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기적 같고 마술 같아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랑 같은 것. 그 많은 사람 사이에서 그 사람과 내가 만나 둘도 없는 관계, 둘밖에 없는 관계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요리도 그렇다. 똑같은 맛을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번의 요리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지고, 요리하는 이의 기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근사치에 도달할 뿐이다. 재현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수많은 근사치.
그렇기 때문에 ‘마술적 사실주의’야말로 우리의 세계를 가장 잘 묘사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인 현대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은 마술적 사실주의를 능수능란하게 펼쳐내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대표작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그가 보는 세계를 감각적이면서 환상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1950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라우라 에스키벨의 원래 직업은 교사였다.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아동극 워크숍에 적당한 대본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극본을 쓰기 시작한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동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까지 분야를 넓혔다.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로 만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도 원래는 영화 시나리오로 쓸 예정이었다. 그러나 영화화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소설로 형식을 바꿔 출간했는데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33개 언어로 번역됐고, 전 세계에서 450만 부 이상 팔렸다. 그리고 결국 이 소설은 영화화됐다. 각색을 맡은 것은 당연히 라우라 에스키벨 본인이었고, 그의 전남편 알폰소 아라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설의 흥행에 이어 영화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는 멕시코 영상예술 아카데미에서 11개 부문의 상을 받고 전미 비평가협회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이 책의 원제는 <Como Agua Para Chocolate>. 초콜릿을 녹이기 위해서는 끓는 물에 중탕해야 하는데 그렇게 녹인 초콜릿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라우라 에스키벨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심리 상태나 상황을 끓어오르는 초콜릿에 비유한다. 제목뿐이랴. 이 소설은 내내 사랑과 음식을 겹쳐놓는다.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각각의 음식은 마음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입에 군침이 도는 것처럼 마음의 움직임도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막내딸은 결혼하지 않고 평생 어머니를 봉양해야 한다”는 이상한 관습에 묶여 사랑하는 이와 이뤄질 수 없게 된 부유한 농장주의 셋째 딸 티타. 그는 연인 페드로에게 청혼을 받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티타의 어머니는 페드로를 티타의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시키려 하고, 페드로는 티타의 곁에 있을 수 있단 이유만으로 그 결혼을 받아들인다.
라우라 에스키벨은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요리와 사랑의 경계를 허문 세계를 보여준 이후 <사랑의 법칙> <말린체> <불가사리> <휘몰아친 사랑> <마음이 없는 이성의 소리> <은밀한 식탁> 등의 책을 연이어 펴냈다. 그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형식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자신의 세계를 여전히 확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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