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적인 요소에 대중성을 더하다
캠핑과 차박(여행할 때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름)이 인기를 끌면서 낚시를 향한 관심이 덩달아 커졌다. 한적한 곳에서 즐기는 낚시와 여유는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그중에서도 가짜 미끼를 달아서 물고기를 잡는 루어낚시의 인기가 뜨겁다. 생물로 된 미끼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장비를 구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던 낚시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취미로 각광받게 됐다. 낚시가 남자의 취미라는 것도 옛말이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8년 낚시 인구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낚시 인구는 약 850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9.7%이다. 아직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낚시터에서 좀처럼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난날과 비교했을 때 상징적인 수치다. 여기에 여성들만 참가하는 낚시 대회가 따로 열릴 정도로 낚시를 취미로 삼는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시대 이전엔 여성이 낚시에 입문하기란 쉽지 않았다. 낚시를 배우려면 아버지나 남편 등 낚시를 즐기는 가족을 따라나서거나 남성의 비율이 높은 낚시회에 가입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검색어만 입력하면 필요한 낚시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혼자서도 낚시를 즐기고 올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낚시인을 지칭하는 말 중에 ‘장총을 들고 초원에 나선 사냥꾼’이라는 표현이 있다. 낚시를 오래 하고 잘할 수 있는 그들의 성향을 빗댄 것이다. 자연의 물고기는 불확실한 대상이어서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 쉽게 낚이지 않는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허다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낚시인은 씨를 뿌려 곡물을 가꾸는 정착민보다는 늑대가 활보하는 초원으로 나가 사냥을 즐기는 유목민에 가깝다. 불확실성에 개의치 않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즐긴다. 만약 당신에게 여행을 즐기는 보헤미안 기질이 있다면 낚시인의 피가 흐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물고기를 한번 낚아보면 왜 낚시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금세 알게 된다.
낚시 예능의 성행
낚시가 전에 없는 인기를 끌게 된 데는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레저 스포츠를 소재로 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낚시 예능이 등장한 것. 대표적으로 채널A 예능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 시리즈가 있다. 개그맨 이경규, 배우 이덕화·이태곤 등 연예계 낚시 마니아로 소문난 이들이 출연해 낚시 내기에 목숨을 건다.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들도 방송 촬영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오로지 낚시에만 몰두한다. 특히 우리나라 바다에서 낚을 수 있는 바닷물고기 중 가장 큰 어종인 부시리를 잡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출연자들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긴장된다. 부시리는 1m가 넘게 자라고, 힘이 대단해 건장한 남성도 끌어내려면 땀을 뻘뻘 흘린다는 어종으로 알려졌다. 낚시인들은 부시리 같은 큰 물고기를 잡는 낚시를 ‘빅게임’이라고 부른다. 낚시를 즐기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그중에서도 빅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물고기가 주는 신비로움 때문이다. 이 신비로움은 낚싯대에 물고기가 걸려 낚아채는 일련의 과정인 ‘손맛’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번 느끼면 잊을 수 없는 손맛
물속은 또 다른 세상이다. 물속의 물고기는 불가사의한 유영력(헤엄칠 수 있는 힘)을 발휘한다. 참치는 시속 100km로 헤엄칠 수 있는데 이 속도는 인간이 만든 어떤 잠수함이나 어뢰도 따라갈 수 없다. 이 같은 어종을 낚싯대란 길고 가는 막대기에 연결된 실 같은 가는 낚싯줄로 잡아 올려야 한다. 낚시인은 줄과 막대기를 통해 낚싯대를 끌고가는 물고기의 힘과 스피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부시리와 같이 큰 물고기가 물속에서 질주하는 힘은 황소와 싸우는 전율을 준다. 한바탕 씨름하다 보면 미끼를 문 물고기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여기에 낚시의 재미가 또 숨어 있다. 수면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물 밖의 사람은 물고기를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존재, 그것의 희열과 공포, 그리고 기대가 뒤범벅돼 낚시만의 스릴을 만들어낸다.
