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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와 준현이

같은 발 사이즈, 같은 키, 같은 체구, 비슷한 삶의 궤적. 서로가 있어 더할 나위 없다는 쌍둥이 형제의 유쾌한 나날.

On May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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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조준현)체크 패턴 오버사이즈 셔츠 페럴라이즈, 블랙 패턴 니트 톱·화이트 쇼츠 모두 자라. (오른쪽 조준호)페이즐리 패턴 반팔 셔츠 오디너리피플, 체크 패턴 팬츠 페럴라이즈, 스니커즈 반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왼쪽 조준현) 체크 패턴 오버사이즈 셔츠 페럴라이즈, 블랙 패턴 니트 톱·화이트 쇼츠 모두 자라.
(오른쪽 조준호) 페이즐리 패턴 반팔 셔츠 오디너리피플, 체크 패턴 팬츠 페럴라이즈, 스니커즈 반스,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조준호, 2013 카잔 하계 유니버시아드 은메달리스트 조준현 형제가 유도복을 벗어던졌다.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두 사람은 요즘 방송인으로서 인생의 2막을 열었다. 이들은 MBC 예능 <호적메이트>에서 서로를 향한 디스와 선을 넘나드는 장난으로 찐 형제 케미를 보여준다.

언뜻 평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별함으로 뭉친 두 사람은 같은 날 8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다. 형 조준호와 동생 조준현은 생김새는 물론, 체격까지 비슷하다. 똑 닮은 외모 탓에 형과 동생을 구분하지 못했던 일화로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다. 35년 인생의 궤적도 닮아 있다. 두 사람 모두 유도선수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약한다. 매 순간을 함께해온 형제는 서로만 한 파트너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MBC 예능 <호적메이트>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어요.
조준호(이하 ‘준호’) 혼자 출연할 때보다 훨씬 좋아요.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종종 방송에 출연했을 땐 혼자였거든요. 그때는 방송이 마냥 신기했다면, 지금은 재미있어요. 준현이랑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요.
조준현(이하 ‘준현’) 둘이 있을 때 치는 장난이 고스란히 방송에 담겨요. 방송을 통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됐어요. 평소 속내를 잘 털어놓는 편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랐거든요. 가족 모두 경상도 출신이라 무뚝뚝한 편이에요. 방송이 아니었다면 평생 몰랐을 거예요.

준호​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끼리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방송에 출연하면서 가족 간 관계가 더 돈독해졌죠.


두 사람은 형제라기보다는 친한 친구 같아요.
준호 보통 어릴 때는 놀이터에서 친구를 사귀는데 저희는 365일 함께 있으니까 굳이 다른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또 서로 형, 동생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아 더 친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준현 한때 부모님께서 호칭 교육을 하셨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어색해하니까 자연스럽게 부르도록 내버려두시더라고요. 준호의 말처럼 저도 폭넓은 인간관계에 대한 욕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저한테는 준호가 있으니까요.

형제들은 자라면서 수도 없이 몸싸움을 한다는데 두 사람은 어땠어요?
준호 엄청 싸웠어요.(웃음) 모든 형제가 그렇듯 다시는 안 볼 사람들처럼 다퉜죠. 싸운 뒤 냉전의 시간은 1~2시간을 넘기지 못했어요. 무엇이든 같이하다 보니까 감정의 골이 오래가지 않았죠.
준현 주로 용건이 있는 사람이 먼저 말을 걸면서 화해해요.(웃음)

돈독한 우애를 형성하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죠?
준호 한 명이 잘했을 때는 칭찬을 하지 않는 게 부모님의 교육 철학이었어요. 그런데 한 명이 잘못하면 연대책임으로 두 명을 모두 불러 야단치셨어요. 또 힘든 일은 항상 같이하라고 교육하셨어요. 유도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둘 다 소심한 탓에 슈퍼마켓 심부름조차 잘 해내지 못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같이하면 해낼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실제로 부모님의 말씀이 맞았어요. 함께하면 못 할 게 없더라고요.

쌍둥이라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준현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녔을 때 준호 대신 피아노 레슨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웃음) 당시 선생님께서 저를 준호인 줄 아시고 수업을 진행하시더라고요.
준호 성장하면서 외모가 많이 달라졌는데, 어릴 때는 정말 꼭 닮았어요. 체구도 완전히 비슷했고요.

다른 점을 꼽으면요?
준호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인데 준현이는 오래 고민해보고 결정을 내려요. 유도를 하면서 성격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기술을 보자마자 습득해 실전에 접목하는데, 준현이는 본인의 기술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렸죠.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제 실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받았어요. 그런데 장기적으로 저는 그렇다 할 주특기를 가지지 못했고, 준현이는 본인이 잘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더라고요.
준현 한마디로 저는 뚝배기고 준호는 양은 냄비예요. 그래서 합이 더 잘 맞는 게 아닐까요?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으니까요.  


같은 나이에 같은 체급이라 비교하기 쉬운 조건이었죠.
 많은 비교와 평가 속에서도 서로를 시기하지 않았던 건 부모님 덕이 커요.
무조건 둘이 같이 잘해야 칭찬해주셨어요. 부모님 교육 덕분에 주변의 비교에 상처받지 않았던 거 같아요.
오히려 준호랑 같이 잘되는 게 목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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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현)이너로 착용한 니트 베스트 코스, 베이지 재킷·쇼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준호)브라운 셔츠·이너로 착용한 니트 베스트·쇼츠 모두 네이비 by 비욘드 클로젯.

