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 필요하다
유정임(이하 ‘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수학 선행 학습, 도대체 어디까지 공부해야 적당한가요?
김동명(이하 ‘김’) 물론 각자에게 주어진 현행 과정의 학습이 최선이겠죠. 하지만 한국의 입시 현실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학교 같은 공교육권에서 배우는 학습량으로는 만족할 만큼 성적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없거든요. 그런 현실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이 1년 정도의 선행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다만 선행 학습을 할 때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아이의 잠재력을 무시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지나친 선행은 반드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2년 이상의 선행 학습을 하겠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 현행 학습을 등한시한 선행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학업 스트레스까지 유발해 결국 앞으로의 수학 공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수포자(수학 포기자)’로 직행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현실적으로 수포자의 과반수가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유 학습 능력에 따른 맞춤식 선행을 해야 한다는 거네요. 결국 수능이라는 입시를 생각한다면 수학의 선택과목에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텐데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수능 수학에서 유리할까요?
백재훈(이하 ‘백’)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입시 틀 속에서 이걸 선택하라는 식의 정답을 말하기는 참 어렵습니다만, 지금 상황을 참고한다면 대학 가기에 유리한 표준 점수를 올리기 위해선 미분과 적분을 선택하는 게 유리합니다. 물론 응시자 수나 현재 드러나는 표준 점수를 볼 때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학생의 수학적 성향이 기하나 확률, 통계라면 그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순리겠죠. 통계적 기준으로 평가했다가 오히려 개인의 특성과 멀어지면 점수가 더 안 나올 수 있으니까요.
유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흔히 수학은 DNA라고 얘기하잖아요. 수학이 정말 싫었던 엄마는 아이가 수학을 못하면, ‘나 닮아서 그런가?’ 하며 농담 같은 자책도 해요. 부모가 모두 ‘찐 문과형’이라면 과연 아이가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요?
김 지금까지 무수한 아이를 가르쳐본 경험적 입장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아이를 수학자로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DNA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의 기본적 학습은 노력에 따라 결정되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뼛속까지 문과형이라고 해도 아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수능 2·3등급은 무난하게 받을 수 있고,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수많은 학생을 관찰한 결과니까 굳게 믿어도 될 듯합니다.
유 아이의 노력이 DNA도 엎을 수 있군요! 그런데 그런 노력으로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 점수가 잘 나오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 수포자가 되는 경우가 정말 많잖아요. 이유가 많겠지만, 중·고등 수학의 차이가 노력만으론 극복이 안 되는 면이 있는 걸까요?
백 한마디로 단정 내리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개개인의 능력이나 성향 차이가 있으니까 이건 정말 학생 개개인을 살펴 해결점을 찾아야 해요. 하지만 가장 자주 보는 원인 하나를 꼽으라면 학습 방법이 문제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나라 수학 학습의 기본이라 하면, 초등학생 때부터 수많은 유사 문제를 기계식으로 푸는 거잖아요. 이게 중학교까지 이어지면 중학교 내신은 일부 통할 수 있는데 그 이상에서는 무리가 따릅니다. 개념을 이해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고등 과정의 복합 문제 해결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학교 때까지는 잘 나오던 수학 점수가 이해력과 사고력이 동반돼야 하는 고등 수학에 가서 펑크가 나는 거죠. 그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중·고등 수학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히 달라야 합니다.
어떤 참고서를 골라야 하나?
유 시험 때면 아이랑 참고서 사러 서점에 함께 가곤 했는데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아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범위마다 개념서와 심화서 한 권씩만 떼면 되는 걸까요?
김 정말 참고할 책이 너무 많죠? 출판사도 많고 참고서 종류도 너무 다양해 도무지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데요, 가장 기본이자 확실한 건 교과서부터 출발하라는 거예요. ‘고작 교과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사실 교과서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있어 수십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교과서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런저런 참고서부터 본다거나 고난도의 학습서를 집어 드는 건 그냥 수학 점수를 버리겠다는 얘기거든요. 세계 역사상 최고의 수학 베스트셀러로 손꼽히는 <수학의 ◯석>도 기본서부터 심화서까지 나눠 있잖아요. 그냥 베스트셀러가 된 게 아닙니다. 다들 기본에 충실한 경험을 통해 그 책을 다시 찾게 되는 거죠. 기본서를 완벽에 가깝게 숙지했을 때 심화서를 들어야 하고요, 그다음에 응용서를 공부하는 순서를 꼭 지켜야 합니다. 마음만 급해 ‘이 정도면 알 것 같다’고 넘어가다간 반드시 뒤탈이 나고 체하게 돼 있습니다.
유 우리나라 입시에서 수학은 참 빼놓을 수 없는 과목인데, 수포자는 정말 대학을 갈 수 없는 걸까요?
백 우리나라에 대학은 무척 많습니다. 수학 못해도 갈 수 있는 대학도 많아요. 잘 찾아보면 소위 명문대조차도 수학 비중을 낮춘 전형이 있습니다. 더구나 수능은 해마다 변수가 많은 시험이라서 어느 과목의 점수가 더 크게 반영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처음에 말한 것처럼 수학은 대학만 잘 가려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해야 해요. 세상을 잘 살기 위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하는 거죠.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성적은 나옵니다.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찾아야 합니다. 수포자도 대학을 갈 수 있으니 수학 점수 안 나온다고 아이가 입시를 포기하지 않도록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게끔 이끌어주는 게 어른들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유 다소 엉뚱한 질문이긴 한데요, 수학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강조하셨으니까 질문할게요. 수학은 암기하는 학문인가요, 이해하는 학문인가요?
김 당연히 ‘개념 이해’라고 답해야 할 것 같지만, 솔직히 현실적인 수학 공부의 측면에서는 암기라는 대답도 성립하는 듯해요. 좀 비교육적인 답변이라 주저됩니다만, 암기로도 어느 정도의 점수 획득은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현실이 그렇다는 건데,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무작정 암기하다가 그 뒤에 이해하게 되는 역순환이 발생하는 걸 꽤 여러 번 목격했거든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애매합니다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니까 더더욱 포기해선 안 되겠죠.
유 마지막으로 엄마로서 간절한 질문이기도 한데요, 짧은 기간에 수학 점수 잘 받는 비법은 없을까요?
김 (웃음) 사실, 시중에서 그런 광고를 많이 보잖아요. ‘방학 4주 단기 완성’, ‘1년 과정 두 달에 끝내기’ 같은 문구를 내건 단기 특강 광고가 자주 눈에 띄는데 결과는 어떨까요? 주위를 살펴보면 실제로 이런 특강에서 성적이 올랐다는 학생도 많습니다. 그럼 정말 단기에 완성되는 건지 궁금하시죠? 그 이면을 잘 살펴보면 놓쳐서는 안 될 점이 있습니다. 단기에 점수가 올랐다는 경우는 수학을 전혀 못하거나 별로 안 했던 학생은 드물고, 평소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있던 학생이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기본 실력도 없는데 단기간에 수학을 정복하겠다는 건 솔직히 사상누각과 같습니다. 매년 학습해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은 최소한 교과서에 실린 것만이라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본을 튼실하게 만들어두는 것이 수학 공부의 첫걸음이라는 게 현실적인 정답입니다. 결국 기본이 최선입니다.
김동영
㈜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연구소 대표
전 ㈜타임교육 학원사업본부장
전 시사저널 교육 주간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전 (재)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