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면 하루 일과를 끝낸 후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조명 밝기를 낮춘 뒤 인센스 스틱을 꺼내 불을 붙인다. 깜깜한 밤하늘 위로 퍼지는 인센스 연기를 멍하니 바라보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촉촉한 밤공기와 어우러진 인센스 향기를 맡으면 머릿속에 꽉 차 있던 잡념이 절로 사라진다.
인센스 스틱에 꽂히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절에서 맡은 향 때문이다. 몇 년 전 엄마와 조계사를 방문해 이름 모를 탑 앞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한 할머니가 탑 앞에 향을 피우며 소원을 빌고 있었는데, 흔히 맡는 향기와는 확연히 다른 그윽하고 매력적인 향이 느껴졌다. 엄마도 좋다고 느꼈는지 할머니에게 제품을 물어보는 열의를 보였지만, 집에 있던 향을 갖고 왔을 뿐이라는 아쉬운 답변과 함께 일본 제품이라는 정보만 겨우 얻어냈다. 하지만 그날 인센스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게 꽂혀 당장 구입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 후 친구와 홍대 거리를 거닐다 한 소품 가게에서 사티야 나그참파를 발견했고 목재로 만든 인센스 홀더와 함께 구입한 그날 바로 집에서 피우기 시작했다. 심신이 안정됨을 느끼며 고민이 있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청소 후 상쾌한 상태를 극대화하고 싶을 때, 급기야는 심심할 때마다 인센스를 찾았다.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는 까닭에 불필요하게 인센스 스틱을 마구 수집하거나 방 안에 쌓아두진 않았지만, 한 제품을 다 사용하고 나면 즉시 다른 종류를 구입하며 애정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덕분에 향에 대한 관심이 생겨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을 섭렵하게 됐다. 파피에르 다르메니의 페이퍼 인센스 제품도 한동안 꽤 즐겨 사용했는데, 나무에서 채취한 향료를 종이에 적셔 만든 것이다. 태울 때의 향기도 마음에 들 뿐만 아니라 종이를 뜯어 아코디언 형태로 접은 뒤 사용하기 때문에 피우는 재미까지 충족시킨다.
봄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인센스 때문이기도 하다. 인센스 스틱을 태우면 연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꼭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서 사용해야 하다 보니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 한동안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다 요 며칠 다시 따뜻해지려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슬슬 인센스 스틱을 꺼내 내가 사랑하는 순간을 보낼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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