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대 항암제가 600만원 되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치료제 중 하나인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건강보험이 적용돼 국내에 유통될 전망이다. 세계 최초의 개인 맞춤형 항암제 CAR-T 치료제 킴리아는 1회 투약으로 혈액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완치돼 암 치료제의 희망으로 통했다.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킴리아의 투약 비용은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본래 1회 투약 비용이 4억 6,000만원에 달했으나, 건강보험 적용으로 1회 투약 비용이 환자 소득에 따라 연간 83만~598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환자 맞춤형 치료제라 약제 비용 외에 세포 수집, 생체 외 처리, 치료제 주입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처방 대상은 2회 이상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재발이 잦거나 반응이 없는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와 25세 이하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다. 자가 맞춤형 원샷 치료제라는 특성에 따라 환자당 평생 1회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대형 병원 5곳에서 처방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학교병원이 관련 준비를 마쳤으며 서울아산병원은 4월 이내에 인체세포 관리업 허가를 받아 처방 준비를 시작한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만 정확히 골라 사멸하면서도 체내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획기적인 최신 치료제로 주목받는 CAR-T의 원리는 이렇다.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와 암세포를 인지하는 CAR(Chimeric Antigen Receptor·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유전자 조작으로 결합한 뒤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속에 주입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것. 암세포 식별력이 강화된 T세포는 숨어 있는 암세포를 찾아내 스스로 제거하며 항암제로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T세포는 무엇일까? 쉽게 말해 면역세포다. 인체의 다른 세포들이 감염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았는지 감시하고, 신체 이상을 감지하면 비상 상황을 알리는 신호 물질을 분비해 다른 면역세포들이 이를 인지하고 면역반응을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CAR-T는 환자 세포를 직접 채취(자가 방식)해 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드는 개인형 맞춤 치료제라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리며, 대량생산이 불가하다. 킴리아 역시 환자 몸에서 피를 뽑아 림프구를 별도로 추출한 뒤, 림프구 속 T세포를 모아 미국으로 보내면 노바티스가 직접 킴리아를 제조한다. 핵심은 환자의 T세포가 이송 과정에서 변질되지 않게 병원의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시설에서 별도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처방 가능한 병원이 소수에 불과하고 높은 비용이 드는 이유다. 또 다른 단점은 면역세포 반응 유발이 핵심 원리이다 보니 면역세포가 과다 발현해 생기는 염증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부작용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형암에는 아직 뚜렷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자체 개발 나선 국내 의료계
한편 서울대학교병원은 국내 병원 중 처음으로 CAR-T 치료제를 자체 생산해 10대 백혈병 환자에게 투여해 치료에 성공했다. 투여받은 첫 환자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최고위험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다. 앞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지만 재발했고, 이후 신규 표적치료제 복합 요법으로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상태가 왔지만 다시 미세 재발을 해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2월 환자의 말초혈액에서 림프구를 모은 뒤 CAR-T 치료제를 생산해 투여했고, 환자는 전신성 염증 반응인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생겼지만 현재 백혈병 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또 국내 바이오 기업 큐로셀과 앱클론, 팸토바이오, 유틸렉스, 박셀바이오 등도 CAR-T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국제 무대에서는 후발 주자인 만큼 기존 CAR-T 치료제에 또 다른 기술을 더하거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