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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여행의 추억

12년 전의 나에게 고맙다. 남프랑스를 여행해줘서.

On July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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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여행을 다녀왔다. 얼마 전 이야기면 좋겠지만 무려 12년 전 일이다. 30대 초반이던 나는 7년 근속 끝에 주어진 안식년 휴가만큼은 그동안 수고한 나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랐다. 나는 예상했던 것 같다. 12년 후의 내가, 어느덧 찾아온 노안으로 약간 울적한 기분을 느끼는 와중에 먼지 덮인 추억의 상자에서 남프랑스 여행 기록이 담긴 지퍼 백을 발견하고는 미소 지으리라는 걸. 하지만 확신은 없었나 보다. 여행 기록을 부지런히 적다 말았다. 이해할 수 있다. 파리에서부터 시작해 남프랑스의 거의 모든 도시와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찍고 파리로 돌아오는 빡빡한 여행 일정을 감당하기에 나는 과로와 스트레스에 지쳐 있던 아픈 청춘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많던 사진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낡은 중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당시 나의 썸남이 골라주었던 펜탁스 디지털카메라의 메모리 카드 어디쯤에 분명히 존재할 거라 믿는다. 복원할 수 없고 다시 볼 수 없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게다가 여행하며 모은 소소한 보물들이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그때의 기억을 하나하나 꺼내주니 자랑하고 싶으면 자랑할 수 있다.

자, 이제 자랑을 조금 해보려 한다. 2010년, 나는 파리에 살던 친구와 함께 차를 빌렸고 내 생애 가장 많은 도시를 가장 오랜 기간 여행했다. 어디에서부터 자랑해야 할까? 여행 첫날, 파리 15번가에 위치한 ‘Thtre des champ-elysees’에서 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의 감동부터 이야기할까? 보르도의 어느 멋진 샤토에서 와이너리를 견학했던 날부터 떠올려볼까? 보르도 남서쪽에 있는 유럽 최대의 모래언덕 ‘뒨 뒤 필라(Dune du Pilat)’는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 신비로운 풍광에 압도되는 경험을 안겨주었는데, 그날의 기억만 한 바닥 펼쳐놓아도 될까? 하지만 알비의 툴루즈 로테테크 미술관도 꼭 가보라고 얘기하고 싶고, 중세도시의 모습이 경이롭게 보존된 아비뇽, 샤갈과 마티스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 니스와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칸의 해변도 잊을 수 없는데 어쩐다. 니체가 머물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썼던 아름다운 언덕 위의 마을 에즈에서 내려다본 해변 풍경도 소중했다. 세잔의 고향이기도 한 엑상프로방스의 미라보 거리와 성 소뵈르 대성당, 반 고흐가 머물며 200여 편의 작품을 그린 도시 아를, 수제 비누 천국인 사랑스러운 마을 망통 거리에 늘 가득했던 향기도 기억한다. 마치 수상 소감처럼 끝도 없이 읊어야 할 것만 같다.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난다면 누구나 자랑하고 싶어질 것이다. 수많은 예술가가 남프랑스에 머물며 영감을 얻고 작품을 남긴 이유를 매 순간 공감할 수 있다. 그들도 어쩌면 자랑하고 싶었던 거다. 언젠간 나의 단짝과 다시 남프랑스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남프랑스를 여행하며 자주 봤던 흰머리에 백팩, 운동화가 잘 어울렸던 노부부들이 생각난다. 먼지 덮인 추억의 상자를 꺼내보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는 우리, 같이 떠나자.

CREDIT INFO
에디터
김진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7월호
2022년 07월호
에디터
김진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