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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이혼 예능

안방극장에 눈물과 웃음을 안긴 이혼 예능. 이혼을 바라보는 선입견에 맞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On July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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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의 달달함이나 현실 육아기를 담아낸 가족 단위의 관찰 예능이 인기를 얻었던 때, 이혼 예능이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바로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이하 <우이혼>)의 이야기다. 방송가 최초로 이혼한 연예인 부부가 다시 만나 한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렸고, 이혼 부부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참신한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혼 부부가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설정은 물론이고 사랑과 갈등을 모두 겪은 이들의 서사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선 이혼이라는 파격 콘셉트에 수반하는 자극성을 우려했다. 그동안 부부 갈등을 조명한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폭력성과 그로 인한 피로감이 우려의 바탕이었다.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고 지난 2020년 11월 <우이혼> 시즌 1이 첫 방송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뜨거운 반응이 잇따랐다. 부부들의 파국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다시 만난 부부들은 담담했다. 배우자를 대하는 태도엔 예의가 묻어났다. 여기에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느꼈던 사랑,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날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 등 복잡한 감정에 얽힌 출연자들의 모습은 인간적이었다.


<우이혼>의 인기는 시즌 1에 이어 시즌 2까지 이어지고 있다.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7%를 달성하며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입증한 것. 시즌 2에는 두 번 이혼한 중년 배우 나한일·유혜영, 방송인 지연수·일라이, 배우 장가현·가수 조성민 부부가 출연하고 있다. 세 부부가 이혼을 결정한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서로에게 남아 있는 감정 또한 제각각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모든 출연자의 말과 행동, 표정에 집중한다. 세 부부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
이혼이 예능의 소재가 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데는 인식 변화가 큰 몫을 했다. 과거에는 이혼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선 안 되는 금기어로 통했다. 또 이혼을 선택한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의 선택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맞기까진 이혼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 2020년 이혼 건수는 10만 6,500건이었다. 2019년(11만 건)보다 줄었지만, 한 해에 10만 가구 이상이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다. 주변에서 이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이혼 차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우이혼> 시리즈도 변화한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이혼을 그려낸다. 이혼이 좋거나 나쁘다는 낮은 층위의 담론에서 벗어나 가족에서 개인이 된 부부의 서사에 집중한다. 나아가 이혼 부부가 새로운 관계로 변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이혼>을 시작으로 부부 갈등을 조명한 새로운 예능이 편성되고 있다. 이혼을 염두에 둔 부부를 조명하는 TVING <결혼과 이혼 사이>, 갈등을 겪는 부부에게 전문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 그것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는 출연자들에게 이혼 변호사를 주선해 이혼 과정을 겪어보게 하거나 별거 기간을 가지도록 해 이혼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가 냉철한 판단을 기반으로 부부관계 솔루션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다.

평범하고 사소한 다툼, 그 안에서 느끼는 공감
이혼 예능의 인기 비결은 공감이다. 프로그램 속 이혼 부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뜨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남편과 똑같다”, “우리 부부와 같은 이유로 다툰다”,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등 출연자들의 서사에 본인의 상황을 대입하게 된다는 것. 이들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이혼 부부들의 갈등 사유가 지극히 평범하다는 데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출연자들은 경제 상황, 고부 갈등, 성격 차이, 소통의 부재, 신뢰 결여 등 흔히 부부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이유로 갈등을 겪는다.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감정선을 좇아가면서 해결책을 얻기도 한다.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화법과 표현 방식을 보며 실제 배우자와 대화에서 먼저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극성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혼 부부가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리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면서다. 또 이혼을 조장하거나 합리화할 수 있다는 일각의 걱정도 이혼 예능이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이혼 예능, 어떻게 생각하나요?

*6월 3일부터 13일까지 <우먼센스> 독자 92명이 답했습니다.

Q1. 이혼 예능에 대한 생각
긍정적이다 64.7%
부정적이다 35.3%

Q2. TV에 출연하는 이혼 부부를 보면서 든 생각은?
불편하다 35.3%
공감한다 25.5%
응원한다 25.5%
안타깝다 9.8%
기타(서로를 향한 진심이 느껴진다, 보기 좋다 등) 3.9%

Q3. Q2 답변에 대한 이유
불편하다 이혼이 흉은 아니지만 굳이 노출할 필요는 없다
공감한다 결혼 생활에서 누구나 겪는 문제다
응원한다 소통의 문제가 풀리면 재결합해도 될 거 같다
안타깝다 서로에 대한 잘못된 기억과 오해들이 쌓인 것 같다

Q4. 출연자의 이혼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성격 차이 49.1%
애정 고갈 17.6%
금전적인 문제 15.7%
양가 집안과의 갈등 9.8%
기타 (외도, 육아관 차이, 무책임함 등) 7.8%

Q5. 방송에서 재결합 의지를 보이는 이혼 부부들에 대한 생각은?
그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39.2%
본인들의 선택이다 31.4%
일시적인 감정의 동요인 것 같다 23.5%
이해할 수 없다 3.9%
기타 (악순환이라고 생각한다) 2%

Q6. 부부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뢰 76.5%
애정 11.8%
자녀 3.9%
금전적 여유 3.9%
성격 3.9%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TV조선·MBC·TVING 제공
2022년 07월호
2022년 07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TV조선·MBC·TVIN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