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일라이(본명 김경재·31세)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 지연수(42세)와의 결혼 생활 내내 매정한 남편이었으며, 부성애가 없는 아빠였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확산됐다. 입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TV조선 예능<우리 이혼했어요 2>(이하 <우이혼 2>)를 통해 보여진 일라이의 모습은 달랐다. 이혼 후 2년 반 만에 다시 마주한 전처에게 먼저 대화를 요청했고, 해묵은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아들 김민수(6세) 앞에서만큼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아빠였다. 그렇게 그를 둘러싼 오해가 조금씩 풀려갔다. 최근 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정착한 일라이가 <우먼센스> 인터뷰에 응했다.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놨다.
제가 방송에 출연한 이유는요…
<우이혼 2>를 통해 오랜만에 대중을 만났어요.
출연 제안을 받고 한동안 고민했어요. 미국에 겨우 정착했는데 다시 대중 앞에 서는 게 올바른 선택인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 특히 한국에서 저와 제 부모님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한 번 더 상처를 받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결론적으론 방송에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민수와 가족을 향한 제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달된 거 같아요.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아들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싶었어요. 아빠가 민수를 버리고 떠난 게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죠. 이혼 후 줄곧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저 자신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는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으로 가서 민수라도 한 번 더 봐야겠다는 마음에 방송 출연을 결심했어요. 또 한 번쯤은 저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싶었어요. 여느 이혼 부부처럼 저희도 개인적인 이유로 헤어짐을 선택했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연수 씨와 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데 저와 연수 씨를 향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끊이지 않더라고요. 그동안 이혼을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제 말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게 되진 않을까 우려했어요.
아들 민수와 2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에서 많은 시청자가 함께 눈물을 흘렸는데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지금 다시 떠올려도 마음이 아려요. 여건상 민수와 만나지 못했지만 힘들 때마다 민수 생각을 하면서 버텼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민수예요. 그런 제 마음을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많은 분이 궁금해합니다. 애초에 전처인 지연수와 재결합 의사가 있었나요?
사실 다시 잘해볼 마음으로 입국했어요. 이혼한 뒤 홀로 지내면서 저 자신이 많이 변했거든요. 결혼 생활 당시의 저를 돌이켜보면 철이 없었어요. 누군가가 저를 싫어할까 봐 두려웠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봐 작은 일도 거절하지 못했어요.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의 저는 싫은 건 싫다고 말하자는 주의예요. 이혼 후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저를 떠날 사람들은 전부 떠났어요. 많은 걸 잃으면서 두려움이 사라졌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어요. 그래서 변화된 마음으로 가정을 다시 봉합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풀리지 않은 갈등으로 다투고, 여전히 제자리에서 의견 조율이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결합은 어렵겠다고 판단했어요.
지금은 어떤 마음인가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연수 씨의 삶을 응원하기로 했어요.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 연수 씨와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어요. 하지만 인연을 이어갈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헤어짐을 선택했죠. 이번에 만나서 많은 앙금이 풀렸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이제는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 둘과 민수에게 좋다고 생각해요.
방송 이후 두 사람의 사생활과 관련해 많은 얘기들이 있었어요.(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이진호>의 유튜버 이진호는 지연수가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사치를 부렸다는 주장과 더불어 지연수가 아버지를 교수라고 사칭했다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연수 씨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 생활 중에 생긴 잡음들이 저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급적이면 연수 씨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장 큰 걱정은 민수가 피해를 입게 되는 거예요. 엄마와 아빠가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에 민수가 성장 과정에서 상처를 입게 된다면 마음이 무너질 거 같아요.
결론적으로 <우이혼 2>는 일라이에게 어떤 것을 남겼나요?
연수 씨와의 관계가 개선됐어요.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부부 관계일 때 발생하는 다툼과 이혼 후의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결혼 생활을 할 때는 ‘싸워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죠. 또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느라 제 마음을 돌보지 못했어요. 이제는 저 자신이 아니면 저를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불편한 상황이 생겨도 회피하지 않고 제 입장을 전달해요. 갈등을 직면해야만 해결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연수 씨와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했어요.
하지만 인연을 이어갈 수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헤어짐을 선택했죠.
이번에 만나서 많은 앙금이 풀렸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결혼과 이혼이 남긴 것
일라이는 지난 2015년 11살 연상 레이싱 모델 지연수와의 혼인신고 소식을 전했다. 당시 그의 나이 24살이었다. 아이돌 그룹 유키스로 활동하던 때 알려진 그의 결혼 소식은 세간의 화제였다. 일라이는 결혼 소식 발표에 앞서 5년간 지연수와 비밀리에 연애를 이어왔고, 결혼 발표 전인 2014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2016년 아들 김민수를 품에 안았다. 일라이는 현역 아이돌 가운데 이례적으로 기혼돌이라는 타이틀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두 사람의 이혼 소식은 결혼 6년 만인 2020년 11월 전해졌다.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혼인신고를 했어요.
지금도 멤버들과 당시 소속사에 미안함이 있어요. 하지만 제 인생만을 생각했을 때 결혼은 후회할 만한 선택이 아니었어요. 제가 결혼 소식을 발표할 때만 해도 아이돌의 결혼은 물론 공개 연애까지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았어요. 업계 분위기를 이해하지만 평범한 연애를 하지 못해서 연수 씨에게 미안했어요. 그러던 중 아이가 생겼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어요. 오랜 기간 설득 끝에 소속사와 합의했고 늦었지만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밝힐 수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소속사에서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큰 힘이 되는 사람이라서요.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좋은 사람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 큰 행복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작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두려움은 없었어요.
이혼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궁금합니다.
