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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를 준비하는 자세

선행 학습도 해야 하는 학생들은 오히려 방학 때 더 바쁘다. 2학기 공부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On August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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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임(이하 ‘유’) 방학마다 열리는 각종 특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동영(이하 ‘김’) 원론적으로 말하면 사실 방학은 학생들이 교과 학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시간으로 주어진 거잖아요. 그런데 이젠 집중적으로 교과 선행을 진행하는 기간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선행 학습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과목은 단연 수학입니다. 1학기 수학 성적과 아이가 수학 공부로 받은 스트레스를 놓고 보면 특강을 꼭 들어야 할 것처럼 여겨지거든요. 하지만 선행으로 2학기 과정을 공부한 아이라면 정작 2학기 중에는 내년도 1학기 과정의 선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불안감이 만든 선행의 고리가 이렇게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볼 때 외려 학습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방학 특강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휴식과 집중의 리듬이 깨지면서 효율적인 공부 습관을 갖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백재훈(이하 ‘백’) 사실 방학의 의미는 학년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중3이나 고3의 경우 여름방학이 매우 바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흔히들 입시가 겨울에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3 학생들의 수시 원서 접수가 9월 13일부터 시작되는 걸 감안하면 수능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이 시기는 입시에 정말 중요합니다. 과학고의 원서 접수도 8월부터니까 여름방학이야말로 본격적인 대입과 고입이 시작되는 시기죠.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코앞에 둔 고3 학생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고등학교와 중학교 진학을 앞둔 중3과 초6 학생들도 여름방학은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시기입니다.
방학마다 특강에 의존하는 학습 태도가 문제란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초6과 중3의 경우 방학 중 선행 학습이 일정 정도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교과과정을 접할 때 적응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선행 학습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주의할 점이 있는데, 방학과 남은 2학기 동안 무리하게 선행 진도를 뽑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5~6년 전만 해도 중3 학생이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모두 마치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진도 중심의 무리한 선행은 다들 지양하는 추세입니다. 현실이 달라졌다는 거죠. 수능에서 수학의 난이도를 어렵지 않게 조정하고 있고, 특히 대입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1년 정도의 선행만을 단단하게 다지고 간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 게 진도를 많이 앞서가는 것보다 한결 효율적입니다.

학원에서 하는 방학 특강을 단기적 선행의 의미로만 생각한다면 부작용도 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선행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방학이라는 한정된 기간 내에 과도한 진도를 나가려고 하는 욕심이 걸림돌이 되는 거죠. 보통 여름방학은 4주 내외이고, 겨울방학은 5~6주예요. 제한된 시간에 보통 1학기에서 2학기 정도의 범위를 끝내게 되는데, 이걸 반드시 다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문제라는 거죠. 학원에서도 단기간에 무리한 진도를 나가는 것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강 동안 교재와 진도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죠. 게다가 학원 간 경쟁에서도 진도를 더 많이 나가는 학원이 우수한 학원처럼 포장되기 때문에 학습의 효율성이 다소 떨어짐을 알면서도 무리한 특강을 진행합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너무 빠른 진도와 학습량에 스트레스를 받죠. 충분히 학습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마무리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예요.
방학은 마음의 여유도 가지고, 자신의 학습 취약점을 돌아보면서 보완해가는 시간이 돼야 하는데 학기 중보다 더 시간에 쫓기는 시기가 돼버렸죠. 한마디로 학원 진도 따라가기 급급하다 보니까 진짜 중요한 자기 주도 학습 습관 형성이 더 힘들 수도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이런 특강의 효과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낸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춘 학생이 결국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건 당연한 이치죠.
그렇습니다. 부모나 학생이나 학습에 있어서는 좀 길게 내다보고 더 넓은 관점에서 보려는 생각의 전환이 매우 필요합니다. 상투적이긴 해도 지금 당장의 교과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결국은 아이들의 미래고 꿈이잖아요. 그 미래를 이루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거니까요. 방학이라는 기간에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고, 자신이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인물을 탐색할 시간을 준다거나, 관심 있는 장소를 방문하게 한다거나 하는 여유가 다음 학기 내신 성적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학기 중에는 그런 시간을 잠깐도 갖기 너무 힘드니까요. 저 역시 어린 시절에 방학이면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던 경험이나 그때 보고 들은 것들이 살면서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 어른이 되고 나니 새삼 더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방학 중에 지속적인 학습 습관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학은 그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죠. 자신이 정한 일정에 따라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방학 중에 잡아줘야 합니다. 방학이 학기 중과 다른 점은 여유 있게 학습 일정을 짤 수 있다는 거죠.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가령 중학교 과학 과정에서 발전기의 원리에 대해 회전하는 영구자석 주변에 코일을 설치하면 전자기 유도 현상이 발생해 전류가 흐른다고 배워요. 학기 중에 그 지식을 이해했다면, 방학 중에는 왜 전자기 유도 현상이 발생하는지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짬을 갖게 해주는 거죠. 물론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탐색 과정 속에서 고급 물리 이론이 적용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학습 내용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면 탄탄한 자신만의 자산이 늘어나죠.

