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산책하며 바라보면 구석구석이 보입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가 눈에 들어오죠.
도시를 연구하기 전에 도시를 마음껏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도시를 돌아보는 사람, 도시 산책자라는 닉네임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도시 브랜딩을 연구하고 현재 문화도시사업 현업에서 일하는 김상훈 박사의 이력은 독특하다. 처음엔 대홍기획에서 광고쟁이로 시작했다. 그리고 금강제화라는 패션업계로 진출해 마케터로 경력을 쌓았고, 마지막엔 식품 회사 마케터로 있다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박사과정의 긴 시간을 버티고 학위 취득 후 시골의 작은 도시로 내려갔다. 흔히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지역에서 도시 브랜딩업을 시작한 김상훈 박사. 도시 브랜딩에 명실상부 한 획을 긋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주 신관동에서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웰컴투 신관동> 축제 역시 주목받고 있다.
Q 이력이 독특한데 어떤 일들을 했나요?
회사에 다니면서 여행 안내사 자격증을 딴 적이 있어요. 가이드로 4년 정도 전국을 다녔던 경험이 생뚱맞지만, 현재 제 일을 하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광고를 하면서 마케터로 일했던 경험 역시 브랜딩을 제대로 알게 해준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Q 도시 브랜딩을 연구했는데 간단히 설명한다면요?
도시의 상징성을 만드는 작업이죠.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신발의 대표 브랜드가 된 것처럼 도시의 상징물을 통해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Q 이번에 기획한 <웰컴투 신관동>도 도시 브랜딩의 일환인가요?
맞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공주의 대표 브랜드는 백제입니다. 이 밖에 공산성, 무령왕릉,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이 있지요. 사실 젊은 층에게 공주는 재미없는 혹은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하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저는 여기에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심어 넣고 싶었습니다. ‘다양성’ 중에서도 젊음이라는 이미지를 찾고 싶었죠. 공주대학교가 있는 신관동에 ‘다양한 문화=젊음의 문화=재밌는 도시’라는 브랜드 상징성을 구축하기 위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타이틀부터 <웰컴투 신관동>입니다. 이 축제를 통해 나누는 재밌는 경험으로 공주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이 축제를 지속 가능하게 진행해 공주에 새로운 지역 브랜드가 만들어지길 희망하며,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Q 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공주에서 처음으로 공주대학로(도로명) 왕복 4차선을 막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의 반대가 있었고,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던 장소인데 그걸 가능하도록 만들었으니까요. 물론 민원도 많았고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행복했던 점은 시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4차선 대로의 중앙 차로에 앉고, 사진 찍고,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인상 깊었다”, “공주대학로는 오래전 데모 때 최루탄을 터뜨려 막혔던 것 말고는 이런 행사를 위해 도보로 개방된 것은 처음이라 너무 좋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어요.
Q 최근에 전국적으로 문화도시 열풍이 불고 있던데 문화도시란 무엇인가요?
문화도시에 대해 정부에서 정의한 것이 있을 겁니다. 또 실무자마다 의견이 각양각색일 텐데요. 그래서 쉽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저는 문화도시를 ‘구축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을 만들어내 지원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지역민들이 이끌어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한마디로 ‘문화 계몽운동’의 마중물인 격이죠. 예전의 새마을운동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지속하면서 ‘2026년 공주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목표를 가지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도시 이미지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것이고, 이번 <웰컴투 신관동>이라는 축제 기획이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죠. 나아가서는 공주 이인면, 신풍면 등 읍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공주를 알아가고 즐기는 시간이 9시간 이상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Q 2023년 목표는 무엇입니까?
문화도시 2년 차로 접어드는 지역에서 대표 이미지를 만들고, 문화도시로 성공하기 위한 브랜딩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 밖에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해 문화도시대학을 만들고 문화도시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는 도시의 하드웨어 쪽이 아닌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를 만들고 이끌어가기 위한 관련 학과가 대학에 만들어지도록 돕는 데도 힘을 쏟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제 취미가 스쿠버다이빙인데 도시에만 있다 보니 못 한 지 꽤 오래돼 바닷속에 들어가 산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