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왜 남지?” 나도 잘 모르겠다. 희한한 상황이다. 몇 조각 남긴 치킨을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 내일 또 먹겠다며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 속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넣는다. 내일 바로 먹을 거니까(경험적으로 내일 안 먹을 가능성 80% 이상). 3일 후 냉장고를 열어보고서야 먹다 남긴 치킨을 발견한다. 심지어 7일 전 입실한 치킨도 동시에 발견된다. 전부 버릴지 고민하다 데워 먹기로 결심하고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눅눅하고 맛이 없다. 몇 조각 남은 것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기엔 전기 요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왜 꼭 먹다 남긴 치킨을 바삭한 상태로 먹어야만 하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괜찮은 방법이 있다. 먹다 남은 치킨을 달고 짠 국물에 끓여 밥 위에 얹어 먹는 오야코동을 만들어 먹으면 된다.
오아코동(親子), 일본 음식이다. 한자를 우리말로 읽으면 친자정, 일명 부모자식덮밥이다. 닭고기(부모)와 달걀(자식)이 들어 있는 덮밥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다. “어머, 너무 잔인한 이름이라 싫어”라고 말하는 당신. 혹시 유대교 신자입니까? 유대교에선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에 삶아서는 안 된다’는 출애굽기 23장 19절의 내용을 충실히 따른다. 그래서 유대인은 음식에 유제품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물, 소금, 밀가루만 사용해 만든 베이글은 뉴욕 음식이 아니라 유제품을 쓰지 않는 유대교 음식이다. 하지만 유대교를 믿지 않는다면 재미있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덮밥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덮는다’라는 의미로 덮밥이라 부른다. 일본에선 덮밥을 (우물 정)이라 쓰고 동, 돈부리로 읽는다. 덮밥 그릇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井(우물 정)처럼 생겼고, 가운데 점을 재료라 생각하면 쉽게 외워진다. 중국에선 덮밥을 까이판(盖)이라 부른다. 덮을 개(盖), 밥 반(). 덮을 개(盖) 역시 그릇 명(皿) 위에 재료가 올라 있는 모양을 연상하면 외우기가 쉽다. 왜 외워야 하는지 모른다면 다음의 명언을 기억하면 된다. “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그 나라 메뉴판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을 몇 배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내가 만든 명언이다. 적어도 음식을 즐길 줄 알고, 각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언어 공부 대신 그 나라 메뉴판 읽는 법을 공부해보자. 족집게 선생이 따로 없다고 감탄할 것이다. 그 나라를 여행할 때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방법 하나만 완벽하게 알고 있어도 여행의 질이 달라질 테니까. 적어도 나는 그 희열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1인이다. 이제 여러분은 남은 치킨으로 오야코동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됐고, 일본이나 중국에 여행 갔을 때 덮밥을 골라 먹을 수 있는 능력을 50% 장착한 셈이다.
초간단 오야코동
재료 남은 치킨 2조각, 밥 1공기, 달걀 2개, 물 200ml, 쯔유 2~3큰술, 양파 1/4개, 쪽파 약간
만들기
낭만닥터 SJ, 배상준 작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레지던트를 거쳐 어릴 적 꿈이던 외과 전문의가 됐다. 바쁜 외과 의사임에도 ‘낭만닥터 SJ’라는 닉네임으로 맥주·여행·건강 칼럼을 쓰고, 대학과 기업에서 강연하는 유쾌한 아저씨다. 2018년 <독일에 맥주 마시러 가자>를 출간했다. 이달부터 <우먼센스>에서 음식 이름에 얽힌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