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온 ‘K팝 레전드’
그룹 빅뱅이 지난 4월 5일 0시 신곡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을 발매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2018년 발매한 싱글 ‘꽃길’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곡이었기 때문. ‘꽃길’에서 “우리 이게 마지막이 아니야. 부디 또 만나요. 꽃이 피면”이라고 노래했던 그들은 봄날 다시 돌아왔다. 빅뱅의 신곡은 발매 전부터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신곡 관련 포스터와 멤버별 티저 이미지를 공개하고, “아름다울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비 갠 뒤에 비애(悲哀) 대신 a happy end”,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등 가사 일부를 연이어 공개할 때마다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높은 관심 속에 공개된 ‘봄여름가을겨울’은 예상을 뒤엎는 곡이었다. 빅뱅은 2006년 데뷔해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뱅뱅뱅’ 등 세련되고 트렌디한 힙합 음악을 선보이며 ‘빅뱅표 힙합 댄스곡’을 구축했다. 이번 신곡은 부드러운 밴드 사운드를 바탕으로 감성적인 멜로디가 편안함을 주는 노래로 평가받는다.
지드래곤과 탑, 프로듀서 쿠시가 함께 작사한 가사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지난날에 대한 단상과 고민, 현재와 미래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가사에는 지난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는 희망적 메시지가 담겼다.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한여름 밤의 꿈/가을 타 겨울 내릴 눈 1년 네 번 또다시 봄/정들었던 내 젊은 날 이제는 안녕/아름답던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며 인생의 순환을 사계절에 비유하고 청춘을 회상했다.
압도적인 화제성과 음악성에 힘입은 빅뱅의 신곡은 발매 첫날 멜론, 플로, 지니, 벅스 등 주요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아이튠즈 33개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월드와이드 차트 정상에 올랐고, 중국과 일본의 최대 음원 사이트 QQ뮤직과 라인뮤직의 실시간차트 또한 휩쓸었다.
이와 함께 미국 빌보드 주요 차트 최상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 빌보드 글로벌 차트에서 3위를 기록했고, 미국을 포함해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9위에 올랐다. 두 차트는 세계 200여 지역에선 수집된 스트리밍과 음원 판매량(다운로드)을 토대로 해 글로벌 메인 차트 중 하나로 꼽힌다. 빌보드에 따르면 ‘봄여름가을겨울’은 4월 5일 발매 후 3일 만에 전 세계적으로 3,400만 스트리밍과 2만 9,700 판매량(다운로드)을 기록했다.
평가 또한 긍정적이다. 미국 평론지 <롤링스톤>은 “K팝 레전드가 돌아왔다. 이번 신곡을 통해 빅뱅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아련한 슬픔과 찬란한 희망을 동시에 선사하는 명곡”이라고 극찬했다. 또 영국 유명 음악평론지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는 빅뱅의 신곡에 만점인 별 5개를 부여하며 “한 편의 회고록이다. 성장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희로애락이 담겼다.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온 팬들에게 단비 같은 희망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곡에 ‘빅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에 대한 정답이 담겨 있지는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빅뱅은 4년 전보다 더욱 멋있어졌고 나은 사람이 됐다”고 덧붙였다.
‘범법 그룹’이란 오명… 여전히 싸늘한 시선
하지만 빅뱅을 싸늘하게 바라보는 일부 시선은 여전하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 사건’과 연류돼 그룹을 탈퇴한 전 멤버 승리를 비롯해, 군 복무 중 대마초 흡입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탑,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소유 건물 내 불법 유흥업소 운영 방관 의혹을 받은 대성, 2011년 대마초 흡연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지드래곤까지 태양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논란에 휘말려 ‘범법 그룹’이라는 오명이 아직 남아 있다.
빅뱅 또한 이 같은 논란을 인식했는지 ‘봄여름가을겨울’에는 반성적인 가사가 많이 담겼다. 탑은 “지난 밤의 트라우마 다 묻고/목숨 바쳐 달려올 새 출발 하는 왕복선/변할래 전보다는 더욱더/좋은 사람 더욱더”, “내 안에 분노 과거에 묻고” 등의 가사로 노래했다. 앞서 탑은 한 홍콩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2017년 대마초 흡입으로 처벌받았던 것에 대해 “후회한다. 솔직히 ‘빅뱅’의 탑으로 돌아올 때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빅뱅의 향후 활동은?
지난 2월 YG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아티스트이자 사업가로 홀로서기를 선언한 탑은 신곡 발표 당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속사를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탑은 “마침내 음악이 나왔다. YG 스태프분들이 없었다면 제가 여기 없었을 거다. 지난 16년 동안 감사했다”며 “나는 지금 내 인생의 또 다른 중요한 전환점을 겪고 있다. 조만간 좋은 아티스트로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 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이틀 후 탑은 인스타그램에 ‘우리가 만든 와인’이라는 글과 함께 ‘T’SPOT’이라고 적힌 와인 라벨 사진을 게시하며 와인 사업가로 활동할 것을 예고했다.
탑은 2017년 팬 미팅에서 “아르헨티나에 있는 포도밭을 샀다”고 밝혔을 만큼 와인 애호가로 유명하다. 2019년엔 본인 소유로 추정되는 와인 농장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T’SPOT’라벨을 보면 탑은 와인 큐레이터로 이름이 올라 있고 아트워크는 일본의 현대미술가 코헤이 나와가 맡았다. 앞서 탑은 코헤이 나와의 작품에 감탄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는 등 팬심을 드러낸 바 있다. 한 해외 인터뷰에서는 “코헤이는 내 영혼의 형제다. 흥미로운 것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협업을 암시하기도 했다.
탑은 빅뱅 활동으로 자신의 와인 사업을 홍보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뮤직비디오에서 탑은 ‘T’SPOT’이라는 문구가 적힌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그는 3일 만에 2,800만 뷰 이상을 달성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대대적으로 사업을 홍보한 셈이다.
한편 빅뱅의 향후 활동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빅뱅은 신곡 발표 이후 팬 사인회나 콘서트, 후속곡, 방송 출연 일정 등 공개된 일정이 없다. 이를 두고 빅뱅이 탑을 제외하고 3인으로 재편해 활동을 이어갈지, 혹은 해체를 선택할지 귀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흐름은 빅뱅이 해체될 것으로 점친다. 빅뱅을 향한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 빅뱅의 팬덤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 2006년 데뷔한 빅뱅 멤버 전원이 30대 중반을 바라본다는 점 등 활동을 이어가기엔 여러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 또 빅뱅의 소속사인 YG는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걸 그룹 블랙핑크와 보이 그룹 트레저 활동에 집중하는 상황. 올해 블랙핑크 이후 6년 만에 새로운 걸 그룹을 선보일 예정으로 자연스럽게 YG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빅뱅 탈퇴 승리는 뭐하나
‘클럽 버닝썬 게이트’로 빅뱅을 탈퇴한 승리는 지난 1월 27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공판에서 횡령 및 성매매 알선 등 9개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1억 5,69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는 지난해 1심에서 받은 징역 3년에 비해 형량이 절반으로 감형된 판결이다.
2020년 3월 돌연 입대한 승리는 지난해 8월 용인 지상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황민제 대령)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8개 혐의를 전부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승리에게 징역 3년 추징금 11억 5,690만원을 선고했다. 그 후 승리는 항소심에서 돌연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던 승리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태도를 표명한 것을 고려해 형량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1심 선고 후 법정 구속돼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인 승리와 군 검찰 양측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그는 1년 1개월 더 복역한 뒤 출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