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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육아 동지여!

이들이 없는 나의 일상을 상상할 수 없다.

On May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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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하기 싫었던 질풍노도의 시기, 엄마는 학업을 게을리했던 내게 말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우선 공부를 하고 선택의 범위를 넓혀라. 그리고 무슨 직업을 가질지 결정해라.” 당시 엄마 앞에선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이 말은 내게 큰 공포로 다가왔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니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엄마의 충고는 결과적으로 내게 100% 효과를 발휘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엄마의 말이 결혼 후 더 자주 떠오른다. 아이를 낳고 나서 더더욱 그렇다. 지인의 도움 없이 결혼식 준비를 마칠 수 있었을까? 홀로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쳤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친구 A, B와 한 달 차이를 두고 출산했다. 출산을 이유로 새로운 단톡방을 생성한 우리는 임신 기간과 출산휴가, 육아휴직 기간 동안 남편보다 더 자주 소통했다. 특히 새로운 사람과 만남을 꺼려 ‘조동(조리원 동기)’이 없는 산후조리원을 골랐던 나에게 이 친구들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우리는 임신 기간의 고충, 육아 중 각자 겪는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문제별로 최적의 해결책을 찾았다. 수시로 사고 싶은 육아템이 생길 땐 “당장 사라”고 서로를 부추기며 소비의 이유를 합리화했다. 아마도 남편들은 모였다 하면 꼭 사야 할 아이템이 늘어나는 우리 셋의 조합을 반기진 않았을 것이다. 각자 사는 곳은 달랐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마다 만나 공동 육아를 했다. 되돌아보면 이 친구들이 있었기에 ‘먹놀잠(‘먹고 놀고 자고’의 줄임말)’이 반복되는 영아기의 단편적인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최근엔 한 동네에 사는 친구 C를 자주 만난다. 무려 20년 지기 친구지만 자녀의 나이가 달라 한동안 각자 육아를 하느라 만나지 못했는데, 이젠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서로 꽁냥거리며 놀기도 해 엄마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몇 번의 만남 끝에 나의 딸과 친구의 딸은 서로를 보고 싶어 하는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아직 말이 서투른 딸은 아침에 눈을 뜨면 “언니”를 찾고, 휴대전화를 보면 언니에게 영상통화를 걸어달라고 한다. 둘은 서로를 질투해 만나면 으르렁거리다가도 한순간에 손을 잡고 뽀뽀하는 환장할 시추에이션을 보여준다. 친구의 딸이 언니라는 이유로 동생을 이해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지만 둘 사이가 좋은 덕분에 나와 친구 C는 주말이면 만나 평일에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가진다. 나의 정신없는 스케줄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친구 C와 언니가 하는 것은 다 따라 하고 싶은 동생을 이해하고 양보하는 친구의 딸이 있었기에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 비육아 중임에도 육아 중인 우리의 상황을 이해해준 또 다른 친구 D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육아 동지 중 가장 믿는 존재는 2명의 엄마다. 여러 이유로 SOS를 쳐야 할 땐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를 떠올린다. 늘 “할머니가 양육해서 아기가 잘못될까 봐”를 입에 달고 사는 두 엄마가 없었다면 나와 남편의 사회생활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라고 까탈스럽게 구는 나를 이해해준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에겐 그 어떤 말로도 감사한 마음을 다 전할 수 없다. 또 육아가 처음이라 서툴고 거친 나를 잘 따라와준 남편과 딸 역시 감사한 존재다. 남편과 딸이 있기에 희로애락으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나의 삶은 무채색과 같았으리라. 두 사람의 삶에 나의 존재가 어느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05월호
2022년 05월호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