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4년 차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현증. 2012년 온스타일 예능 <겟잇뷰티>에서 각종 뷰티 ‘꿀팁’을 시원시원하게 알려주며 대중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일명 ‘완판녀’라는 타이틀과 시청률 최고 경신의 기록을 세우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프리랜서로 여배우 메이크업을 시작해 메이크업 숍에서 일한 지는 20년째다. 패션위크와 화보,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배우와 가수들의 메이크업을 담당했으며, 셀러브리티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웨딩 메이크업까지 수많은 이를 빛나게 해주는 베테랑이다. 다수 방송 출연과 탄탄한 커리어로 랑콤, 메이블린 뉴욕 등 코즈메틱 브랜드의 CF 모델까지 꿰찬 바 있다.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그녀의 탄탄한 실력과 말발,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 등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 수년 전부터 해외에서 열리는 KCON(케이콘, K팝 콘서트)에 참가하며 미국, 프랑스, 대만, 홍콩에서 뷰티 강의를 하고 K뷰티를 알리는 데 진심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현증. 최근 수마노라는 뷰티 브랜드를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살짝 들여다봤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뿌듯했던 순간이 정말 많아서 하나만 꼽기는 어렵네요.(웃음)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8년 전 한 신부의 웨딩 메이크업을 진행했던 순간이에요. 그 신부에게는 얼굴의 반쪽과 눈 3분의 2를 덮는 큰 점이 있었어요. 완벽하게 커버 후 메이크업을 마무리했는데 신랑이 완성된 모습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더라고요. 신부도 “제 평생 이런 모습은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죠?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어요.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해요. 메이크업을 통해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제 직업의 또 다른 매력을 느꼈어요.
웨딩 메이크업 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뭔가요?
저는 피부에 신경을 많이 써요. 메이크업에는 피부의 톤과 결 그리고 윤기까지 다양한 콘셉트와 의도가 있어요. 그래서 어떤 스타일을 구사하든 피부 연출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고객이 메이크업 완료 후 숍을 나설 때까지 피부 점검을 잊지 않아요. 수많은 하객이 참석해 신부의 얼굴을 마주하는 결혼식 때는 정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요. 피부는 날씨와 본인 컨디션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신경을 쓰죠. 또 제가 신경 쓴 만큼 보는 이들도 피부가 곱다, 메이크업이 정말 잘됐다고 평가하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피부뿐만 아니라 베이스 제품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평소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매치하는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런데 직업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보니 일할 때는 간결한 스타일을 찾게 되고 의상 톤도 블랙과 화이트, 베이지를 주로 입어요. 그 외에 자유롭게 다닐 때는 청바지와 흰 티셔츠를 즐겨 입고 가끔 컬러풀한 아이템으로 화사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할 때도 있어요. 팔찌는 심플한 스타일 하나만 착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반지는 여러 개를 레이어드해 착용하는 편이에요. 특히 반지를 끼면 왠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서 가장 애용해요. 오른손으로 메이크업을 하다 보니 반지를 왼손에만 끼는데 여러 개를 레이어드해 착용하면 멋스러우면서도 자신감이 생기니 이렇게 연출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가장 애정하는 패션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급부상한 매튜 M. 윌리엄스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지방시에 색다르고 영한 에너지를 불어넣은 주인공이죠. 스타일리스트 출신으로 스트리트 패션을 잘 이해하면서도 시대상을 아주 잘 반영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지금의 지방시 브랜드가 새로운 장을 여는 때를 맞이하지 않았나 싶어요.
여름을 맞이해 장만하고 싶은 패션 아이템이나 뷰티 아이템이 있나요?
시원한 리넨 원피스와 보터 해트를 사서 차려입고 바닷가에 앉아 미뤄둔 책을 읽고 싶어요. 또 여름에는 날씨가 후덥지근하니 피부의 열을 식히는 미스트를 사고 싶어요. 특히 피부 열감을 잡는 데 탁월한 아벤느 미스트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지난해 여름뿐만 아니라 올해도 꾸준히 사용할 예정이에요. 여기에 건조해진 눈가를 위해 쿨링 아이 패치와 두피 열을 케어하는 두피 쿨링 미스트도 욕심나네요.
