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연을 만끽하기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아이들에겐 흙이나 작은 곤충을 관찰하고 만져보는 경험이 귀해졌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자연의 신비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유튜버가 등장했다. 바로 한국의 파브르 ‘정브르(본명 이정현)’ 이야기다. 정브르는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곤충류는 물론 희귀 동물을 소재로 한 콘텐츠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약 12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유튜브 채널 <정브르>에선 멀게만 느껴지던 동물과 곤충이 대거 등장, 영상으로 접할 수 있다.
“희귀 동물? 무섭지 않아요”
포유류, 파충류, 곤충 등 다양한 생물에 대한 도서 <정브르의 동물일기> <정브르의 곤충일기> <정브르의 파충류일기> 등 ‘일기 시리즈’를 출간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도시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자연을 가까이하기 힘들어졌어요.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있었던 곤충과 동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자라기도 하죠. 이런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생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동물이나 곤충, 파충류를 무섭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더해 책을 출간했어요. 그동안 유튜브에 업로드했던 생물에 대한 스토리를 축소해 쉽게 풀어내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인가요?
시리즈별로 다루는 생물이 다르지만 제가 알게 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정브르의 사육 노하우, 생물에 대한 깨알 정보들이 그것이죠.(웃음) 우선 <정브르의 동물일기>는 동물원 일일 사육사로서 다양한 동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느낀 경험을 담았어요. 제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어요. <정브르의 곤충일기>는 수년간 곤충을 사육하고 보살피면서 얻은 정보를 정리한 책이에요. ‘세상엔 이런 공충도 있다’는 걸 알리는 데 중점을 뒀죠.
유튜브 채널 <정브르>는 126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어요.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도심에서 접하기 어려운 생물을 보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간단한 영상으로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목표예요. 제 콘텐츠를 보면서 자연 속에서 잠시 쉬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고단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길 바라죠.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알고 보면 채널의 구독자 연령층이 굉장히 다양해요. 제 콘텐츠를 보면서 곤충을 사랑하던 어릴 적 추억을 되새겨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사람마다 ‘생명은 소중하다’는 문장을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몸집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생명이 같은 크기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해요.
작은 생명까지 소중하게 대할 줄 알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죠.
특히 정브르가 소개하는 희귀 동물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에요.(웃음)
아무래도 처음 보는 동물이기 때문에 더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희귀 동물을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나 해외에 이런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희귀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서식하는지, 또 어떤 먹이를 먹고 어떠한 생태를 가지며 어떠한 방법으로 번식하는지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언제부터 곤충과 희귀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초등학생 때 혼자 계곡으로 가재를 잡으러 간 적이 있어요. 가재를 잡으려고 돌을 들추던 중 우연찮게 플라나리아를 대량으로 발견했어요.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 자리에서 플라나리아를 채집해 나눠줬어요. 그런데 제가 잡은 생물이 플라나리아가 아니라 거머리였어요.(웃음) 그 사실을 알고 다들 웃음을 터뜨렸죠.
다양한 생물을 소개하는 데 있어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람마다 ‘생명은 소중하다’는 문장을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몸집의 크기와 상관없이 모든 생명이 같은 크기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해요. 작은 개미도 태어난 이유가 있고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생명을 짓밟고 가볍게 여긴다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믿어요. 작은 생명까지 소중하게 대할 줄 알면 인생의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바뀌어요. 또 하루하루 살아가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죠.
그래서인지 유튜브를 통해 생물 구조 작업 과정도 전하고 있어요.
인공 구조물로 인해 수많은 야생동물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맹꽁이를 구조했던 적이 있는데, 구독자의 제보를 받고 출동했어요. 현장에 가보니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인 맹꽁이 수만 마리가 생명이 위급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어요. 밟히고, 수로에 빠져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죠. 1차 구조 작업을 하다가 방대한 작업이 될 거라고 판단해 구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이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셨어요.
구조 현장에서 느끼는 바가 클 것 같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구조를 기다리는 야생동물이 많아요. 인간에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나 작은 발판의 틈새에 끼어 생명을 잃을 위기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해요. 그런 부분이 가장 안타까워요. 사람들이 인간의 눈높이가 아니라 모든 생명을 배려하는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동물들이 다치거나 갇히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 거예요.
정브르의 넥스트 스텝이 궁금해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생물을 생생하게 담아 콘텐츠로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위험한 곳도 있을 테지만, 지구상에서 인간과 공생하고 있는 생물을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요. 또 제가 생물을 소개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삶의 패턴이 달라지길 바라요. 작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작은 물고기, 작은 개구리 등 다양한 생물을 직접 키워보거나 관찰하면서 세상엔 다양한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