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지성이 돌아왔다. tvN 드라마<악마판사> 이후 딱 1년 만이다. 유독 스크린보다 안방극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지성은 드라마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연기 변신으로 주목을 끌었다. 어느덧 24년 차 배우가 된 그는 데뷔작인 SBS 드라마 <카이스트>(1999) 이후 줄곧 주연배우로 열연하며 일찌감치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에는 <피고인>으로 SBS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섰다. 아내 이보영과 함께 ‘믿보배 배우’ 리스트에 이름을 당당히 올리며 다채롭고 독보적인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성이 2022년 선택한 드라마는 tvN 수목드라마 <아다마스>(극본 최태강·연출 박승우)다.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아다마스’는 다이아몬드의 어원이 된 그리스어로, 드라마는 친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22년 전 사건 뒤에 감춰진 거대 악과 맞서 싸우는 쌍둥이 형제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 MBC 드라마 <킬미, 힐미>(2015)에서 다중인격을 지닌 주인공을 맡아 1인 7역을 소화했던 지성은 <아다마스>에서 또 한 번 여러 명을 연기하는 것에 도전해 연기 내공을 십분 발휘한다. 이번엔 ‘쌍둥이 형제’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한다. 극 중 지성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 ‘하우신’과 중앙지검 특수부 평검사 ‘송수현’을 연기한다. 양아버지를 죽여 사형선고를 받은 친부가 누명을 뒤집어썼다는 정황을 접한 뒤 이를 은폐한 권력을 향해 파고든다. 형 송수현은 친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범을 찾고, 동생 하우신은 살해 증거인 아다마스를 찾아 나선다. 지성은 “1인 2역이라는 배역 자체가 관심을 끌었다. 쌍둥이 형제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드라마에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박승우 감독은 지성의 캐스팅에 대해 “3대가 덕을 쌓아야 이뤄질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기존 수사극과 다른 <아다마스>만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에 “수사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 같기도 하고, 강도 높은 액션도 있고 누아르 같은 지점도 있다”면서 “일종의 ‘장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다마스>에서는 지성 외에도 서지혜, 이수경, 허성태가 열연한다. 지성과 호흡을 맞추는 서지혜는 집안의 파멸을 고대하는 해송그룹 며느리 ‘은혜수’ 역을 맡았다. 허성태는 해송그룹의 보안을 책임지는 ‘최총괄’로 분하며, 이수경은 비밀을 간직한 사회부 기자 ‘김서희’ 역을 맡았다. 최근 <아다마스> 제작 보고회에서 지성을 만나 드라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훌륭한 배우이자 훌륭한 사람”
<아다마스>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1인 2역이란 배역 자체에 관심이 갔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수현과 우신의 매력에 푹 빠졌다. 쌍둥이 형제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다마스’라는 다이아몬드 화살을 찾는 판타지적 요소가 좋았다.
이번엔 1인 2역이다.
쉽지 않더라.(웃음) 과거에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1인 7역의 다중인격 캐릭터를 소화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다중인격이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7가지 캐릭터를 표현했다. 이번에는 일란성쌍둥이다. 시작점부터가 다르다. 두 인물이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점을 극대화해 표현했지만 쉽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우신의 조력자로 출연하는 서지혜와는 드라마 <김수로>(2010) 이후 12년 만에 재회했다.
서로 건강하게 잘 지냈기에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감회가 새롭고 반가웠다. 연기하다 보니 예전에 같이 연기했던 리액션이 있어 반갑더라. 지혜 씨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자체가 ‘은혜수’였다. 마치 세월을 얘기해주듯 아름답게 변한 지혜 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지혜 역시 “두 번씩 작품을 같이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렇게 지성 선배를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고 좋았다. 같이 한번 해봐서 편안한 느낌이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다마스>를 연출한 박승우 감독은 지성에 대해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박 감독은 “지성이 작품에 매료돼 나보다 먼저 캐스팅돼 있었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도 스물세 번씩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배우이며 그에 앞서 훌륭한 사람이다. 쌍둥이 캐릭터이니만큼 벌써 수개월 동안 주인공 두 명 분량의 스케줄을 소화해내고 있는데 놀라운 연기력, 좀처럼 지치지 않는 열정과 체력으로 촬영장에 줄곧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다정한 사람이다”라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박 감독의 공개 고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형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지성이라는 배우는 굉장히 똘똘하다”며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해주는 분이라 작업하면서 의지도 많이 하게 된다. 형을 사랑하게 됐다”는 말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연출을 맡은 박승우 감독이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감독님이 평소에도 칭찬을 많이 해준다. 나도 누군가가 좋거나 칭찬하고 싶으면 그분 앞에서 칭찬하는 스타일인데 감독님도 그렇다. 덕분에 자신감이 더욱 생겼고, 이 작품을 대하는 마음 역시 사랑으로 똘똘 뭉칠 수 있게 됐다. 여러모로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함께 출연하는 이수경 역시 촬영하면서 지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적인 것뿐 아니라 기술적인 지식도 상당하다. 전지적 작가의 시점에서 도와준다. 카메라에 잘 나오는 각도까지 알려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에 지성은 “이수경 배우와 극 중에서 많이 뛰어다녔다”며 “처음엔 내가 배려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나보다 더 빨라서 깜짝 놀랐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1인 2역, 쌍둥이 형제 역할이다 보니 나는 나를 그리면서 연기해야 한다.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아무도 없는 데 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그게 CG 작업을 통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명장면이라고 한다면, 나한테는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다.
<아다마스>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뜬금없지만 ‘사랑’인 것 같다. 뭔가 ‘끈’같이 연결돼 있다. 형제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알겠지만 정말 절실하게 그걸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보다 보면 쌍둥이 형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다이아몬드 화살을 찾는 판타지 역시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시청자들도 함께 ‘아다마스’를 찾아보면 흥미로울 것이다.
감독님이 평소에도 칭찬을 많이 해준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