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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또는 이지은

“남은 운을 다 끌어다 쓴 느낌이에요.” 첫 스크린에 도전한 배우 이지은(아이유)이 말했다.

On June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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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은(가수 아이유)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 <브로커>로 첫 스크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당당히 안착했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기도 한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극 중 이지은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아기의 엄마 ‘소영’으로 분했다.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겠다는 브로커 ‘상현’(송강호 분), ‘동수’(강동원 분)와 예기치 못한 동행을 시작하는 소영은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간 이유도, 다시 돌아온 이유도 무엇 하나 밝히지 않아 그 속내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동안 이지은은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연기자로서의 입지도 차곡차곡 다져오고 있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으로 흥행 배우가 됐으며, 영화 <브로커>를 통해 배우로서 시험대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지은은 단 한 번에 내가 생각한 소영에 도달한 느낌이었다”며 “내가 쓴 대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한 표현력을 보여줬다”고 감탄했다. 그동안 대안 가족과 유사 가족 이야기로 해외 평단에서 꾸준히 인정받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에도 유사 가족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만들고 나니 한 생명을 둘러싼 이야기가 된 것 같다”며 “태어난 생명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계의 보물 같은 배우들과 함께했다. 스스로 납득할 만한 작품이다”라며 “칸에서 첫출발을 잘 끊을 수 있게 됐다.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스크린 도전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이지은을 <우먼센스>가 직접 만났다.

“살면서 이런 일이 또 있을까요?”

첫 출연한 상업 영화 <브로커>가 내일 개봉한다.
칸에서 돌아온 뒤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영화가 내일(6월 8일) 개봉한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 잠깐 인지했다. 그만큼 바빴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고 칸영화제에 출품이 된 터라 이미 반 정도는 개봉한 것 같은 기분이다.

주변 반응도 궁금하다.
우리 부모님은 객관적인 분들이다.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부모님은 내게 “재미있어?” 하고 많이 물어보셨다. 그리고 영화를 본 후 가족 단톡방에 “재미있다”는 글을 올리셨다. 부모님이 울고 웃었다고 하니 안심이 됐다. 칸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는 자리가 있었는데 사실 너무 떨려서 못 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주 객관적인 사람들이다. 내 앨범이 나왔을 때도 “이번 앨범은 잘 모르겠어”라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한시름 놨다.

첫 출연한 상업 영화가 칸영화제에 진출했다.
영광이다. 살면서 이런 날이 또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남은 운을 다 끌어다 쓴 느낌이랄까.(웃음)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칸에서도 매사에 조심하고 실수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사실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늘 긴장 상태였다. 대선배님들과 작업을 하기에 행여 실수하지 않을까 현장에서 집중하느라 바빴다. 칸에 다녀오고 선배님들과 가까워졌다. 그제야 “감사했습니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었다.

엄마 역이다. 부담은 없었나?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엄마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너 무얼 하고 싶은지 나한테만 말해봐’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엄마가 떠올랐다. 그래서 한 인터뷰에서 지나가듯이 말했는데 진짜 엄마 역할이 들어온 거다.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출산이라는 건 여자의 인생에 있어서 너무 큰일이다. 엄마와 언니에게 물어보니 출산 이후가 더 힘들다고 하더라. 인생에서 가장 큰 산을 넘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를 포기하는 엄마 역이다. 어떤 것을 준비했나?
엄마 역은 처음이라 아이를 안는 것, 놀아주는 것 등 작은 습관에 신경을 썼다. 그런데 작품 설정에선 준비되지 않은 엄마라 정작 아이를 안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애초에 캐스팅 제안을 받고 걱정돼 배두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예전에 단편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친분이 있다. 선배님이 먼저 <브로커>에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내가 그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셨다. 그 말에 확신을 갖고 시나리오를 읽고 용기를 냈다.

