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
㈜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연구소 대표
전 ㈜타임교육 학원사업본부장
전 <시사저널> 교육 주간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네이버 블로그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운영
✔ 영재원에 들어가면 대학 입시에 유리할까?
✔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기회
김동영(이하 ‘김’) 영재원 교육(영재교육)은 큰 틀에서 보면 과학, 수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과학영재교육은 카이스트(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4개 기관을 정점으로 영재학교와 과학고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운영되고 있죠.
유정임(이하 ‘유’) 영재학교는 흔히 고등학교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반고와 구별되죠. 방과 후 대학이나 교육청 영재원을 통해 영재교육을 받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영재교육을 위한 별도의 학교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대학이나 교육청에 개설된 영재원을 통해 주 1회씩 방과후 수업 형태로 영재교육이 실시됩니다. 이 영재원에 입학하는 것이 이후 영재학교와 카이스트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의 출발이라고 여겨지고 있죠. 영재원 운영을 지원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관은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한국과학창의재단’인데, 특목고 준비생들 사이에서 열풍이었던 과학·수학 올림피아드 시험을 운영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죠.
백재훈(이하 ‘백’) 영재원은 학생들이 영재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학부모들의 의미 있는 관심은 대학 입시의 출발점으로 유리하냐에 쏠려 있는 것 같아요. 주위를 둘러보면 좋은 대학,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대부분 영재원 출신이다 보니까 우리 아이도 영재원을 경험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김 일부에서는 영재원을 수학, 과학의 선행 학습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영재원에 합격하면 고등 과정을 선행하니까 대학 입시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거죠. 영재원에서 선행 학습이나 대입 준비를 진행하지는 않아요.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아이들이 강력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유 저희 큰아이도 과학영재원에 다녔는데요, 초등영재원은 정말 행복해하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기만 했던 것과 달리 상상하면서 토론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백 일반적인 초·중 교과과정에서는 다양한 실험이나 융합적인 과학교육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영재원에서는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적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과학이나 수학에 흥미를 갖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학교와는 달리 자신과 비슷한 관심과 흥미, 진로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강한 동기부여가 되죠. 하지만 늘 그렇듯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재원은 토요일마다 수업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교과 학습에 쓸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영재원을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학원도 많지만, 아무래도 영재원과 내신을 병행하는 게 부담일 수도 있는 거죠.
영재원이란?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수학, 과학, 소프트웨어, 예술, 외국어 등 특정 영역에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의 창의력을 계발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고등학교 이상의 학생부터는 영재학교라는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통해 영재교육이 이루어지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교육청과 대학에서 부설 기관으로 영재교육원을 개설해 영재 판별 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에게 영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영재원에 합격한 학생들은 정규학교를 다니면서, 토요일 시간을 이용해 영재원 수업을 수강하게 된다.
영재성을 가진 학생을 조기교육시킨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27개 대학과 261개 교육청에서 2,500여 개 학급, 4만여 명의 학생을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재교육이라는 개념보다는 수학·과학 상위권 학생이라는 사실을 인증받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과학고와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필수 코스로 인식되면서, 영재원이 또 다른 입시 과열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 영재원과 내신 병행 ‘부담’
✔ 같은 조건이라면 영재원 출신이 대입에 유리하다?
유 그러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게, 과학고나 영재학교 입시에서는 영재원을 다닌 경험이 더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기 때문 아닐까요? 좋은 상급 학교에 진학해야 좋은 대학을 가기 쉽다는 생각들을 하니까요.
김 그 판단이 살짝 예민한 문제인데요, 공식적으로는 영재원 학습 경력을 상급 학교의 입시 서류에 기재할 수 없습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가 조금 다르긴 한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어떤 영재원을 수료했는지 표기할 수 없어요.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학문적 관심 영역과 기억에 남는 과학 학습 경험을 서술할 수 있거든요. 그때 영재원에서 다루었던 실험을 기초로 해서 그 이론에 관련된 학습의 심화 경험을 적게 되는 거죠. 대부분의 영재원 출신 학생들은 자기소개서를 그렇게 작성합니다. 일반 교과 학습 경험을 쓰는 것은 너무 평이하니까요. 특히나 과학고의 경우 해당 시도 단위에 영재원이 몇 개 없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루어진 실험 내용과 커리큘럼을 과학고 담당 선생님들이 대부분 알고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소개서의 학습 경험만 들여다보면 어떤 영재원 출신인지 알게 되는 거죠.
