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와 공작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5살 때 닭 한 마리를 키우며 뒤로 걷도록 훈련시켜 매스컴을 탔던 그는 이후 꿩, 메추라기, 칠면조, 에뮤, 타조, 거위, 청둥오리와 다양한 종류의 닭을 키웠고, 결국 20살에 통신판매로 공작새 여러 마리를 주문하며 이후 백 마리가 넘는 공작새에게 둘러싸여 “매번 문밖에 나설 때마다 발에 차일 만큼 수많은 공작새를 갖고 싶다”던 자신의 꿈을 이뤘다.
1925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태어난 오코너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움푹 들어간 턱에 안짱다리로 걸어 다니면서 ‘날 그냥 놔둬. 그렇지 않으면 콱 물어버릴 테니까’라는 오기를 폴폴 풍기던 외동아이”로 회상한다.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아버지는 조지아주에 있는 농장 안달루지아에서 살기 시작한 이듬해인 그가 15살 때 전신 홍반성 루푸스로 사망하는데, 이 병은 이후 오코너에게도 발병한다.
발병하기 전까지 그의 삶은 순조로웠다. 조지아 주립 여자대학에 입학하고 사회과학 학위를 받은 뒤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그는 학창 시절 교내 문예지인 <코린토 사람> 편집장을 맡으며 단편소설, 평론, 시, 에세이 등 다양한 글을 발표했다. 그림에도 범상치 않은 재능을 빛냈던 그는 책의 모든 삽화를 직접 그리기도 했다. 이후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인문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뉴욕주 새러토가스프링스에 있는 예술가 공동체에서 창작 활동을 하다가, 고전 번역가 로버트 피츠제럴드 부부의 후원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수줍음 많고 독실한 그의 성격을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의 작품에는 깜짝 놀랄 만큼 잔인한 폭력 장면이 난무한다. 남부 고딕 문학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기독교적인 색채가 깔린 공포와 신비, 환상을 그려낸 작품을 말한다. 오코너의 관심사는 인간의 죄악과 구원이었는데, 그가 염두에 둔 구원은 쉽지도 간편하지도 않았다. 무자비한 폭력, 죽음의 위협과 공포에 맞닥뜨리는 부적응자들의 현실을 끝까지 밀고 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 수 있을까? 인간의 본성을 지독할 만큼 집요하게 그려낸 그의 단편소설 전집은 전미독서상을 받았다.
스물다섯에 루푸스에 걸려 4년밖에 살지 못할 거라는 선고를 들은 뒤에도 그는 펜을 놓지 않았다. “글 쓰는 일에는 머리가 필요하지, 발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라는 그의 선언은 명쾌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데는 머리뿐 아니라 체력도 필요하다. 2시간 글을 쓰기 위해 22시간을 쉬면서도, 글을 쓰지 못하게 막는 의사를 피해 베개 밑에 공책을 숨겨놓으면서도 그는 작가로서의 자신을 내려놓지 않았다. 4년은 12년이 됐지만, 결국 그는 40살을 맞이하지 못하고 죽었다. 장편소설 2편과 단편소설 39편을 남긴 채. 글 박사(북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