극 중 스모키 메이크업이 인상적이다.
평소에 시도하지 않던 스모키 메이크업과 탈색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분장 팀의 아이디어로 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연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캐릭터가 입체적이다. 도움을 준 사람이 있나?
감독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까지도 물어봤다. 감독님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인물이기에 안면몰수하고 질문을 많이 했다. 그리고 함께 연기한 송강호 선배와 강동원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미 현장에서 그 캐릭터로 지내셔서 그분들과 어우러지는 신(scene)에서는 굳이 많은 걸 표현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고 기분이 어땠나?
어느 날 우연히 식당에서 감독님을 뵌 적이 있다. 이선균 선배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였는데 감독님이 그 식당에 오셨다. 이선균 선배가 감독님에게 인사하는 걸 부럽게 바라만 봤다. 그런데 1년이 채 안 돼 감독님 영화에 출연 제안을 받은 거다. 1년 사이에 나를 어떻게 알게 되신 거지? 너무 신기했다. 한편으로는 그때 식당에서 인사를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첫인상이 조금 주책맞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웃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지은을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때 한류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 배우의 큰 팬이 됐다. 드라마 후반에는 이지은 씨가 나오기만 하면 내가 울고 있더라.(웃음) 이 역할에는 이지은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연기와 노래, 둘 다 어려울 때는 너무 괴롭지만 재미있을 때는 ‘눈 돌아가게’ 재미있다.
내가 노래할 때 가장 공들이는 건 녹음실에서의 시간이다.
현장에서 피드백을 듣고 수정을 거쳐 더 나은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게 참 좋다.
촬영 현장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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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아이유의 요즘 생각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가?
극 중 내 아이를 어떤 눈으로 봐야 할지가 어려웠다. 대본에서조차 ‘긴가민가’하게 표현해달라고 했다. 확실하게 마음이 드러나지 않는 연기였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정말 사랑하는지 자신도 모르는 어린 엄마 역할이었던 것 같다. 가슴에 사랑은 있지만, 스스로 모르는 척하는 역할. 그런 것들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 매 순간 어려웠다.

쟁쟁한 배우들과 출연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첫 영화에서 ‘극’을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했다. 칸에 있을 때도 이분들과 함께 있는 게 실감이 안 났다. 지금도 나는 강동원 선배의 얼굴을 보면 신기하다. 오늘도 잠깐 인사할 자리가 있었는데, 민낯에 평상복 차림인데도 왜 미용실에 다녀온 나보다 빛이 나는지….(웃음) 선배님은 진짜 미스터리다. 사실 연예계 생활을 하다 보면 멋진 분을 많이 만나는데 강동원 선배는 레벨이 다른 아우라를 풍긴다. 그래서 계속 쳐다보게 된다. 실례가 될 수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보고 있더라.(웃음) 스스로 ‘많이 보면 안 돼’ 하고 내적인 싸움을 했지만 잠깐 방심하면 보고 있더라. 덧붙이자면 강동원 선배는 특유의 선한 기운이 있다. 촬영장에서 작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모든 현장에서 늘 편안하고 여유가 있다.

송강호 배우와는 어땠나?
송강호 선배와 연기하면서 희한한 경험을 했다. 사실 선배님과 마주하는 신에서 긴장했는데 슛이 들어가면 가장 안 떨렸다. 그게 선배의 힘이다. 그 자체로 상대 배우가 몰입하게 해준다. 영화를 보면서 ‘아, 저 장면에서 편했지’라고 생각하는 장면 속엔 늘 송강호 선배가 있더라. 모든 경험이 신기했다.

기억나는 순간이 있나?
송강호 선배가 내 연기에 대해 칭찬해주셨다. 내 인생을 통틀어 굉장히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그날 선배님은 촬영이 일찍 끝났는데도 퇴근하지 않고 내 촬영을 모니터하셨다. 그리고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주셨다. 저녁노을이 질 때였는데 그 말과 함께 선배님 차가 멀리 사라졌다.(웃음) 감동해서 눈물이 고였다. 부모님에게도 자랑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촬영장은 조용했다. 선배님 두 분은 친분이 있는 사이라 나만 그렇게 느꼈을 거다.(웃음) 현장에서 괜히 즐거운 분위기에 취해 있다가 해야 할 것을 못 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기 싫어서 늘 긴장하고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막내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 막내인 데다가 신인이라 현장 분위기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데도 그러지 못해 죄송스럽다. 선배들이 나를 밉게 보면 어쩌나 걱정은 했지만 그렇다고 연기에 소홀할 수는 없지 않나.

