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KBS 공채 개그맨 13기로 활동을 시작한 박성호. 그는 KBS2 예능 <개그콘서트>를 보고 자란 세대라면 잊기 힘든 다중이, 스테파니, 갸루상, 앵그리성호 등 여러 캐릭터를 남겼다. ‘오빠 만세~’, ‘선생님 말씀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사람이 아니므니다’, ‘화가 난다’ 같은 익숙한 유행어도 차고 넘친다. 그런 그가 얼마 전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몹시 낯을 가리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았는데,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집에서 한결 편해진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아빠의 사심이 들어 있는 맹부삼천지교
50평대 널찍한 집에서 살던 박성호 가족은 최근 30평대 아파트로 이사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한 아이스하키를 중학교 진학 후에도 계속하겠다는 큰아이의 결심이 온 가족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사실 아이스하키는 박성호가 총각 때 즐기던 스포츠이기도 하다. 땀을 흘리다 보면 쓸데없는 생각이 사라져 좋았다는 그가 아들과 같은 취미를 공유하려고 신겼던 스케이트. 그 시작이 아들 정빈을 선수의 길로 이끌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새벽 운동 라이딩을 위한 이사는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
오래된 집이 주는 안정감
새로 이사한 집은 1970년대에 지어진 40년도 더 된 아파트다. 박성호는 태어나서 20여 년을 잠실에서 살았던 아파트 세대라 옛날 아파트 구조가 왠지 낯익고 편하단다. 현관을 들어서면 욕실이 나오고 거실에 앉으면 가족의 동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에서 안정감을 느끼니 새집은 낯가림 심한 그에게 더없이 아늑한 공간이 됐다. 반면 집 면적이 66㎡(20여 평) 가까이 줄어들다 보니 수납에 대한 고민은 어쩔 수 없는 난제였다. 본의 아니게 쌓아두었던 묵은 짐을 정리하며 강제로 미니멀리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나. 리모델링을 시작하며 달앤스타일 박지현 실장에게 강조한 부분 역시 수납이었다. 구석구석 수납장을 야무지게 짜 넣으면서 미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모두의 목표였다. 침실 헤드 위로 수납장을 짜 넣고 화장대를 매립한 것도 그런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아이디어. 집이 아늑해지니 안정감이 찾아왔고, 이 공간을 흐트러뜨리고 싶지 않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기면서 결혼 후 처음으로 청소기를 들게 됐다는 박성호의 변화가 반갑다.
꿀 떨어지는 여왕벌 살롱
박성호는 아내를 여왕벌이라고 부른다. 대학교 축제에 사회 보러 갔다가 만난 11살 차이 나는 팬과 결혼한 행운아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는 애처가다. 서양화과 출신인 박성호는 새집 인테리어를 고민할 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지 않고 아내와 하나하나 의논해가며 집을 완성했다. 신혼 때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살았으니 이제 미니멀하고 아늑한 집에서 살아보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디자인과 기능을 다 챙기는 게 쉽지 않았지만 달앤스타일 박지현 실장의 도움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집이 완성됐다. 구조를 바꾼 주방이 그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공간. 기존 싱크대 위치를 옮겨 아일랜드형으로 만들고, 이어서 길게 식탁을 놓았더니 동선도 편하고 시야가 확 트여 넓어 보인다. 또한 주방 벽면과 냉장고 사이에 있는 흰 벽면은 사실 벽이 아니라 말하기 전엔 아무도 눈치 못 채는 비밀 공간으로 통하는 문이다. 주방 안쪽 작은 방 앞에 벽을 세우고 문을 내 드레스 룸과 수납공간이 밖에서는 드러나지 않게 감추는 데 성공했다.
박성호가 쉼을 얻는 유일한 곳
셀린디온이 부른 팝송 ‘All By Myself’를 <개그콘서트>에서 발음 나는 대로 ‘오빠 만세’라고 불러 인기를 끌었던 박성호. 그때부터 그의 노래에 대한 애정을 가늠할 수 있다. 이후 ‘동아건설 박정배’, ‘요들러’, ‘국악 쉰동’ 등 각종 부캐로 음반을 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그는 주말마다 TBS 교통방송에 출연하며 음악과의 끈을 이어오다가 3월 28일부터 드디어 TBS FM <9595쇼>의 메인 DJ가 된다. 평생 해오던 일이 전부 연결 고리가 된 셈이라 스스로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어찌 보면 낯가리는 성격의 장점이랄까? 이렇듯 ‘프로 부캐러’로 살다 본캐인 가장 박성호로 돌아오는 시간. 집에 돌아와 식구들이 한눈에 보이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는 시간은 마치 방전된 몸을 충전기에 꽂고 완충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란다. 아들 정빈에겐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심어주고 싶어 조금 엄한 아빠이기도 하지만 막내 서연에겐 한없이 약해진다는 딸바보 박성호. 매일 행복한 집에서 충전하는 에너지로 대중에게 변함없는 즐거움을 선사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