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주택가에 위치한 한옥에서 도예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양현석(35세) 대표. 이곳에 자리 잡은 지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도자기를 빚는 행위는 그에게 여전히 특별하다. 도예가의 길을 걸은 지 16년이 된 그는 작업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도자기를 빚을 때 유지하는 차분함과 평정을 잃지 않는다.
한옥과 도예라는 조합이 낭만적입니다.(웃음)
개인 작업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4~5개월 동안 마땅한 공간을 찾고 있었어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것처럼 한옥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값비싼 임대 가격에 흠칫했어요. 그렇게 매물을 찾던 중 감사하게도 지금의 온도스튜디오를 발견했고, 상권에 위치한 한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이곳에 자리 잡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주택가여서 고요한 분위기에서 작업할 수 있으니까요.
요즘 도예 클래스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죠.
일상에서 흙을 만지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데, 그 정겨운 질감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흙을 만지면서 직접 촉감을 느껴보고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던 것을 현물로 만드는 뿌듯함이 있다고 말씀해주는 분들이 많아요. 공방 운영 초기와 비교했을 때 점점 다양한 연령대가 도예 클래스 수강을 신청해요. 초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분을 만나고 있어요.
일상에서 쉽게 느끼지 못하는 차분함을 느끼고자 도예 공방을 찾는 사람들도 있나요?
그렇죠. 그래서 수업에 그치지 않고, 결과물을 집에 가져간 뒤에도 도자기를 만들면서 느꼈던 여유와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요. 도자기를 사용하는 동안 공방에서 머물렀던 과정,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던 시간들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물건은 사용하면서 정이 붙는다고 하잖아요. 우리 공방에서 만든 것들이 일상 한편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단 바람이 있어요. 저 또한 개인 작업을 할 때 라이프스타일에 밀접한 작품을 만들고자 해요.
도예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는 창구예요.
흙을 만지는 순간에 집중하면 잡념으로부터 벗어나게 돼요.
한옥 생활은 그 이미지처럼 여유롭나요?
한옥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8년 차인데, 여전히 만족도가 높아요.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에요. 집에서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공방에 있어요. 작업 중에는 오랜 시간 테이블만 내려다보는데 잠깐 숨을 돌리려고 고개를 들 때마다 눈에 담기는 풍경이 위안이 돼요. 한옥이 선사하는 고즈넉함과 특유의 정겨움이 저를 편안하게 만들어요. 물론 비가 새거나 풀벌레가 많다는 단점은 있지만,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점점 많은 사람이 도예와 같은 차분한 취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쁜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요. 제가 도예를 사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잡념에 빠질 틈을 주지 않아요. 작업을 하는 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롯이 그 시간에만 집중하게 돼요. 예전에 도예와 관련한 기사를 읽었는데 “도예는 손으로 하는 요가”라는 문구가 와닿았어요. 요가나 명상처럼 복잡한 마음을 사그라지게 하는 힘이 있어요.
멈춰 가는 시간이 왜 중요할까요?
하루 루틴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은 있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는 거죠.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나아가 필요에 따라 멈추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을 가다듬을 시간을 가지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