손맛에 더해 낚시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원초적인 이유는 맛에 있다. 손수 잡아 올린 물고기를 먹는 그 맛을 잊지 못해 낚시터로 향하는 이들도 적잖다. 낚시의 기원을 찾아보면, 인류가 낚시를 한 최초의 목적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굶어 죽을 염려가 없어진 지금도 유효하다. 공들여 잡은 오징어를 넣은 라면과 싱싱한 횟감을 그대로 떠서 초장에 찍어 먹는 순간은 값비싼 돈을 지불하고도 얻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한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장비 사전
내가 찾는, 나에게 맞는 낚시 장비를 한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초보자에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정리했다. 낚시 입문자가 알아둬야 할 장비 정보.
1 입문자에게 적절한 가격대
낚시 장비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입문자의 경우 장비 정보를 검색해 낚시인들이 주로 구입하는 도구 가운데 중저가 제품을 산 후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좀 더 나은, 또는 자신에게 맞는 도구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현명하다. 낚시 장비를 구매하는 데 주의해야 할 것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것. 저렴하다는 이유로 덜컥 구매했다가 금방 망가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낚시 입문자에게 적절한 가격대가 있다. 바다 좌대 낚시는 릴 5만원, 릴낚싯대 10만원 이상, 바다 원투 낚시는 릴·릴낚싯대 각각 10만원 이상, 루어 배낚시는 릴 10만원, 릴낚싯대 15만원 이상 기준으로 입소문이 많이 난 입문 장비를 찾아보는 게 좋다.
2 낚시의 기본 낚싯대, 릴
릴과 낚싯대는 낚시 입문 코스 중 견지낚시를 제외한 바다 좌대 낚시, 바다 원투 낚시, 루어 배낚시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장비다. 우선 릴은 낚싯줄을 감아놓은 얼레 구조의 낚시 도구다. 도구 좌우측 중 한 곳에 달린 손잡이를 돌리면 풀려나간 낚싯줄을 감을 수 있다. 릴은 나사식으로 풀고 조일 수 있는 낚싯대, 즉 릴 전용 낚싯대인 릴낚싯대에 고정해 사용한다. 릴낚싯대는 짧게는 2m, 길게는 5m에 이른다. 낚싯대엔 가이드(guide)라고 부르는 10여 개의 50원 또는 500원짜리 동전만 한 ‘오’ 형태의 구멍이 5~10개 달려 있다. 낚싯대 손잡이 쪽에 고정한 릴의 낚싯줄은 가이드를 통과해 최종적으로는 마지막 가이드(낚싯대 끝에 있는)를 빠져나와 밖으로 나온다. 이 낚싯줄 끝에 추를 달고 그 무게를 활용해 발밑으로 내리거나(루어 배낚시, 바다 좌대 낚시), 멀리 던진다(바다 좌대 낚시, 바다 원투 낚시). 추 밑엔 바늘과 미끼를 단다.
3 낚시 TPO
낚시터에 모인 사람들을 상상하면 캐주얼한 아웃도어 룩이 떠오른다. 장시간 착용해도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는 기능성 상하의가 낚시의 능률을 높이고 피로를 줄이기 때문. 여기에 수면에 반사된 햇빛에 피부가 타지 않도록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 토시를 준비하는 게 필수다. 손은 낚시 전용 장갑으로 보호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취향에 따라 입으면 된다. 바다낚시를 하려면 구명조끼도 필수다. 구명조끼는 부력재와 가스 팽창식 두 가지로 나뉜다. 부피가 작아 활동하는 데 편하고 물에 빠지면 자동으로 터지는 10만원 전후의 자동 가스 팽창식을 구입하는 게 적절하다.
웹 서핑을 위한 기초 낚시 용어
출조(出釣) 낚시를 가다.
채비 낚싯줄, 봉돌, 바늘로 구성된 낚시 묶음.
미끼 낚싯바늘에 꿰는 물고기의 먹이.
릴(reel) 낚싯줄을 감아 사용하는 일종의 낚시용 실패.
루어(lure) 지렁이, 새우 등 낚시용 생미끼를 모방해 만든 인조 미끼.
조황(釣況) 물고기가 낚이는 정도.
대물(大物) 큰 물고기를 이르는 말. 다른 말로 대어(大魚), 빅원(big one).
조과(釣果) 낚시해 물고기를 낚은 결과.
마릿수 낚인 물고기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