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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첫 기자회견

그동안 출근길에 기자들과 약식 기자회견을 해왔던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초 예정됐던 기자회견 시간은 40분. 하지만 이를 넘겨 54분간 진행됐다.

On August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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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 보니

지난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후 100일간은 ‘허니문’이라고 불릴 만큼 지지율이 50% 이상, 최대 70%대 초반까지 고공 행진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임 초 50%대였던 지지율이 취임 100일 만에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취임 100일째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사례는 광우병 파동으로 촛불 집회가 열렸던 이명박 정부가 유일할 정도다. 허니문을 발로 차버린 것은 윤석열 정부가 인사, 정책, 발언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초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달라진 모습’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정권 지지율은 다시 높일 수 없다”는 정치권의 불문율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 50%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정치인들 간의 갈등은 윤석열 정부를 흔드는 뇌관이라는 평이다.  

차가운 국민 시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겨우 지지율 30%선을 회복했다. 뉴스핌의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8월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95% 신뢰 수준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긍정 평가는 전 주보다 0.7%p 오른 30.2%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등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29.5% 등으로 나타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조금 회복한 셈이다.

하지만 부정 여론이 여전히 배 이상 높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 동기 대비 0.4%p 내린 67.6%를 기록하며 국민 3명 중 2명꼴로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모든 연령대와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더 높았고,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57.4%로 긍정 평가와 10%p 이상 격차를 보였다.

왜 이렇게 국민들은 취임 100일이 된 윤석열 정부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걸까? △검찰 편중 인사 △김건희 씨 지인 외교 행사 동행 논란 △윤석열 대통령 부적절한 발언 논란 △윤핵관 정치인 및 국민의힘 내분 논란 △교육정책 혼선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음주 운전 이력 등이 논란이 되자 “앞 정권(문재인 정부)과 비교해보라”는 식으로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박순애 부총리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등 국민이 원치 않는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셌다. 대선 공약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 과제에도 없던 정책이었기 때문. 박순애 전 장관은 8월 2일 “국민이 반대하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며 꼬리를 내렸고,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6일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7월 마지막 주에는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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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골쇄신’ 내걸었지만

초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국정 운영 철학을 내비쳤던 윤석열 대통령. 하지만 취임 100일 만에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입장을 내놓아야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골쇄신의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또 “(국민들의) 쓴소리도 경청하겠다”며 낮은 지지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날 당초 예정됐던 기자회견 시간은 40분. 하지만 이를 넘겨 54분간 진행됐는데 윤 대통령은 21분간 모두 발언 후 11개의 질문을 받아 33분간 답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국민의 뜻이고 둘째도 국민의 뜻”이라며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한 치도 국민의 뜻에 벗어나지 않도록 그 뜻을 잘 받들겠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과의 소통 강화 의사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가장 정확하게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했다”며 “경제 기조를 철저하게 민간 중심, 시장 중심, 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상식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해 반도체, 우주, 바이오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반도체 핵심 전문 인재도 15만 명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0일간 외교에 대해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결과 해외에서 최근 우리 원전 발주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며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공고히 해서 북핵에 대한 강화된 확장 억제 체제를 구축하고,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공급망과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고 진단했다. 북한에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적 지원 등을 제안했던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할 경우 정치·경제·군사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며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 무기 체계 군축 논의, 식량 농업기술, 의료 인프라 지원, 금융 및 국제투자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북핵 기술 고도화에 맞춰 핵 개발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북핵 위협이 고도화된다면 기존의 확장 억제 형태가 조금 변화될 수는 있겠지만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보수 정부의 기조인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재정 운영 기조에 관해서는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공적 부분에 긴축과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영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수로 지적되는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며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 강화에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점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로 살펴보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에 “지적된 문제들을 국민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한번 따져보겠다”며 “조직과 정책,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계속하겠다.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인적 쇄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 본 정치권 반응은?

국민의힘은 국정 전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소통의 기회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시청 직후 “국민들이나 언론이 궁금해하는 국정 전반에 관해 소상하게 설명한 기회였다”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경제와 민생 위기라는 악조건 속에서 출범했는데 무엇보다 100일 동안 정쟁에 가려진 정책 성과를 국민에게 잘 설명한 자리였다”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정치인 출신인데 프롬프터도 없이 외교·경제·노사 문제 전체에 대해 자유롭게 기자회견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아침 회의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의 성적표는 20점에 불과한 참담한 상황”이라며 국민은 모든 국정 지표에서 잘못됐다는 심판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국회 관계자는 “원래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게 1년 차부터 5년 차까지 서서히 우하향하는 게 기본값”이라며 “기자회견이나 외교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조금 반등하는 듯하지만 결국 실망감이 반복되면서 회복하기가 힘들다. 이번에도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으로 반등하는 듯할 수 있지만 논란이 터지면 지지율은 다시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석 ‘눈물의 기자회견’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리 왔다
정권 지지율이 낮을수록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게 대통령실과 여당(국민의힘)이다. 하지만 최근 여당은 대통령실에 되레 부담을 주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향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 그는 지난 8월 13일, 중징계 조치 이후 36일 만에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공식 석상에 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윤핵관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털어놓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목이 막혀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시종일관 윤핵관에 대한 결사 항전을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당의 혼란과 지지율 하락을 야기한 주체는 자신이 아닌 윤핵관, 나아가 윤 대통령이라고 지목했고, “자신을 ‘새끼’라는 별칭으로 불렀다”며 “젊은 세대를 생각하며 참고 유세하는 선당후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당에 칼을 꼽는다는 비판을 고려한 방어 성격의 발언을 한 셈이다. 또 자신이 선거 후 성 상납 의혹 등으로 징계를 받게 된 것이 윤핵관들의 뜻이었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한 2030 남성 지지율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도 나오는 윤석열 대통령. 2030 남성 지지자 3명 중 2명이 지지를 거뒀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 논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한 기자의 “여당의 집안싸움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신중한 답을 내놓았다.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는 대표”라고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던 것을 고려해 윤 대통령은 “민생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챙길 기회도 없고, 또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입장을 표한 적이 없다”고 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리 왔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윤핵관들 간의 관계는 계속 강대강 갈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도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대위에 포함시키며 ‘윤(尹)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은 정권 초일수록 대통령의 뜻이 중요하다”면서도 “이준석 전 대표는 젊은 남성층과 중도층의 표심을 확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당 입장에서도 마냥 쳐낼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이를 잘 아는 이준석 전 대표 역시 신당 창당 대신 2030 당원 목소리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당원 모집을 계속하고 당원들의 온라인 소통 공간을 만드는 등 당내 세력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SNS에 당원 가입 링크와 함께 “당원 가입하기 좋은 토요일 저녁입니다. 그들이 유튜브에 돈을 쏠 때, 우린 당원이 되어 미래를 준비합시다”라고 2030 당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선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의 의사 표현에 거침없는 인물이고, 권성동 원내대표로 대표되는 윤핵관들은 정치 경험이 많은 다선 의원들 아니냐”며 “이들의 갈등은 바뀌는 이슈 속에서 2년 후 총선 전까지 계속될 수 있고, 이 모든 사안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8월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오전에 열린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두고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불경스럽게도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리고 당이 비대위 전환을 결정하자 이 전 대표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선 것. 이 전 대표는 전날 ‘주호영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면서 자동 해임됐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대통령실·<일요신문> 제공
2022년 09월호
2022년 09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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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