파우치나 가방에 꼭 챙기는 패션&뷰티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일할 때나 액세서리를 빼야 할 때 잠깐 보관할 수 있는 미니 주얼리 케이스를 꼭 가지고 다녀요. 그리고 기본적인 피부 케어와 메이크업을 위한 에르메스 립 오일과 끌레드뽀 보떼 래디언트 쿠션 파운데이션 그리고 아벤느 미니 미스트를 챙깁니다.
스킨케어 루틴을 소개해주세요.
세안 후 페이스 오일로 마무리해요. 오일 한 방울을 얼굴 전체에 흘리듯 뿌린 후 물로 씻어내는 방법이에요. 이렇게 하면 욕실에서 화장대까지 가는 동안 피부 땅김이 없고 다음 단계에 사용하는 기초 제품의 흡수를 높여 속건조를 완화할 수 있죠.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면 피부에 보습막이 생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 후 수마노 마스크 팩을 얼굴 위에 올려놓은 다음, 머리를 말려요. 눈 화장을 먼저 하는 동안 팩이 마르면 수분 크림으로 마무리해요. 여기까지 한 다음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면 피부가 건조하지 않아 지속력이 높아져 메이크업이 하루 종일 유지된답니다.
올여름 메이크업 트렌드를 간단하게 한 가지 정도 짚어본다면요?
올여름에는 과감한 피그먼트 펄로 영롱함과 신비로움을 주는 동시에 힙하고 에지 있는 아이라이너로 연출하는 좀 더 이국적인 스타일이 주목받을 수 있어요. 물론 습자지같이 얇은 베이스에 핫한 레드 립틴트 하나로 가볍게 연출하는 방법도 있죠. 여기에 워터프루프 아이브로펜슬로 눈썹결을 살려 연출할 것을 추천해요. 블러셔는 더운 여름에는 자연스럽게 홍조로 혈색감이 만들어지니 과감히 생략해도 좋아요.
뷰티 아이템 중 재구매할 정도로 만족하며 사용한 인생템을 하나 꼽아주세요.
끌레드뽀 보떼 코렉팅 크림 베일이요. 피붓결을 순간적으로 곱게 만들면서 피부 톤을 화사하게 밝혀주는 메이크업베이스 제품이에요. 파운데이션의 피니시를 잘 유지해주고 화이트 베이지 컬러로 자연스럽게 톤업되는 데다 촉촉하게 피팅돼 건조함이 없어요. 무엇보다도 질감이 정말 고와 주름이나 콧방울 등에 파운데이션이 끼는 현상을 줄여주는 기특한 아이템이에요.
좋아하는 향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향수는 없어선 안 되는 필수템이에요. 예전에는 여성스러운 플로럴 계열만 좋아했는데 지금은 중성적인 향이 끌려요. 풀 향과 더불어 은방울꽃, 시트러스와 베르가모트, 우디블라섬, 라벤더 같은 내추럴한 향도 좋아요. 향수는 아쿠아 디 파르마의 릴리 오브 더 밸리, 바이레도의 오픈스카이, 크리드의 러브 인 화이트를 좋아해요. 최근 접한 발렌티노 향수 보체 비바 오 드 퍼퓸도 매력적이에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나이 들면서 챙겨 먹는 약의 가짓수가 점점 늘어요.(웃음) 비타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오쏘몰 이뮨과 슬로우글로우의 비타민 A·C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 히알루론산, 한미약품의 오메가3 등을 먹고 있죠.
