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서 음식 솜씨만큼이나 맛깔난 입담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요리 연구가 홍신애. 현재 서울 논현동에서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인 홍신애 솔트를 운영하고, 각종 방송 출연과 강연은 물론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며 요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요리 외길 인생을 걸어온 것만 같은 그녀지만 요리가 아닌 음악을 전공했다는 사실. 전공했던 음악 대신 마음을 움직였던 요리 분야로 진로를 과감히 바꿨다. 늦은 시작이었던 만큼 갖은 노력 끝에 현재의 요리 연구가 홍신애가 탄생할 수 있었다. 현재는 요리 연구에 그치지 않고 레스토랑 운영부터 외식 사업까지 끊임없이 도전하며 요리에 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전공과 전혀 다른 진로를 선택하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전공은 음악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어요. 꾸준히 관심을 가져서인지 우연한 기회가 생겨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게 됐죠. 방송 소품으로 활용하는 음식을 만들고, 스타일링하는 작업 위주로 했는데 재밌더라고요. 30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방식도 잘 모르고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수많은 경험이 쌓인 지금은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 식당도 운영하고 컨설팅도 하고 있어요. 현재 롯데그룹의 외식사업체인 롯데GRS의 한식 브랜드를 맡고 있습니다.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다가 식당을 오픈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홍신애 솔트를 운영하기 전에 쌀가게 by 홍신애를 오픈했어요. 갓 도정한 쌀로 그때그때 밥을 지어 제공하는 콘셉트의 한식당이었죠. 식당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어떻게 보면 단순해요. 외식할 때마다 밥에 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일반 식당은 밥을 대량으로 지어 미리 온장고에 저장해두죠. 그렇게 되면 밥을 지은 지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 손님 밥상에 오르기도 하는데 갓 지은 밥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죠. 온전하게 제대로 지은 밥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에 제가 품질 좋은 쌀을 골라 매일 도정까지 직접 하면 더 맛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현재는 쌀가게 by 홍신애는 운영하지 않고 홍신애 솔트만 운영하고 있어요.
그동안 요리 연구가와 셰프로 활동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느 하나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매일 매 순간이 특별해요. 홍신애 솔트를 방문한 손님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감동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 깊고 기쁜 일이죠.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음식으로 만족과 감동을 드리고 싶어요.
음악, 요리,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는데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앞으로도 꾸준히 요리와 관련된 분야에 매진하고 싶어요. 그동안 음식을 연구하고 요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당을 운영해왔고, 최근에는 밀키트 사업을 시작했어요. 밀키트 사업 자체가 어렵고 복잡하지만 식당 운영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요. 단가와 좋은 재료 그 사이의 간극을 맞추는 과정이 힘들지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식 밀키트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준비했어요. 홍신애 김치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해 제일 좋은 국내산 재료로 열심히 생산하고 있고, 금돼지식당과 삼원가든에 납품하고 있어요. 더욱더 다양한 식당과 업체로 영역을 넓혀 많은 이들이 외식할 때도 좋은 김치를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당분간은 김치와 밀키트, 이 2가지 사업에 주력할 생각이에요.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은 뭔가요?
대체적으로 비비드한 컬러감과 톡톡 튀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패션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등도 마찬가지예요. 그 때문에 제가 운영하는 홍신애 솔트의 대문도 샛노란색으로 칠했죠. 10년 전 오픈할 때만 해도 식당에 이런 색깔을 쓰는 것이 대단히 낯선 일이었거든요. 오죽하면 지인들이 장난으로 놀리기도 했어요. 옷을 스타일링할 때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색을 믹스해 컬러풀한 룩을 즐겨 입어요. 덕분에 지금은 저의 캐릭터가 컬러풀하고 밝게 자리 잡아 지인들이 색감이 화려한 옷을 보면 홍신애만 소화 가능한 옷이라고 콕 짚어 얘기하기도 해요. 직업 특성상 조리복을 늘 입고 있기 때문에 저만의, 홍신애 솔트만의 스타일을 녹여낸 특별한 조리복을 입고 있답니다. 독특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 뿌듯해요.
가장 즐겨 입거나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은 뭔가요?
가방은 명품도 갖고 있긴 하지만 제 일상에서 식재료 구입 등 장보기가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에 여지없이 큼지막한 사이즈의 가방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어요. 장바구니 대신 빅 백을 들고 다니면 이런 갑작스럽게 생기는 짐을 담을 수 있어 간편해요. 또 비닐봉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가방 역시 밝은 컬러를 선호하고, 소재를 다양하게 선택해 큰 사이즈만 드는 것에 대한 갈증을 풀곤 해요.
가장 애정하는 패션 브랜드를 꼽아본다면요?
단연 앤디앤뎁! 디테일이 여성스러우면서도 상당히 프랙티컬하고 움직임이 편한 캐주얼 룩을 선보이는 브랜드예요.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일상복은 물론 단정한 오피스 룩으로도 손색없는 옷이 많아요. 같은 이유로 럭키슈에뜨도 선호해요. 저는 활동성을 중시해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스포츠 의류도 즐겨 입는 편이에요. 구찌나 에밀리오 푸치도 좋아해요. 하나둘 떠올리다 보니 주로 여러 가지 컬러를 다채롭고 비비드하게 풀어내는 브랜드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현재 위시 리스트에 추가한 아이템이 있나요?
다이슨에서 새롭게 출시한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 컴플리트가 좋아 보이더라고요. 사용법도 쉽고 브러시가 다양해 혼자서도 다양한 헤어 스타일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곱슬머리라서 모발이 많이 구불구불한 데다 머리 손질이 서툰 편이라 하나 장만할까 생각 중이에요.
