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정지훈이 드라마로 복귀했다. MBC 드라마 <웰컴2라이프> 이후 3년 만이다. 정지훈이 출연 중인 tvN <고스트 닥터>는 신들린 의술을 가진 오만한 천재 의사와 사명감이라곤 1도 없는 황금 수저 레지던트, 배경도 실력도 극과 극인 두 의사가 몸을 공유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스토리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연출한 부성철 감독과 드라마 <명불허전>으로 타임슬립 메디컬물을 성공시킨 김선수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극 중 정지훈은 손만 댔다 하면 사람을 살려내는 흉부외과 전문의 ‘차영민’ 역을 맡았다. 함께 출연하는 김범은 의료계 황금 수저로 재수, 싸가지, 예의, 눈치까지 두루 없는 흉부외과 레지던트 ‘고승탁’을 연기한다. 가수 출신 배우 유이와 손나은도 출연한다.
<고스트 닥터>는 주인공인 정지훈과 김범의 호흡이 관전 포인트다. 서로의 몸에 들어가 빙의하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부성철 감독은 주연배우 캐스팅에 대해 “애초부터 정지훈이 원픽이었다. 내적·외적 밸런스가 좋은 사람이 필요했는데 적격이었다. 정지훈은 항상 새롭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와 현장에서 새처럼 날아가듯 연기하는 배우였다. 그에게 빚을 많이 졌다”며 “노래할 때는 비가 되는데 연기할 때는 찰리 채플린이 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범에 대해서도 “그동안 터프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실제로는 섬세함이 존재한다. 정지훈이 엔진이라면 김범은 헤드라이트다”라고 극찬했다. 부 감독의 극찬에 정지훈은 “드라마가 잘되면 해외여행이라도 쏴야 할 판이다”고 화답하기도.
정지훈은 최근 ‘깡’의 역주행부터 MBC <놀면 뭐하니?>,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등 예능을 통해 제2의 전성기라 불릴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예능에 이어 드라마까지 흥행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예능, 드라마 맹활약 … 제2의 전성기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했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늘 하고 싶은 욕구는 모든 배우가 같을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본의 아니게 바이크 타고 질주를 했다. 여러 일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본이 많이 들어와 있더라. 6개월간 고생한 작품이니 기대해달라.
대본을 읽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동시에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촬영하는 매일매일이 고난의 연속이겠다 싶었다. 일단 대사 분량도 많고, 판타지가 있어 CG 때문에 힘든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 예상됐다. 또 남녀간의 사랑 얘기도 있고, 메디컬이라 젊은 의사들의 이야기까지 잘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됐다. 부성철 PD와 김선수 작가를 만나 확신을 갖게 돼 출연을 결심했다.
캐릭터 설명도 해달라
극 중 병원의 연봉 톱인 간판스타 차영민을 연기한다. 굉장히 오만하고 독설가에 이기적인 캐릭터다. 근데 그렇게 연기하면 외면받을 것 같더라.(웃음) 풀어줄 땐 확실히 풀어줘야 캐릭터에 대해 궁금해할 것 같아 1부부터 8부까지 분석을 많이 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표현과 버릇을 빼려고 노력했다.
극 중 차영민의 말투가 독특하다.
캐릭터가 ‘병원의 왕’ 같은 존재다. 천재 의사이고 병원에서 수입이 가장 많은 의사다. 몰입하다 보니 집에서도 차영민 말투가 나온 적이 있다. 아내에게 혼쭐날 뻔했다.(웃음) 근데 이 내용이 기사의 헤드라인으로 나가면 곤란해진다. 집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다.
연기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나?
‘내가 왜 이러지?’ 싶을 정도로 애드리브를 하고 웃어서 NG를 많이 냈다. 차영민을 만드는 데 배우들과 감독님이 협조하고 도와주셨다.
의사 연기는 힘들지 않았나?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의사를 더 존경하게 됐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영상으로 공부했다. 이제는 응급실에 실려가면 ‘바이탈 체크해주세요’ ‘석션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했다.
이 작품은 김범과의 호흡이 특히 중요하다.
(김)범이는 촬영하고 조금 힘들 때면 다크서클이 엄청 진해진다. 머리를 많이 쓰면 칼로리 소비가 빨라진단다. 언젠가 촬영이 빨리 끝나는 날 친목 도모를 위해 술이든 운동이든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의 얼굴을 보니 헬스장에 데리고 가는 게 대역죄인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가 끝나면 같이 운동을 좀 해볼까 싶은데, 아마도 연락이 안 될 것 같다.(웃음) 일단은 먹는 것 위주로 데리고 다녀보려고 한다.
그동안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본의 아니게 바이크 타고 질주를 했다. 여러 일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본이 많이 들어와있더라.
정지훈과 서로 빙의되는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김범은 “두 캐릭터 대사를 모두 외워야 하는 고충도 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형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초반에는 형만 관찰했다.(웃음) 정지훈이라는 사람의 특징과 습관을 따라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앞서 말했듯이 (김)범이와는 너무 잘 맞아 말할 게 없다.(웃음) 첫 신은 손나은과 하게 됐는데, 첫 장면부터 호흡이 잘 맞았다. 유이는 대사를 너무 잘 외워와서 내가 애드리브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숨 쉬는 구간까지 똑같은 걸 보면 수천 번 외우나 싶더라.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들에게 각오 한마디 해달라.
<고스트 닥터>는 메디컬이지만 심각하지 않다. 작품 안에 메디컬, 코미디, 브로맨스, 사랑, 열정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겼다. 올해 시청자들에게 산소호흡기 같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한편 정지훈은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먹보와 털보>에서 인간적인 면모로 시청자들에게 반전 매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먹보와 털보>는 찐친인 ‘먹보’ 비(정지훈)와 ‘털보’ 노홍철이 전국을 누비며 각양각색 다양한 여행의 재미를 선보이는 릴랙스한 풀코스 여행 버라이어티다. 정지훈은 수준급 요리 실력과 가이드급 맛집 셀렉트, 반전에 가까운 식탐으로 웃음을 안겼다.
또한 아내 김태희와 사귀던 당시 일화를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태희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10년 전 광고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보통 스타일리스트가 양말을 신겨주는데 혼자 척척 잘 신더라. 그걸 보고 ‘이 여자구나’ 싶었다”며 “그래서 호감을 표시했는데 한 다섯 번 정도 까였다. 하도 까여서 반창고를 붙이다가 빨간약도 발랐다”며 김태희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3년 1월 열애가 공개된 후, 2017년 1월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