의견 차이 때문이에요. 연애 기간과 결혼 생활까지 10년 동안 갈등이 쌓였어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서로 지치는 상황에 이르렀죠. 결정적으로 경제적인 위기에 직면하면서 가정의 불화가 심화됐어요. 당시 한국에서 생계유지가 어려워져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했어요. 가족들과 상의 끝에 연수 씨와 아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함께 미국으로 떠났어요. 아버지가 운영하는 현지 식당에서 일할 계획이었죠. 저와 부모님은 미국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어 익숙했지만 연수 씨는 아니었어요. 낯선 환경과 언어 장벽 때문에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다툼이 잦아졌고 결국 헤어지기로 했어요.
이혼 후 가장 힘들었던 것을 꼽으면요?
부모님에 대한 비난이요. 저와 연수 씨는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으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모님까지 질타를 받게 됐어요. 부모님의 지인들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결혼 생활을 할 때도 부모님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어요. 연수 씨와 어머니가 갈등을 빚을 때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죠. 어머니와 연락을 끊어야만 가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결국 연수 씨와 어머니 모두 저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어요. 이혼 후 미국에서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동안 몰랐던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지난날의 섭섭함을 풀었어요.
결혼과 이혼으로 배운 점이 있나요?
누구도 원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요. 갈등은 어느 한쪽이 틀려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면서 생겨요. 과거를 떠올리면 다름을 인정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와 다른 사고를 가진 사람들에게 적대적이었어요. 이제는 모든 사람의 생각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믿음이요. 부부 관계에서 신뢰를 잃는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같아요. 믿음이 사라지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어요.
일라이의 인생에서 이혼은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성장통이요. 이혼 후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요. 오랜 시간 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혔어요. 어릴 때부터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받은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압박도 심했죠. 매 순간 그 누구도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한창 활동하던 시기가 잘 기억나지 않아요. 오늘보다 미래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한 탓이에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오늘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지금 이 순간 제게 벌어지는 일들을 충분히 느끼고 감상하는 게 건강한 삶이더라고요. 깨달음을 얻게 된 후로는 현재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웃음)
좋은 인연을 만나면 시작하고 싶어요. 다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연애는 하고 싶지 않아요.
일라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서로 윈윈하는 사랑이요.(웃음)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 만났을 때 좋은 기운을 나눠주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사랑이 있을까요? 인간에겐 자신만이 채울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달라고 갈구하기보다 자신을 돌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죠.
예전에는 명품과 근사한 차, 더 많은 돈에 집착했어요.
그런데 돈, 인기, 사람까지 전부 잃고 나니 그게 별게 아니더라고요.
진짜 부자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비로소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어요
일라이에게 결혼과 이혼은 뼈아픈 기억인 동시에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로 남았다. 곁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떠나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삶의 태도를 재정비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난 빈자리를 자존감으로 채웠고,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알게 됐다. 그렇게 단단해진 31살 청춘 일라이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 정착했다고 들었어요.
<우이혼2> 촬영을 마치고 미국 생활을 정리했어요. 미국에서 요식업에 종사했는데, 운 좋게 한국에서 식당을 운영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올해 말 한국식 스테이크와 칵테일 바를 함께 선보일 계획이에요. 총괄자의 역할은 처음이라서 떨리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요.
일라이의 방송 활동을 기대하긴 아직 이른가요?(웃음)
논란이 불거질 만한 방송은 민수를 위해서라도 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방송이라면 고민해볼 거 같아요. 평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과 인생에 대해 논하는 데 큰 흥미를 느끼죠. 그래서 한동안 팟캐스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싶었어요.(웃음)
유키스 멤버들과는 연락하고 지내나요?
동호와 알렉산더 형과는 여전히 돈독한 사이예요. 유키스 원년 멤버이다 보니 통하는 부분이 많아요. 사실 활동하던 시기에 가장 많이 티격태격했던 두 사람이에요.(웃음) 오랜 시간 싸우고 화해하길 반복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됐고, 지금은 ‘찐친(진짜 친구)’이 됐어요. 동호의 아이가 민수랑 동갑이에요. 그래서 하나의 공통분모가 더 생겼어요. 알렉산더 형은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예요.
사진 찍기가 취미라고 들었어요.
오래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순간을 카메라로 기록해요. 특히 삶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커요. 예를 들어 환경미화원이나 시장 상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생기가 느껴져요.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 순간이요. 1년 전부터 작은 돌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감사함을 표현하는 돌인데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두고 그 돌이 만져질 때마다 감사한 것들을 이야기해요. 거창한 건 아니에요.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어 감사하다거나 아픈 데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표현하죠. 돌을 두고 온 날엔 가방 속에 항상 넣어두는 핸드크림이나 이어폰으로 대체해요. 신기하게도 감사함을 표현하다 보니 매사에 감사할 일이 생겨요.
본인만의 마인드 컨트롤 기법이군요.
내면의 힘을 믿어요. 예전에는 명품과 근사한 차, 더 많은 돈을 손에 쥐는 데 급급했어요. 그런데 돈, 인기, 사람까지 전부 잃고 나서 보니 별게 아니더라고요. 언제든 사라질 것들에 집착하는 건 무의미해요. 이젠 내 마음이 여유롭고 풍족해지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진짜 부자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끝으로 일라이는 어떤 사람이고 싶어요?
평범한 사람이요. ‘일라이 알고 보니 별거 없더라’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동안 저에게 기대했던 모습과 제 실제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실망하는 분을 많이 봤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솔직한 게 잘못인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앞으론 기대했던 바와 다를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주고 싶어요. 평범하고 솔직한 모습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