스킨케어 루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퇴근 후 집에 오면 꼼꼼하게 세안하고 비타민 C와 수분 세럼을 같이 발라요. 일주일에 1번 정도는 얼굴에 팩을 얹어 보습 집중 케어를 하기도 해요. 데일리 케어 외에 별도로 피부과나 에스테틱에서 관리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거창한 피부 관리법은 따로 없어요. 신경을 많이 못 쓰는데도 불구하고 피부가 탱탱하고 좋은 편이여서 부모님께 늘 감사하고 있어요.
뷰티 아이템 중 재구매할 정도로 만족하며 사용하는 인생템을 하나 꼽아주세요.
닥터제코리의 수분 세럼이요. 피부를 촉촉하면서 탄탄하게 가꿔주더라고요. 제 피부 건강의 일등 공신이에요. 사용한 지 1년쯤 됐는데 바를 때마다 피부 컨디션이 좋아져 만족하면서 쓰고 있어요. 다만 가격이 살짝 사악해 아껴 쓰고 있죠.
좋아하는 향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향수를 좋아하지만 매일 즐겨 사용하지는 못해요. 매일 출근하는 곳이 요리하는 식당이다 보니 향수는 사용해서도 안 되고 사용해봤자 무용지물이거든요. 하지만 쉬는 날이나 약속이 있는 날은 향수를 꼭 사용하는데, 주로 플로럴 계열의 묵직하지 않고 가벼운 향을 뿌려요. 상큼한 인상을 주는 프루티 플로럴 계열도 좋아해요. 브랜드를 꼽자면 아뜰리에 코롱과 조 말론, 구찌의 향수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에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비타민 D가 포함된 종합 영양제, 오메가-3, 유산균 이 3가지는 매일 필수로 챙겨 먹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꼭 10분에서 20분이라도 트레드밀 위에 올라가서 운동하고 살짝 땀을 내요. 사실 이렇게 아침에 잠깐 운동하는 게 제 체력의 비결이기도 해요. 혈액순환이 되면서 몸이 가뿐해지거든요.
레시피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궁금합니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과 책자를 매일 챙겨 보고, 다른 사람의 음식도 많이 먹어봐요. 시장에 가서 새로운 재료를 살펴보기도 하죠. 새로운 레시피에 대한 영감은 직간접적인 모든 경험이 종합적으로 모여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늘 배우고 느끼고 도전하고 있답니다.
최근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뭔가요?
새로운 것을 먹고 경험하는 게 제 일이라 음식이 질릴 법도 한데, 워낙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매일 먹어도 다 맛있어요.(웃음) 그러다 보니 가장 맛있었던 음식에 대한 질문이 제일 어려워요. 오늘 먹은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음식을 꼽아보자면, 제가 직접 양지머리와 아롱사태를 삶아 만든 수육이에요. 홍신애 솔트 식구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와인을 한잔 곁들여 먹었는데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맛이었죠.
쉬는 날에는 주로 뭘 하며 지내나요?
휴일엔 유니폼이나 리넨 등 가게 패브릭을 세탁하고, 가게와 집 안 청소를 해요. 복잡했던 머릿속도 비워지고, 가게와 집이 깨끗해지는 걸 보며 마음도 같이 정화되죠. 이렇게 빨래와 청소를 다 하고 나면 산책을 나가요. 동네를 걷기도 하고, 조금 멀리 나가 남산이나 시내를 걷기도 해요. 산책하며 새롭게 오픈한 식당들도 들여다보고 다른 먹거리도 살펴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답니다.
요즘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뭔가요?
홍신애 김치를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작은 용량의 제품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어요. 1kg 정도로 제작하고 싶은데, 김치는 포장 용량이 작으면 익는 속도가 빨라져요. 소용량 패키지에서 김치가 빨리 익는 현상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예요. 또 홍신애 솔트에서 자체 생산하는 가정식 밀키트 레시피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앞으로도 더욱더 잘되면 좋겠어요. 홍신애 솔트도 계속 안정적으로 잘 돌아가면 좋겠고, 가정식 밀키트와 홍신애 김치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려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해외 출장차 수많은 나라를 방문했는데 업무를 위해서가 아닌, 다시 여행으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곳을 많이 가봤어요.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괌이에요. 거기는 단 한 번도 일하러 간 적이 없고 정말 오롯이 놀러만 갔었어요. 괌에 가면 저희 식구들은 항상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 정글에 있는 보트 하우스를 하나 빌려요. 바다 위에 떠 있는 별장 같은 곳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뒷마당으로 나가 바다에 풍덩 다이빙한 후 스노클링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러곤 냉장고에 가득한 식재료를 야금야금 요리해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조용히 보내죠. 작은 카누를 타고 노를 저어가면서 바다 탐험도 하고, 근처의 작은 섬에 가보기도 하며 여러 가지 모험을 가족들과 함께 즐겨요. 물고기도 원 없이 구경하고, 거북이랑 같이 수영도 하는 특별한 경험도 해요. 근사한 휴양지에서의 화려한 여행도 좋지만 괌의 시골 한편에서의 경험도 인상 깊게 남는 것 같아요. 단점을 하나 꼽자면 여기는 근처에 가게나 시장이 없어 시내에서 장을 한꺼번에 많이 봐서 들어가야 해요. 그래서 먹는 게 어찌 보면 부실할 수도 있어요. 괌 자체가 식문화가 우수한 지역은 아니기도 하죠. 그렇지만 제가 여기를 인생 여행지로 꼽는 이유는 도시에서의 번잡한 환경과 업무에서 벗어나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