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청에 들어선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후보(61세, 국민의힘). 서울시와 오랜 인연을 자랑하는 그가 또 한 번 선거 링에 오른다. 오 후보가 내세우는 정치적 수는 능숙함이다. 법조인, 교육인, 방송인, 그리고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다채로운 경험과 배움을 나누는 게 자신의 소임이라고 믿는다. 서울시장 3선 경력으로 960만 서울 시민의 일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오세훈 후보를 만났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지지율이 앞서는 상황입니다(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 5월 14~15일 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각각 2,4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2.4%,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7.2%로 나타났다).
오세훈(이하 오) 지지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시 지지율이 우세했는데도 낙선했으니까요.(웃음)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게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하죠.
이번 선거에서 부동산 민심 잡기가 핵심 쟁점으로 꼽힙니다.
오 지난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신규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한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서울 시내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여분의 토지가 없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서울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밀착 지원해 각종 인허가와 행정절차 과정을 대폭 줄였습니다. 더 빠르게 주택을 공급해야 부동산 시장이 선순환 구조로 전환될 테니까요. 신축·구축 건물이 혼재돼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택 밀집 지역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도 마련했습니다. 바로 모아타운이죠. 노후된 저층 주거지역을 한 그룹으로 묶어 지역 내 필요한 공영 주차장 등 시설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임대주택 고품질화도 임기 내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평수를 1.5배 넓히고, 고급 아파트의 부대시설인 커뮤니티실, 수영장, 체육시설 등을 적용하고자 합니다.
여성을 위한 정책도 궁금합니다.
오 현재 경력 단절 여성들이 다시 사회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일자리 부르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자리 정보뿐 아니라 인턴십을 제공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청년 여성을 위한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나 2~3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모의 면접과 특강 등을 진행하고 있죠. 연령층을 막론하고 여성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데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에서 앞장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엔데믹 시대를 맞아 서울의 변화도 필요할 거 같아요.
오 시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집합금지 규제가 완화되자마자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열린 도서관(책읽는 서울광장)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서울도서관에 보관된 도서 가운데 3,000권을 광장에 내놓고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도록 했죠. 운영 첫 주에 많은 분이 방문하셨는데 총 3권만 분실됐어요. 신분증을 맡기는 등 일련의 절차 없이 널린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했는데 말이죠. 정말 놀랍지 않나요?(웃음) 열린 도서관 외에도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지지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 당시
지지율이 우세했는데도 낙선했으니까요.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게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온 서울
오 후보는 정계 입문 전부터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이었다.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TV에 출연했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도 맡았다. 스마트한 면모는 물론 훤칠한 키, 훈훈한 외모를 소유해 한때 ‘1등 신랑감’으로 꼽히기도 했다. 알고 보면 오 후보는 판자촌에서 유년기를 보냈을 정도로 지난한 성장기를 거쳤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수성가의 꿈을 품고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약했다. 이후 200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정계에 진출한 오 후보는 헌정 사장 최연소 민선 서울특별시장이자 최초의 재선 서울특별시장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명예로운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재선 1년 만인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선별 지급 투표를 거쳤고,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되면서 임기 중에 자진 사퇴를 했다. 그로부터 10년, 정치계를 떠났던 오 후보가 다시금 서울 시민 앞에 섰다. 그에게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정치 인생에 대해 물었다.
지난해 10년 만에 서울시청에 복귀했습니다.
오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주어진 1년의 임기는 시정을 파악하고 업무에 적응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니까요. 그래서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임기가 1년이라는 데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오 사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울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진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선거를 치를 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총 5년의 임기가 주어진 것처럼 일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를 믿어주신다면 장기 계획을 세워 열심히 일해보겠다고 약속했죠.
시장 사퇴 이후 10년의 시간을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오 코이카(KOICA) 해외 자문단으로 페루, 중국, 영국 등에서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인생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어요.(웃음) 봉사 활동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한양대학교 특임교수와 고려대학교 석좌교수를 지냈고, <미래>라는 책을 집필했습니다. 서울시장직을 사퇴하면서 공직 경력을 바탕으로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살아오면서 배운 것들을 나누고,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다시 또 나누다 보니 10년이 흘렀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고, 책을 쓰고, 봉사 활동을 다니며 시간을 채웠습니다.
그 사이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는데, 심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오세훈은 제20대·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각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광진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오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고 수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좌절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죠. 정계에 입문하기 전 변호사 신분으로 MBC 교양 <생방송 오 변호사 배 변호사>에 출연했고, SBS 시사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면서 사회로부터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제가 가진 것에 비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내가 도대체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기에 이토록 큰 사랑을 받는 걸까, 이렇게 갑자기 복이 많이 오면 안 좋은 일도 많이 생기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내가 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받은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아왔어요. 덕분에 좌절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합니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에 보답해야죠.
그가 험난한 정치계에 22년간 몸담을 수 있었던 데는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 송현옥(61세)이 함께한 덕분이다. 고등학생 때 만나 부부로 이어진 두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서로를 가장 응원하는 끈끈한 관계란다. 아내 송현옥은 극단 ‘물결’의 대표이자 세종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를 지내고 있다. 아내로서는 남편이 나아가는 길을 묵묵히 지켜보고, 서울 시민으로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곁에서 지켜본 오세훈은 어떤 정치인인가요?