말씀을 듣고 보니 이번 방학에는 억지로라도 좀 여유를 가지도록 해줘야겠다 싶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이제 곧 개학입니다. 1학기 여름방학 후에 맞이하는 2학기 학습 대비, 어떤 전략으로 해야 할까요?  

긴장감 떨어지는 2학기 ‘학습 전략’

다시 또 공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 이제 2학기에는 중등 과정의 수학일 경우 도형과 기하에 관련된 단원을 배웁니다. 특히 이 단원은 학생들이 더 어려워하고, 고등수학의 삼각함수와 연결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기초를 확실히 다지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중1은 기초적인 도형을 다루고, 중2는 도형의 성질을 배웁니다. 중3 과정에서는 삼각비를 배우죠. 고등학교 과정에서 기하를 선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도형과 삼각함수는 수학과 과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개념이에요. 그러니 이 점을 명심해 2학기 수업 내용에 신경 써야 합니다. 무엇보다 틈틈이 책 읽기를 통해 문해력을 키우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문해력의 격차는 성적의 차이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어 교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수능 국어 영역 2등급 수준의 학생들을 경계로 문해력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일상적인 독서로 탄탄한 문해력을 갖춘 데 반해 당장의 시험 성적에 급급한 중상위권 학생들은 문해력에서 현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그 격차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국어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습 능력의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 문해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2학기 틈틈이 책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책을 읽는 게 어렵다면 신문 칼럼이든 짧은 기사든 무엇이라도 문장을 읽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학기 얘기를 하다 보니 저는 이 점을 꼭 말하고 싶어요. 2학기에 대개 학교에 가보면 반 배정이 바뀌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1학기에 비해 학습의 집중도가 떨어지기 쉽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아이들이 이미 한 학기를 함께 보냈기 때문에 친구들과 너무 친해져 있는 상황이죠. 그러다 보니 긴장감이 다소 떨어져요. 이럴 때일수록 학습 습관이 흐트러지기 쉬운 만큼 적절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아, 그렇겠네요! 그 점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소한 문제 같지만 학습에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긴장이 풀어지면 의욕도 떨어지니까요. 이럴 때는 선배들이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에 나서는 모습은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가까운 선배의 사례를 들려주면서 구체적인 진로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옆집 ○○형은 △△고등학교에 지원한다던데 네 생각은 어때? 너도 혹시 그런 쪽에 흥미가 있니?”라는 식의 관심 어린 말 한마디가 의외로 학생들에게 주위를 환기하는 중요한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꾸준한 학습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이런 사소한 점을 놓치지 않고 챙기는 게 2학기를 대비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2학기는 정말 빨리 지나가거든요. 게다가 한 학년이 끝나는 연말도 곧 다가와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 아이가 한 학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 같습니다.

김동영
㈜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연구소 대표
전 ㈜타임교육 학원사업본부장
전 시사저널 교육 주간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전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 PD
전 (재)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9월호
2022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