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판례입니다. 결혼 4년 차에 접어든 직장인 남편의 사연입니다. 남편은 매달 받는 월급을 아내에게 모두 갖다주고 한 달에 10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으며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 돈만으로는 생활하기가 빠듯해서 주말에 건설 현장 근로자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부부 싸움 후 아내는 친정에 간 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과로로 몸이 안 좋아져 아내에게 병원비 10만원만 송금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내는 돈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에 그동안 억눌린 감정이 폭발한 남편은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고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혼인 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혼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아내가 경제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면서 배려가 부족했다. 남편도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부부의 이혼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아내와 남편 모두에게 동등하게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실제 필자가 상담한 사건 중에서도 남편이 생활비를 너무 적게 주거나 전혀 주지 않아서 이혼을 결심한 아내가 상당수 있습니다. 남편이 직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생활비를 못 주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을 다니고 수입이 많음에도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전업주부의 경우 남편이 주는 생활비가 가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남편의 일방적인 계산에 의해 산정된 것이고, 이를 조금만 초과하면 남편이 “사치다”, “과소비다”라고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남편이 생활비를 주는 대신 신용카드를 주면서 무조건 카드로 구입하라고 하는 경우 아내는 카드 사용 시 남편에게 통보되는 문자메시지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한 다툼이 이혼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남편이 아내에게 경제권을 주고 회사에서 받은 급여나 사업에서 번 돈을 모두 아내에게 맡겼는데 아내가 그 돈을 자신의 사치품을 사는 데 쓰고 친정에 몰래 빼돌린 사실을 남편이 나중에 알게 돼 이혼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믿고 피땀 흘려 번 돈을 맡겼는데 아내가 자신의 사치를 위해 그 돈을 소비하고 심지어 빼돌리기까지 했다면 남편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제적인 독립을 위한 재산 분할
이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 문제입니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재산 분할입니다. 원칙적으로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협력해 모은 재산’이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됩니다. ‘혼인 중’의 의미는 법률혼과 사실혼도 포함되며 혼인 이후 별거한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부부가 함께 생활하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대상입니다.
고가의 물건은 누구 것일까?
부동산에는 등기부등본이 있고, 차에는 등록증이 있고, 통장에는 예금주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명의자가 기록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가의 물건이나 집 안에 있는 현금은 주인이 표시가 안 돼 있으므로 상대방이 그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실제로 필자가 상담한 사건 중 사업가인 남편이 비자금 5억원을 현금으로 금고에 보관했는데 아내가 그 돈을 갖고 온 경우가 있습니다. 참고로 부부간에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으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배우자의 현금인출카드를 허락 없이 가져가 돈을 인출하면 은행이 피해자가 되므로 절도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이혼한 후에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집에 들어가거나 물건을 가져오면 주거침입죄나 절도죄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재산 분할의 경우 법원의 판단을 통해 일정 금액의 지급이 결정되더라도 미리 가압류, 가처분 등을 해놓지 않으면 상대방이 재산을 다 은닉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판결문만 받고 실제 지급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재판 전에 가압류, 가처분을 반드시 미리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제권 공동 관리? 각자 관리?
각 가정의 상황에 맞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재산은 공동 명의로 하거나 어느 정도 부부간의 형평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을 공동 명의로 하거나 아니면 집은 아내 명의, 상가 건물은 남편 명의로 하는 등 어느 정도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동 명의로 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안전합니다. 즉, 공동 명의로 할 경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대출받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재산 분할을 하게 될 경우에도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글쓴이 이인철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과정 수료
법무부장관 표창
법무법인 리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