감독님과의 소통은 어땠는지, 또 겪어보니 어떤 분이었는지 궁금하다.
상상했던 그대로였다. 나는 이 일을 어릴 때부터 했고 상상도 환상도 깨지는 순간을 많이 본 성인이다. 그런데 감독님은 알기 전보다 더 좋은 분이셨다. 워낙에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이 크기도 했다. 감독님의 기존 영화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깊으면 이런 작품을 만들까 생각했다. 그런데 긴 작업을 함께한 뒤에도 그 환상이 깨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배우들에게 손 편지를 건넬 만큼 따뜻한 분이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감상도 궁금하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 마법 덕분에 부족했던 장면들이 눈치 못 채게 지나갈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한 것보다 잘 나왔다. 결국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거다. 초반에 두 선배님과 마주하는 신이 있는데, 너무 긴장하기도 했고 현장 분위기도 조용해서 혼자 삐걱댔는데 화면으로 보니 안 보였다.

어느덧 칸영화제에 다녀온 어엿한 배우가 됐다. 연기와 노래, 각각의 매력은 뭔가?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긴 한데 사실 명확하게 답변을 못 하는 것 같다. 둘 다 어려울 때는 너무 괴롭지만 재미있을 때는 눈 돌아가게 재미있다. 각각 장르가 다르지만 분명 닿아 있는 지점이 있다. 내가 노래할 때 가장 좋아하고 공들이는 건 녹음실에서의 시간이다. 작업하면서 현장에서 피드백을 듣고 수정을 거쳐 더 나은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게 참 좋다. 그런데 촬영 현장도 녹음실에서 그것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기할 때는 소속감이 들지만 가수 활동을 할 때는 그런 부분이 적다. 프로듀싱부터 전체적인 틀을 짜다 보면 외로운 순간이 있다. 내 능력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다. 연기할 때는 옆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많은 분이 있어서 내가 맡은 역할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것 같다. 의도한 바인가?
내 노래나 라이브 무대를 보면 초반엔 밝고 명랑한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옛날 노래를 부를 땐 쓸쓸함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옛날 노래를 부를 때마다 “슬픈 일 있었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실 나는 쓸쓸함과 슬픔, 우울함이라는 감정조차 잘 분리하지 못할 때부터 노래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많이 느끼는 것 같고, 그게 내 이면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다. 많은 감독님이 그 이면을 끌어올리는 캐릭터로 내게 출연 요청을 했다. 어쩌다 보니 연달아 어둡고 자기방어가 센 역할을 하게 됐다. 이제는 이면이라도 하기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그래서 다음번엔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연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연기가 재미있나?
재미있고 어렵고 생각할 동력을 줘서 좋다. 절대 내가 나로만 살면 건드리지 않을 부분을 연기하면서 그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 영화에서 극 중 미혼모가 되지 않았나. 나로만 살면 관성대로 살게 되니까 ‘내가 미혼모가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못 했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그 인물이 살아온 삶에 대해 유추하고,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끄집어낸다. 그런 점이 의미 있는 작업 같아서 좋다.

영화 <브로커>가 배우 이지은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하다.
첫 데뷔작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현장이 이렇게 완벽하기는 힘들다고 선배들이 말할 정도로 좋은 환경에서 일했다. 촬영 내내 받았던 배려와 행운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혹시라도 이게 내 운의 전부라 할지라도 경험해본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 잘 해내겠다고 생각한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
2022년 07월호
2022년 07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EDA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