백 그렇다고 해서 영재원 출신 학생을 무조건 선호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학업 계획서에서 비슷한 조건의 학생이 ‘발전기의 원리’를 공부한 경험을 적었다고 해보죠. 한 친구는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통해 전자기장이 형성되는 경험을 했다”고 적고, 또 다른 친구는 “전자기장이 물리학의 기본적인 4가지 힘 중 하나로서 거시 물리학의 기본적 에너지인 중력과 대비되는 미시 세계의 상호작용 에너지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쓴다면, 영재학교나 과학고의 물리 선생님은 어느 학생의 자기소개서에 손이 가겠습니까? 그건 그 학생이 OO대학교 영재원 물리심화반 사사 과정을 △△△ 교수님 지도하에 수료했다는 사실도 추정할 수 있는 거예요. 매년 그 과정을 수료한 선배들이 같은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원서를 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 수밖에 없는 거죠.
유 의도치 않은 의미가 생겨버리는 셈이군요. 그러니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 거죠. 학습이 본질적 의미가 제일 중요하다고 해도 더 좋은 상급 학교로의 진학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아닙니까?
김 당연하죠. 영재학교의 경우는 영재성 검사라는 사실상의 지필 시험을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서류의 중요성은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과학고의 경우는 교과 내신의 반영 비중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영재원의 경험을 어필해도 수학·과학 내신이 낮으면 합격하기 힘들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면 서류에서의 사소한 차이가 승부를 가를 수도 있는 겁니다. ‘비슷한 경우의 학생들끼리의 경쟁’이라는 단서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니까 무조건 영재원 경험이 입시에 유리하다고 보는 건 오해일 수 있습니다. 미묘한 의미를 이해하시겠죠?
유 물론입니다. 영재원이 결코 절대적이진 않지만, 모든 조건이 같은 경우에서는 유리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이렇게 치열한 영재원, 종류가 많아 보이던데요?
학교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보다 동네 형에게 배우는 느낌인데다
논문 형식의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험이
마치 진짜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 것 같아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이 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 커리큘럼 수준과 새로운 경험 등 장기적인 성장
✔ 북유럽 창의력 교육과 유사
✔ 언어적 이해, 창의적 사고 요구하는 재미있는 문제 많아
김 크게 보면 2가지입니다. 대학 부설 영재원과 교육청 부설 영재원인데요, 대학 부설의 경우 일반대학 부설 영재원과 교육대학 부설 영재원이 있어서 종류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모두 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전국에 27개 대학 부설 영재원이 개설돼 있어요. 교육청 부설 영재원은 대부분 지역 교육청별로 개설돼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영재원은 교육청보다는 대학 부설 영재원인 경우가 많아요. 물론 이것도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시켜 말씀드리기는 애매합니다. 지방의 경우 교육청 영재원을 더 선호하는 지역도 있거든요. 전반적으로 볼 때 교육청 영재원의 경우 일반적인 교과과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대학 부설 영재원의 경우 좀 더 심화 학습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담당 교수와 박사과정의 연구원들이 조교로 밀착 지도를 하다 보니 연구 수준이 조금 높은 편인데 그래서 대학 부설 영재원을 선호하는 부모도 있죠.
백 학생들의 학업 만족도도 대학 부설 영재원 쪽이 좀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수업 커리큘럼 수준이 교육청 영재원보다 높은 편인데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아마 대학 부설 영재원의 사사 과정에서 담당 교수보다는 조교들의 밀착 지도가 강한 편인데, 20대 후반의 젊은 조교와 학생들의 유대 관계가 더 잘 형성된다는 점도 관심을 받는 중요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학교 선생님에게 배우는 것보다 동네 형에게 배우는 느낌이라서 더 좋아하는 거죠. 그리고 논문 형식의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험이 마치 진짜 연구자의 길에 들어선 것 같아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새로운 경험이 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유 말 그대로 학습의 범위를 좀 더 확대시켜 내다보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네요.
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영재원 선발 시험의 문제 형태와 영재원에서 진행되는 융합적인 교육 방식은 모든 학교에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 다큐를 통해 많이 보셨을 텐데 북유럽에서 시행하는 창의력 중심의 교육은 우리 모두 부러워하지 않습니까? 사실 영재원 교육이 그 점과 참 유사합니다. 과학·수학 영재를 위한 교육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꿈꾸는 학생 중심적 수업이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학생들에게 영재원과 같은 교육의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 선행 학습이나 내신 성적의 도움이라는 측면만 생각하면 불필요한 노력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입시의 유불리를 떠나 아이의 장기적인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권하고 싶습니다.
백 영재원 지필 시험문제를 한번 읽어보면 좋겠어요. 저학년의 경우 언어적 이해와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아주 재미있는 문제가 많답니다. 단순히 반복적인 수학 문제 풀이나 암기식 학습이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다양한 상황을 설명하는 식이라서 그런 공부가 아이들에게 훨씬 더 학습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거든요. 어린 시절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식의 성취 경험이 긍정적인 암시를 강하게 심어주죠. 굳이 대학이나 교육청의 부설 영재원이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영재 학급 같은 작은 성취를 통해서라도 스스로 자신감을 경험하는 자체가 긍정적인 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죠. 그게 자기주도학습의 첫 단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