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통하는 대치동 학원가
유정임(이하 ‘유’) 두 분의 유튜브 채널을 간략히 소개 부탁합니다.
고대원(이하 ‘고’) 유튜브 <대치동캐슬>의 고대원 대표입니다. 현재 대치동에서 수학과 학습 습관을 지도하고 있고, 더 나은 공부 방법과 학습 습관을 만들기 위한 것들 그리고 교육 현장 전문가들과 만나 인터뷰하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조승우(이하 ‘조’) 저는 유튜브 <스몰빅클래스>의 조승우 대표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게, 좋아하는 걸 잘할 수 있게’라는 모토로 부모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클래스와 ‘D.Nav’라는 교육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초등 꿈 덕질에 대한 프로그램을 담고 있습니다.
유 두 분 모두 학창 시절에는 공부를 아주 잘했고, 명문대를 졸업한 걸로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데는 개인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이 많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교육 유튜브를 운영하다 보면 교육에 대한 생각도 남다를 것 같아요.
고 솔직히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건 엄청난 화제가 된 드라마 <SKY 캐슬>을 보면서 반은 사실이고, 반은 픽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직 대치동 학원 강사로서 진짜 대치동에서 진행되는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보면 어떨까 싶어 관련된 이름을 걸고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사실 대치동이라는 지역이 가진 ‘기대’라는 것이 있긴 합니다. 때론 그것 때문에 불편해지기도 하는 게 사실이고요. 뭐랄까, 학업 성취에 대한 순한 맛보다는 확실하게 결과를 내는 매운맛이 더 통하는 지역이라고 할까요? 쉬운 내용보다는 다소 어려운 내용을 다룰 때 학부모들에게 어필되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대치동의 딜레마였어요. ‘습관’이라는 테마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던 겁니다. 학부모들과 상담하다 보면 비슷한 내용의 상담을 똑같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자 생각했는데, 학습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조 부모의 기대치는 늘 높은 곳에 있죠. 실제로 유튜브 시장에서 교사와 부모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는 콘텐츠는 많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흔치 않다는 점을 차별화했습니다.
유 현장에서 부모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다 보면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느껴지나요?
조 1970~1980년대생 부모들의 인식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입시, 성적’이 가장 중요했다면, 점점 더 성공 기준이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도록 해주는 삶’이라고 말하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 통계 자료에도 2021년 유·초등 학부모 중 대다수가 성공적 자녀 교육은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죠.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 경제적 안정을 찾는 루트를 걸어온 현 부모 세대들이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독서나 글쓰기, 실용적인 영어, 공부 습관, 말하기. 이렇게 성적과 좀 무관하더라도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 역량에 대해 더 역점을 두고 있다고 봐요. 학습에 대한 성취 결과가 아닌, 이른바 ‘순한 맛’으로 인식 변화가 됐다고 느껴집니다.
고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대치동에서 많은 부모를 만나면서 제가 느끼는 변화는 두 가지 흐름으로 정리됩니다. 첫 번째 흐름은 아이들이 다양한 채널로 교육받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게 됐다는 겁니다. 학업 성취에 대한 열망이 떨어졌다는 건 분명 아닙니다. 대치동이나 목동처럼 주요 학군지를 가야만 들을 수 있었던 정보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국에서 온라인으로도 접할 수 있게 됐잖아요. 저희 오프라인 센터도 절반은 전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해외에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런 흐름이 확산되면서 뻔한 진로 외에 다양한 분야로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적성에 맞는 새로운 진로를 만들어가는 거죠. 두 번째 흐름은 시대 변화와 다르게 여전히 정해진 확률의 입시제도가 강조되면서 경쟁의 흐름은 여전하다는 겁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거기에 반해 우리의 입시 및 교육 제도는 느리게 변화하고 있어요. 다양성을 위해 고교학점제 등을 계획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대학 입시라는 한가지로 결과가 모여지면서 아직도 적성보다는 입시에 유리한 쪽으로 많은 선택을 하고 있어요.
피해야 할 학원의 유형
유 달라진 현실 속에서 젊은 부모들의 교육관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고 보는 조 대표님과 여전히 우리 교육은 명문대를 향한 성적 경쟁이 치열하다는 고 대표님이네요. 그렇다면 고 대표님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이 열망하는 성적 중심의 교육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말씀인가요?
고 말씀드린 것처럼 별로 달라지지 않은 교육제도가 쭉 이어지면서 성적이라는 문제가 학부모들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전에 지도했던 학생의 형 경우인데요, 유명 고등학교에서 이과 전교 1~2등을 하던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그 학생이 개인 사정으로 학원을 A에서 B로 옮기니까 그 학교 학생 20명 정도가 따라서 B학원으로 옮겼다는 얘기를 부모에게 들었던 적이 있어요. ‘성적이 올라갈 수 있다면’ 하는 그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얘기죠.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고등학교 내신에서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11%만 받잖아요. 그 벽이 매우 높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성적 중심의 현실 역시 여전하다는 거죠.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과목별로 상위권 학생들, 중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원의 순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그 곳의 입학 테스트를 위한 준비를 별도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 학원의 더 높은 클래스에 들어가기 위해 별도로 또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를 저도 종종 듣습니다만,여전히 피하지 못하는 현실인 듯합니다. 유튜브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을 좀 살펴보고 싶은데요, 유난히 구독 수가 높았던 콘텐츠가 있죠?
조 제 프로그램에서 95만 뷰를 기록했던 콘텐츠가 ‘피해야 할 학원의 유형’이었어요. 대형 학원, 종합 학원, 선행 학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제가 직접 다녀본 경험을 중심으로 콘텐츠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자칫 좋다는 대형 학원에 소문만 듣고 갔다가 성취도가 높은 상위권 아이들에게 인원수만 불려줬던 경험도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종합 학원은 잘 맞지 않았어요. 일부 아이들은 잘 맞을 수도 있지만, 저는 전 과목의 밥을 떠먹여주는 식의 수업이 고등학교에 가서 뭔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손발이 다 잘리는 느낌이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비록 저의 경험이었지만 학원마다 그 유형을 꼼꼼히 분석해 아이에게 잘 맞는 학원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았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많은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게 현실인데, 맹목적으로 다른 아이가 점수를 잘 받았다고 따라서 학원을 선택하다 보면 시간만 낭비하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좌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고 저는 36만 뷰를 기록한 영상이었는데요, ‘중학교 때 잘하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수학이 망하는 이유’에 대한 콘텐츠였습니다. 우리나라 입시에서 수학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잖아요. 내용의 핵심은 이랬습니다. 원래 성적이 잘 안 나올 아이인데 중학교 때는 시험이 비교적 쉽고 90점 이상이면 A를 받으니까 상위권 성적의 층이 넓어 잘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 기본 실력이 드러나면서 고등학교에 가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였죠. 고등학교 가면 1등급이 4%밖에 안 되니까 우수한 성적을 받을 확률이 중학교에 비해 확 줄어들어요. 그래서 중학교 내신 성적을 과신해 공부를 열심히 안 한다거나 낙담해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수학 내용의 본질적인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중학교 때 익혀야 할 개념을 제대로 이해 못 하면서 객관식으로 답을 고르거나 달달 외워 수학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 경우 대개 고등학교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중학교 내신 자체로 무조건 안심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수학 능력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어요. 아주 많은 관심이 쏠린 영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