우리는 매 순간 함께했다

조준호·조준현 형제의 가족은 ‘유도 패밀리’다. 아버지부터 쌍둥이 형제 그리고 막내 조준휘까지 모두 유도와 인연이 깊다. 그중 쌍둥이 형제는 국제 유수의 대회에서 메달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두 사람에겐 유도라는 또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어요.
준현 초등학교 때 준호와 같이 유도를 시작했어요. 단계별 커리큘럼이 있는데 어린 마음에 기술을 빨리 배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준호와 같이 어깨너머로 본 기술을 하나씩 따라 했죠. 집에서도 유도를 하면서 놀았어요.
준호 그래서 유도에 깊게 빠져든 게 아닐까요? 또 아버지가 유도선수 출신이라 궁금한 점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었죠. 유도를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어요. 형제들끼리 성장 과정에서 벌이는 주먹 다툼을 멈췄어요. 서로 다칠까 봐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운동을 하다 보니 비교당하는 일이 빈번했을 거 같아요.
준호 같은 나이에 같은 체급이라 비교하기 쉬운 조건이었죠. 유도를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생 때는 제 실력이 우세했어요. 저는 전국소년체전의 꿈나무였고, 준현이는 참가에 의의를 둬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본선에서 준현이가 금메달을 땄고, 저는 예선에서 탈락했어요. 이후에도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죠. 제가 잘할 때가 있는가 하면 준현이가 빛을 볼 때도 있었어요.
준현 많은 비교와 평가 속에서도 서로를 시기하지 않았던 건 부모님 덕이 커요. 무조건 둘이 같이 잘해야 칭찬해주셨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같이 금메달을 딴 적이 있는데, 처음으로 “수고했다”고 말하시더라고요. 부모님 교육 덕분에 주변의 비교에 상처받지 않았던 거 같아요. 오히려 준호랑 같이 잘되는 게 목표였죠.

서로만 아는 고충도 있었나요?
준호 준현이에게 가장 먼저 은퇴 의사를 전했어요. 사실 은퇴에 대한 확신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당시 26살이었고, 주변에서는 동메달만 따고 그만두면 후회할 거라고 말했죠. 그런데 준현이가 “그래, 고생했다. 이제 그만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순간 속 시원하게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의 고생을 인정해주고, 은퇴 후의 삶을 응원하겠다는 의미로 들렸어요.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이 느껴져요.
준호 제게 준현이는 없어선 안 될 존재예요. 유도선수로서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진출하게 된 것부터 메달을 거머쥔 것까지 준현이의 덕이 커요. 항상 훈련 파트너가 돼줬고, 그 누구보다 제 마음을 잘 헤아려줬어요. 쌍둥이고, 쌍둥이 형제가 준현이라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준현 때때로 세포분열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면 완벽한 한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준호가 말한 것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를 가장 먼저 찾아요. 저는 기분이 조금이라도 다운되면 준호한테 전화를 걸어요.

둘이서 많은 부분을 나누다 보니 연애는 좀 힘들겠단 생각이 들어요.
준현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에요.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예전에 만났던 여자친구와 준호 때문에 다툰 적이 있어요. 항상 셋이 만나려고 했거든요. 선수 시절에는 주말마다 외박을 나갈 수 있었는데, 준호랑 여자친구를 모두 만나야 한다는 마음에 셋이서 만나는 자리를 자주 만들었어요.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당연히 화날 일이죠.
준호 저는 여자친구한테 동생 편만 든다고 혼난 적이 있어요. 이런 경우가 반복되다 보니 서로의 여자친구를 소개해주지 않으려고 해요. 알아봤자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연애 시장에서 누가 더 인기 있나요?(웃음)
준현 외모만 봤을 때는 준호가 더 낫죠. 같이 다니다 보면 외모로 비교되는 경우가 많은데, 항상 준호가 더 잘생겼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런데 인기는 달라요.(웃음)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준호의 인기가 우세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제 인기가 많아지더라고요. 요즘은 인기투표를 하면 거~의 제가 몰표를 받습니다.
준호 (한참 허공을 바라보다가) 그래도 외모는 제가 낫지 않나요?

앞으로도 함께 활동할 계획인가요?
준호 같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파트너십이 꽤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준현 성향이 달라 발산하는 케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시너지 효과인 거죠. 지금까지 많은 것을 함께했고,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함께해야죠.


 쌍둥이 형제가 말하는 가족 

가족은 ◦◦◦이다.
 조준호  버팀목이다. 아버지부터 삼 형제까지 모두 유도를 했다.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다. 종종 압박감을 느낄 때가 있었지만, 그 덕분에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조준현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 관계. 나이가 들수록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체감한다. 내가 힘들 때 진심을 다해 울어주는 건 가족밖에 없지 않나. 반대로 나에게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의 일처럼 행복해한다.

좋은 형제 관계를 위해 중요한 것은?
 조준호  시기와 질투를 버려야 한다. 쌍둥이로 살면서 비교당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저울질에 신경 쓰지 않았다.
 조준현  욕심을 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형제는 어릴 때부터 공동소유, 공동재산의 개념을 교육받았다. 형제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내줘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준호라면 아무 것도 아깝지 않다.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조준호  없어선 안 되는 존재. 우리는 일란성쌍둥이다. 원래 하나였는데 둘로 나뉜 거다. 그래서인지 종종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준현이가 없는 세상에 남겨진다면, 곁에 어떤 사람이 있어도 혼자인 기분일 거 같다.
 조준현  반쪽이다. 준호와 함께해야 비로소 내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군 복무 중일 때 쌍둥이 형제가 있는 사람을 알게 됐는데, 쌍둥이 동생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하더라. 살면서 들었던 모든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마음이 아팠다. 힘이 닳는 순간까지 지금처럼 늘 함께 하고 싶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하지영
스타일링
문진호
헤어&메이크업
정일&원정(미러미러 청담)
2022년 05월호
2022년 05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하지영
스타일링
문진호
헤어&메이크업
정일&원정(미러미러 청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