최근 골프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친한 친구가 먼저 시작한 후 함께 하자고 몇 번을 설득해 시작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팔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피하고 싶어서 친구가 얘기할 때마다 미루곤 했는데 결국 하게 됐네요.(웃음) 약한 어깨 힘을 키울 겸 부상 방지를 위해 PT와 홈피티를 추가로 병행하고 있는데 체력도 좋아지고 건강해진 걸 체감하게 돼 오히려 더 좋아요. 골프는 하면 할수록 욕심나는 운동이에요. 감성이 말랑말랑해야 하는 본업과 달리 골프를 칠 때는 이과생처럼 이론과 실전을 분석하면서 느긋하게 즐기려고 해요. 또 고객 중에 골프를 즐기는 분이 많다 보니 대화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어 시작을 잘했다 싶어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저는 영화나 전시회를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아요. 영화는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영역을 탐험하죠. 다큐멘터리부터 호러, 역사, 로맨스, 액션까지 그 시대에 맞는 아트적인 감성으로 보곤 해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연출이 인상 깊더라고요.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어요. 최근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린 <우연히 웨스 앤더슨> 전시를 보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죠. 다양한 공간을 통해 연출한 감각적인 미장센과 색감 덕분에 힐링과 동시에 메이크업 영감을 얻었어요.
일을 하다 보면 분명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마인드셋이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은 슬럼프가 오기 마련이죠. 저도 평범한 이들과 똑같은 조건이었다면 슬럼프와 좌절을 많이 맛봤을 거예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소녀 가장이란 상황에 놓이다 보니 추진력과 의지력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위로 올라가기 위해 꾸준히 더 노력하고, 두려운 일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도전을 계속해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무딘 성격도 한몫했어요.(웃음) ‘까짓것, 해보자!’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건강이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죠. 오전 7시에 서울숲을 걷고 산책하고 달리는 루틴을 만들고 있어요.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운동과 좋은 음식 습관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고 직접 실천하며 나를 위해 집중하고 몰두하기 위해 노력하죠.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메이크업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후배 양성도 필요하기에 열심히 계획 중이에요. K뷰티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 노하우를 알리기 위해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 방송과 강의는 꾸준히 할 예정이에요. 웨딩 메이크업에 있어서도 하이엔드 웨딩 헤어와 메이크업을 위해 직접 뛰며 신부들을 만족시킬 생각입니다. 또 제가 낸 뷰티 브랜드 수마노에도 집중하고 싶어요. 수마노 팩이 가장 주목받고 있고, 여름이다 보니 선스크린 제품도 사랑받고 있어요. 곧 2년 만에 수마노 곡물 클렌징 폼이 출시될 예정인데 이 제품도 많이 기대해도 좋아요.
인생의 모토는 무엇인가요?
“잘될 것이다라고 결심하라. 그러고 나서 방법을 찾아라.”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에요.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요.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전엔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최근 느낀 바로는 그 답은 오답인 것 같아요. 평정심은 연륜과 유연함에서 오는 지혜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행복은 ‘지금 현재’예요. 지금 사랑하는 일이 있고, 아끼는 사람들도 있고, 존경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 현재 모든 것이 감사하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느껴보려 합니다. 그러려면 더 건강한 체력이 관건이겠네요.
가장 좋아하는 나라 혹은 도시는 어느 곳인가요?
저는 크로아티아와 터키가 가장 좋았어요. 해외 출장을 다녀온 후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 이 두 곳을 엮어 여행을 다녀왔죠. 크로아티아에서는 직접 운전하면서 숙소도 여러 곳으로 옮기며 활동적으로 다녔어요. 특히 두브로브니크의 새벽길을 자동차 라이트 하나에 의지해 기어가듯 운전하면서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꼈죠. 산호색 지붕과 에메랄드빛 바다, 자다르의 바다 오르간 그리고 자그레브와 플리트피체 국립공원의 호수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터키는 좀 더 많이 걸어 다녔어요. 자유 여행 중 몇 군데만 가이드를 예약해 갔는데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의 가이드가 해준 공주와 건축가의 사랑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죠. 또 저를 알아봐서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랜드 바자르는 이국적인 전통 재래시장으로 눈이 호강했던 기억이 나요.
올여름 휴가 계획이 있다면 살짝 공개해주세요.
이미 다녀온 것 같아요.(웃음) 2월에 사이판, 5월에 하와이로 광고 촬영을 다녀왔어요. 그래서인지 아직 휴가 계획은 없어요. 대신 마침 동생이 9월에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니까 어머니를 모시고 그곳에 다녀오려 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주도 곳곳을 좀 더 세밀하게 다녀보고 싶어요. 또 맛집도 많이 생겼다는데 직접 맛을 확인해야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