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이 한 일은 많다. 그는 소설가, 에세이스트, 예술문화 평론가, 사회운동가, 연극연출가, 영화감독이었다. 그가 낸 다양한 책 중에서 유명하고 영향력이 컸던 책들은 소설이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정체성을 소설가에서 찾았다.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매혹적인 인간이었던 수전 손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터뷰집<수전 손택의 말>을 번역한 김선형의 요약을 빌려보자.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최고의 교육을 받은 영재의 신화, 이성애와 동성애를 넘나드는 화려한 애정 편력, 불행한 결혼, 치명적 연애, 포토제닉한 미모, 수줍으면서도 가차 없고 단호한 성격, 뉴욕의 지성들이 벌이는 온갖 모임에서 코트 더미를 깔고 자며 자라난 천재적이고 헌신적인 아들, 파리, 뉴욕, 사라예보, 사진과 영화, 유명한 친구들, 치열한 암 투병과 당당하고 용감한 죽음.”이 설명은 그의 생애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주지만, 너무 길다. 그가 받았던 짧고 명료한 카피에 비하면 말이다.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미국 문학계의 다크레이디”, “문학계의 핀업 걸”, “지성계의 말채찍”, “문화적 조현병 왕국의 요정 공주”…. 그에게 붙은 다양한 찬사와 악평은 그가 당대의 주목을 받는 스타였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준다.
그는 1933년 미국 뉴욕,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가 5살 때 아버지 잭 로젠블랫이 사망하면서 그는 어머니의 새 남편인 네이선 손택의 성을 따르게 됐다. 그가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 입학한 것은 15살이 됐을 때였다. 이후 시카고 대학교로 가 계속 공부하다가 그곳의 강사였던 필립 리프와 결혼할 때는 17살. 그리고 19살에 아들 데이비드 리프를 낳았다. 인생의 모든 것을 일찍 시작한 그는 이후로도 계속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그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를 받은 것은 21살. 이듬해에는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파리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소르본 대학교에서 공부를 이어갔고, 하버드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25살 때였다. 1959년부터는 뉴욕시립 대학교, 세라로렌스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등에서 철학을 강의했다. 그리고 그해, 필립 리프와 이혼했다.
그는 서른에 소설가로 데뷔했다. 첫 소설 <은인>을 발표한 것. 다음 해인 1964년에 쓴 <캠프에 관한 단상>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그는 일약 유명 인사로 발돋움했다. <해석에 반대한다> <사진에 관하여> <은유로서의 질병> <타인의 고통> 등 발표하는 책마다 논쟁과 감탄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의 주장도 신선했지만, 그의 매력도 대단했다. 1977년에는 전미비평가협회상, 1999년에는 전미도서상, 2003년에는 독일 출판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운동가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66년에는 베트남전쟁 반대를 적극적으로 개진했고, 내전 중인 사라예보 전쟁터 한가운데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출하여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두 번의 암 투병을 거치며 자신의 병과도 단호하고 열정적으로 싸우는 한편 그 과정에서의 사유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지만, 결국 2004년 골수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때 그의 나이 71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