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와 지내는 방법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뛰겠다는 일념으로 사는 심리 상담사.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상담사로 정해 쭉 공부를 해왔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한 사람만이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심리 상담이라고 생각하면서 많은 이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있다. <마인드 제로> 외에도 <화 내는 엄마에게> <사춘기 살롱> 등의 책을 집필했고, ‘밑미’ 리추얼을 통해 소통해왔다.
심리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상담사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심리 상담사는 기술과 이론적인 지식만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상담사의 정신 건강은 연주자의 악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사의 정신 건강 같아요. 저도 제 삶을 치유하는 데 신경과 시간을 많이 써요. 상담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내담자를 만나야 해요. 알려주는 게 아니라 동행하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물어보면서 가는 거죠. 늘 그 마음을 품고 가려고 합니다.
‘밑미’라는 플랫폼을 통해 MZ세대와도 소통했죠? 그 경험은 어땠나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한 사람 한 사람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 사회 전체의 상담 문화를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밑미 분들과 연결이 됐죠. 밑미 덕분에 20대도 쉽게 상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직 허들은 존재해요. 리추얼은 참여가 높은 반면 ‘심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신청률이 현저히 떨어져요. 세대를 막론하고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상처를 조금씩 드러내고 같이 해결해갈 수 있었으면 해요.
<마인드 제로>는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요?
처음에는 ‘알아차림’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2년 전부터 책을 준비했는데 준비할수록 뭔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죠. 고민만 깊어지다 지난해 하반기쯤 청년 집단 상담을 5회기로 구성해 진행했는데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아차림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자기 안의 상처를 어떻게 돌보고, 미래에 대해 불안을 어떻게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지 알려주려고 했어요.
‘알아차림’은 무엇인가요?
알아차림은 지금 이 순간에 나와 외부를 있는 그대로 보는 거예요.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는 것처럼 그대로 보는 거죠.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내 몸이 어떤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알아차리는 거예요. 이 알아차림이 없으면 나아가기 쉽지 않아요. 알아차린 후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좋은 선택을 하면 돼요. 알아차리는 과정이 없으면 그동안 익숙해진 프로그램대로 내면이 계속 돌아가요. 만약 저 사람이 나를 보고 찡그렸다면 ‘저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나? 역시 난 사랑을 못 받아. 나는 맨날 그래’ 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죠. 그런데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면 저 사람에게 남모를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돼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식으로 나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거죠. 경험이 쌓이면 오래된 내면의 프로그램도 바꿀 수 있어요. 오류를 수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 형성된 내면의 프로그램을 성장한 지금 나에게 맞게 바꿔 레벨 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사춘기 살롱>은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를 상담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일단 사춘기 학생들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사춘기를 ‘중2병’으로 몰아가요. 빨리 지나가길 원하고, 안 좋은 시기처럼 취급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시기죠. 저는 부모들에게 사춘기는 두 번째 기회라고 말해요. 10여 년 동안 아이와 나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돌아보고 마음에 쌓인 미해결 과제가 있다면 함께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부모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아이의 상처뿐만 아니라 부모 마음의 상처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마인드 제로>(SISO)
실제 내담자와의 상담 과정을 5주간의 여정으로 풀어낸 책. 어떤 욕구나 감정의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한 상태를 제로 포인트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