송현옥(이하 송) 이른 새벽부터 잠들기 전까지 서울시를 걱정하는 사람이에요. 시장직을 맡지 않았던 지난 10년 동안에도 함께 한강을 거닐때마다 여자 화장실 내부의 휴지는 깨끗한지, 시설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봐달라고 하더군요.(웃음) 그래서 “당신 이제 서울시장 아니고 일반인이야”라고 말했는데도 한결같았어요.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요. 저의 행복을 위해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지만, 서울 시민으로선 남편 같은 사람이 정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남편, 아버지로서 오 후보의 모습이 궁금해요.
송 정말 가정적이에요. 한창 바쁠 때도 퇴근 후 함께 산책하는 시간은 꼭 지키려고 했어요. 각자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대화를 나누면서 걸어요. 우리 부부의 건강은 물론 심적인 힐링을 하는 시간이죠.
오 두 딸이 모두 가정을 꾸리면서 출가했기 때문에 이제 저에게 남은 가족은 아내밖에 없습니다.(웃음) 아내와 뚝섬유원지에서 잠실대교까지 걸으면서 서로 떨어져 있었던 시간을 공유하곤 합니다. 저에게 큰 힘이 되는 시간이에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부부만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본인도 바쁘고 지칠 텐데 저와의 대화 시간을 지키려고 하는 아내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두 딸은 정치하는 아버지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오 매번 따끔한 소리를 하는 잔소리꾼들이에요.(웃음) 언론 인터뷰나 TV 토론을 마치고 귀가하면 헤어스타일부터 자세, 화법까지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해줘요. 누구보다 냉정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새겨듣게 됩니다.
아내와 두 딸, 3명의 여자와 살면서 배운 점도 있나요?(웃음)
오 여성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손주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손주가 다닐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입소가 하늘의 별 따기인 데 비해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더라고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공립과 민간 어린이집에서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모아 어린이집)를 도입했어요.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물품 구매부터 프로그램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부모는 물론 어린이집 교사들과 아이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 구분 없이 다양한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죠. 서울형 키즈 카페는 손주와 민간 키즈 카페에 갔다가 이용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느끼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입니다. 요금을 대폭 낮추는 대신 민간 키즈 카페 사업자들과의 상생을 위해 먹거리는 판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송 남편은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같이 외출했을 때 제가 화장실 앞에서 오래 줄을 서는 모습을 보거나 주차장에서 여성들이 카시트를 넣고 꺼내는 모습을 유심히 보더라고요.
어느 때보다 정치인 가족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아내 입장에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송 요즘은 수시로 저의 삶을 돌아보게 돼요. 물론 남편이 정치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부터 조심스러웠지만 지금과는 다른 느낌이었죠. 초기엔 정치라는 게 남편의 일이라고 여겼어요. 저는 제 자리에서 맡은 바를 충실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딸들도 마찬가지겠죠?
오세훈 후보가 정치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궁금해요.
오 사는 게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입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단칸방을 전전했고 판자촌에서 산 적도 있어요. 가난한 형편에도 자식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던 어머니를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죠. 정계에 입문할 때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치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무너져가는 계층 사다리를 복원해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죠.
지금까지 오세훈의 ‘업적 1번’을 꼽으면요?
오 여성행복프로젝트입니다.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작은 불편함까지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입니다. 10년 전 서울시장을 지낼 때, 여성 직원들과 커피를 마시는데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날에는 괜찮은데 하이힐을 신은 날은 서울 도심을 걷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유심히 지켜보니 시내 도보 구간이 울퉁불퉁한 돌길로 설계돼 보행이 불편할 것 같았죠. 섬세하게 설계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서울시청 내 모든 부서를 한데 모아 디테일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개편하자고 제안했어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목전입니다. 왜 오세훈을 선택해야 할까요?
오 디테일에 강하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는 섬세함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와 함께한 시간 동안 모든 부처와 인력들을 동원해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살피면서 시정을 이어왔습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영역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죠.
끝으로 오세훈 후보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오 오래도록 서울 시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겁니다. 매일 한강을 걸을 때마다 도란도란 담소 나누는 시민들을 만나는데, 그들을 보는 게 큰 낙이에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기획할 당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설계한 시설물과 공원을 이용하면서 즐거워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덩달아 행복함을 느꼈죠.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10년의 시간이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서울시장으로서 이룬 것들과 그 안에서 마음껏 웃는 시민들을 만났던 10년이었기에 힘들지 않았어요. 그 시기를 거치면서 시민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게 인생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세훈(61세, 국민의힘)
1961 서울 출생
1983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 학사
1984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1991 대한민국 육군 중위 전역
1991 변호사오세훈법률사무소 변호사
1996 <시사저널> 편집자문위원
1997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2000 제16대 국회의원(서울 강남구 을 / 한나라당)
2006 제33대 서울특별시장(민선 4기 / 한나라당)
2010 제34대 서울특별시장(민선 5기 / 한나라당)
2017 바른정당 최고위원
2018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
2020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교수
2021 제38대 서울특별시장(민선 7기 / 국민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