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를 관통하는 건, 진정성
진정성이 없는 것은 불편하다. 이효리가 통하는 이유는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일상을 살고, 드문드문 방송을 하는데도 그녀의 모든 것이 핫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이효리의 캐나다 여정이 화제다. 오래전부터 유기견을 진심으로 돌봐온 그녀가 해외로 입양 간 유기견들의 안부가 궁금해 캐나다로 떠났다. 별 재미없을 것 같은 이 개인적인 여정을 MBC 예능 <무한도전>과 <놀면 뭐하니?>를 연출한 김태호 PD가 tvN 예능 <캐나다 체크인>으로 탄생시켰다. 이효리는 방송과 상관없이 미리 항공권 예매까지 끝낸 후 제작진에게 자신의 기획 의도를 알렸고, 김태호 PD 역시 방송에 나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소규모 촬영팀을 꾸려 그녀를 따라나섰다. 덕분에 이효리와 강아지의 만남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캐나다 체크인> 촬영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며 생애 첫 유기견 해외 입양 이동 봉사에 나서 진정성을 더했다. 마산유기동물보호소가 구조한 진돗개 믹스견 여섯 마리가 출국을 함께 한 것.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이동 봉사는 강아지의 입양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란다. 자격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강아지와 목적지가 같고 강아지 탑승이 가능한 비행기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이효리와 스태프는 최대한 많은 유기견을 데려가기 위해 비행기를 나눠 같은 날 따로 출국했다. 이효리가 2마리, 스태프가 4마리를 데리고 밴쿠버까지 이동한 것. 이효리와 스태프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다른 시간, 다른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입양 가는 유기견의 이동을 도왔다. 방송을 위한 방송이 아닌, 이효리의 진심을 팔로우하는 여정이었기에 가능했다.
유기견과의 뭉클한 뒷얘기 ‘울고 웃는 효리표 예능’
그녀의 여타 예능과 비교하면 빵빵 터지는 웃음 포인트도 없고 동료 연예인들도 나오지 않는다. 이효리처럼 유기견을 돌보는 데 진심인 일반인이자 동네 친구인 고인숙이 유일한 ‘사람 고정 출연자’다. 대신 매회 진짜 중요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각자 다른 이름만큼이나 사연도 제각각인 강아지들. 세 마리 형제들과 애기 때 밭에 버려졌던 ‘산’은 캐나다에서 평생 가족 조지아를 만났고, 고인숙이 산책 도중 길에서 발견한 생후 3개월이던 ‘공손’은 윤기 나는 검은 털에 주인을 지킬 줄 아는 성견 ‘애로우’가 됐다. “공손!” 하고 부르는 인숙의 목소리를 듣고 뛰어와 반가워하는 둘의 재회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고장내버렸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철조망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던 ‘빼꼼’은 개 농장에서 구조돼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입양 간 견생역전의 주인공이다. 입양견과 효리가 만날 때 시청자들은 과연 입양견이 그녀를 알아볼 수 있을지 함께 마음 졸이며 지켜본다. 자신을 기억한 ‘산’에게 “건강해 보인다. 잘 있었어? 나 기억나? 너무 고맙다, 나 알아봐줘서”라고 울먹이는 이효리를 보며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어려울 때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친구처럼 유기견들이 이효리와 고인숙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순간은 감동 그 자체다.
사실 1회와 2회 방송은 화제작 <재벌집 막내아들>과 맞붙는 바람에 이효리와 어울리지 않는 1%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OTT와 SNS의 반응은 뜨거웠다. ‘링고’가 떠돌아다니던 시절 보살펴주었던 한 봉사자는 “사료를 주면 양보하던 착한 아이. 어느 날 안 보여 다른 유기견들처럼 무지개다리를 건넜겠거니 했는데 잘 살고 있어 다행이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녀의 첫 반려견 순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자신의 반려견 순심이를 꼭 닮은 개를 캐나다에서 우연히 만나고 “내가 그랬잖아. 어딘가에서 똑같이 살고 있을 것 같다고”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때문에 집마다 갑 티슈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후문. <캐나다 체크인>은 화제성에서는 확실히 이효리의 저력을 보여주며 시청률로만 판단할 수 없는 감동의 가치를 입증했다.
한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머나먼 캐나다로 입양을 간 강아지들을 만나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만남은 바로 입양견들의 새로운 가족들과의 조우다. 안타까운 상황에서 구조돼 돌봄을 받던 입양견들이 평생 가족을 만나 행복하고 평안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이효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연스럽게 투병 중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링고’를 입양한 가족을 만나고 오는 길에 엄마가 보고 싶다며 “아빠가 아파서 많이 힘들 텐데, 집에서 끝까지 케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을 드러낸다. 덧붙여 “아빠가 제주도에 왔을 때 아빠랑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나를 한 번도 안 잊었어”라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톱스타 이효리도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마음 졸이고 걱정하는 평범한 딸이었던 것. 또 남편 이상순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가족밖에 없는 것 같다. 가족이 최고야”라며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내가 인기에 연연하는 이유”
10년 넘게 유기견을 돌보고 있는 이효리는 필요한 비용을 대부분 사비와 1년에 한 번씩 여는 바자회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바자회 준비를 하면서 “협찬받아온 옷들을 쟁여놨다가 바자회 때 판다.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 인기가 떨어지면 안 된다, 바자회 때문에”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43살인 이효리가 아직도 인기에 연연하는 이유다. 바자회를 열 때마다 집이 가벼워지고 이제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친구들은 “뭐가 없냐. 입고 있는 거 다 팔 때까지 해야 한다”고 거든다. 그 말에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면 유기견에 대한 사랑 이상의 각별한 마음이 느껴진다. 다시 20살로 돌아가면 연예인 안 하고, 아이 낳고 가족에 집중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이효리. 그 누구보다 당당하고 거침없어 보이지만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고 손가락질하는 게 가장 어렵다”며 “그래서 이 생활이 맞나 틀리나 헷갈린다”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효리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예능 <효리네 민박> <서울체크인>, 여기에 <캐나다 체크인>까지 추가해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그려내는 프로그램들이 인기 있는 이유다. 캐나다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패셔니스타답게 다양한 스타일링과, ‘뉴진스 따라서 붙인 긴 머리’의 찰떡 매칭을 선보인다. 강아지들과의 만남을 위한 기나긴 여정에서도 패션은 포기하지 못한다. 웃음과 눈물,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컬래버레이션을 이뤄 또 하나 이효리표 예능을 탄생시켰다.
그룹 핑클로 데뷔해 화려한 솔로 시절과 다양한 예능으로 인기의 정점을 찍는 듯했다. 결혼과 함께 제주도로 거처를 옮기더니 요가를 하고 유기견을 돌보고, 때로는 사회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풀메이크업을 한 모습도, 민낯에 핸드크림을 대강 찍어 바른 모습도 둘 다 이효리다. 강남 한복판에 어울리는 셀렙다운 화려함이 있는가 하면, 제주도 한구석의 동네 언니처럼 수수하다.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언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다. 이효리는 알고 보면 훨씬 더 좋은 사람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