 중에서 반인권적인 곳,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한 곳은 어디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을 선별해갔다. 예를 들어 ‘아가동산’ 이야기는 예전에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한 번 방송을 하려다가 사장된 이야기다. 신도는 적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됐다. 그런 종교가 다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반응만큼이나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가급적이면 데려다주고 데려온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JMS 활동가) 김도형 교수님의 아버지가 겪은 참혹한 테러는 20년 전의 이야기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벌어졌던 의문의 일들, 예를 들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제작진의 동선에)와 있거나 피해자인 메이플의 숙소 앞에 누군가 진을 치고 있는 일 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메시아가 정말 많은 나라다. 사이비 교주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다. 정명석이 그 예다. 그렇게 많은 여성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반대로‘미국판 정명석’ 사건의 범인은 종신형+20년형을 선고받았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 정명석은 보호관찰 의무가 있는 기간 동안에도 또 다른 여성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다.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 우리나라는 왜 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인가, 우리 사회는 왜 종교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범죄자는 종교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이비 종교 단체에 들어가는 이들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JMS는 초창기에 명문대를 중심으로 포교 활동을 벌이던 사이비 종교다.
아쉬운 점이 있나?
지금은 정명석에 집중돼 있지만 점점 다른 종교로 관심이 옮겨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김기순이 이끄는 협업 마을 ‘아가동산’ 회차를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머지않아 ‘아가동산’ 측에서 상영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려는 움직임이 있다(실제로 지난 3월 8일 ‘아가동산’ 측은 법률 대리인을 통해 MBC와 조성현 PD, 넷플릭스 코리아 등을 상대로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역겹고 추악해서) 시청하는 것이 힘들어도 우리 자식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가스라이팅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봐달라는 것이다. 1회를 보자마자 껐다는 분들도 있고, 역겹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을 왜 봐야 하는지가 마지막에는 다 이해되지 않을까 싶다. 보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견디고 끝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그 안에 많이 담겨 있다.
방송사에도 연예계에도 JMS 신도가 있다고 들었다.
취재하면서 놀랐던 건 사회 곳곳에, 소위 고위층이라 불리는 사람 중 사이비 종교 신자가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그들이 종교를 믿는다고 잘못이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 MBC에도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왜 정보가 마구 유출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는 팀 내 사람들이나 넷플릭스 사람들도 의심해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색출하는 등 마녀사냥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못된 길을 가게 만든 교주와 리더에게 있다. 그것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큐에서 반JMS 활동가인 김도형 단국대 교수의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2년 넘게 취재하면서 김 교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하다.
무척 멋있는 분이다. 존경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눈앞에 목적이 생기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가족은 오죽하겠나. 그런 일을 30년째 하고 있다면 어느 가족이 좋아하겠나. 이제는 포기하고 내버려둔 것 같다. 결국 아버지가 아들(김도형 교수)을 대신해 테러를 당했다. 왜 가족에게 테러를 가하면서까지 (JMS 측이) 그 일을 못 하게 막는지, 김 교수의 가족 얘기를 통해 풀어가려고 했다.
종교의 자유만큼이나 책임도 명확해야
이 다큐를 제작하겠다고 생각한 결정적 순간이 있었나?
처음 김도형 교수를 만났을 때다. 대화 마지막 무렵에 아버지가 자신 대신 테러를 당했다고 하더라. 아무리 김 교수가 싫다 해도 어떻게 부모에게 테러를 가할 수 있나. 김 교수 아버지를 만나 뵀는데, 그 테러로 인해 눈을 감지 못하시더라. 평생 눈에 기름을 바르고 사셨다. 몇십 년 그렇게 살면서 힘드실 법도 한데, 아들 대신 테러당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그분 이야기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가족들에게까지 테러를 가하면서 (JMS 측이) 김 교수를 막으려 하는지 알리고 싶었다.
폭로에만 그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왜 수십 년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럼에도 저들은 왜 잘 살고 있는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취재하면서 충분히 느꼈을 것 같다.
일단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왜 구조적인 문제나 대안까지 가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거기까지 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는 누구든 이런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생각한다. 종교의 자유만큼이나 종교의 책임 또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