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배우’ 김남길이 귀환했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하 <악의 마음>)은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악의 정점에 선 연쇄살인범들의 마음을 치열하게 들여다봐야만 했던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심리 수사극이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과 고나무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2018년 집필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김남길은 극 중 범죄행동분석팀 ‘송하영’ 역을 맡았다. 송하영은 언뜻 감정이 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타인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인물이다. 악을 쫓기 위해 악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간 송하영은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된다.
김남길은 연기력, 시청률, 화제성까지 고루 갖춘 배우다. 지난 2019년엔 드라마 <열혈사제>로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SBS 연기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드라마 <선덕여왕> ‘비담’부터 <열혈사제> ‘김해일’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갱신 중이다. <악의 마음>에서도 극을 쥐락펴락하는 김남길만의 압도적인 화면 장악력과 존재감으로 시청자를 열광케 하고 있다. 덕분에 금토극 시청률 1위를 탈환하며 대상 배우의 저력을 과시 중이다.
<악의 마음>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캐스팅 라인업으로도 눈길을 끈다. 송하영 역의 김남길을 비롯해 무대와 스크린을 씹어 먹은 배우 진선규(‘국영수’ 역), 탁월한 연기력으로 충무로에 이어 안방극장 공략에 나선 배우 김소진(‘윤태구’ 역)이 만났다. 실제로 세 배우는 매 장면 강렬한 열연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박영수 EP(책임프로듀서)는 “3년 전 권일용 교수의 책을 처음 접했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초창기 모습이 진정성 있게 묘사돼 있더라. 악의 마음을 읽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의 진심이 잘 전해지길 바라면서 드라마를 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남길·진선규·김소진 캐스팅에 대해선 “감동적인 캐스팅”이라며, “김남길은 SBS와 인연이 깊다. <열혈사제> 이후 3년 만에 재회했는데, 섬세하게 연기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어 “진선규는 작품마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우이며, 영화를 통해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김소진과는 SBS 드라마로 함께 하고 싶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숫자적인 성공보다는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라는 마음이 더 컸다
3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
<악의 마음>을 연출한 박보람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열혈사제> 이후 3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박보람 감독과 <열혈사제>로 인연을 맺었는데, 당시에 첫 연출 데뷔작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지킨 게 바로 <악의 마음>이다.
원작을 읽은 소감도 궁금하다.
매력적이었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생소했던 시기에 악의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당연시한 직업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시간이 흘러도 범죄 상처와 아픔이 지워지지 않는 분들이 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범죄 현장과 희생자를 그리는 부분에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접근했다. 의미 있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섬세한 연기에 도전했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생소하고 과학 범죄 수사라는 것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범죄자들의 심리를 읽는 직업을 선택해 정착시키는 역할이다. 실제 나와는 정반대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송하영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내면의 소용돌이가 상당한 인물이다. 그동안 코믹하면서도 액션이 있는 역할을 주로 해와서인지 다른 역할에 대한 목마름과 도전 의식이 있었다. 많은 근육을 쓰지 않고 눈빛에서 감정을 읽고 표현해야 하는 섬세한 역할이다.
‘프로파일러’ 역할, 해보니 어떤가?
공감 능력이 좋아야 하는 캐릭터라 섬세하게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디테일한 것들에 대한 감정 변화,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악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 감정들에 너무 공감해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실존 인물(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촬영 현장에 권일용 교수가 방문해 가감 없이 당시 심경과 시대상을 공유해주셨다. 배우들이 그 범죄가 당시에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프로 파일러 입장에서 당시 기억을 상기하는 것도 힘든 일일 텐데 과감히 이야기해주셔서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권일용 교수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남길과 (그때의 내가) 비슷하다. 너는 나다”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만나니 정말 나와 비슷하시더라. 외모를 보면 무서울 것 같은 분인데 반전 매력이 있으셨다. 직업상 사람이 싫어질 것 같은데, 아니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유머러스하고 굉장히 밝고 장난기도 많으셨다. 그런 부분이 나와 비슷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 진선규, 김소진과 함께 한다.
진선규, 김소진 두 배우는 현장에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동료다.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좋은 편이라 이번 작품과도 성향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진선규는 순수한 마음으로 행복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다. 생각하는 것들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 현장도 행복했다. 개인적으론 김성균 배우 같은 느낌”이었다.
이에 대해 진선규는 “극 중 김남길 배우가 맡은 송하영과 내가 맡은 국영수는 ‘운명처럼 만났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김남길 배우와의 만남은 운명 같았다. 처음부터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는 매 순간 상대방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스마트한 배우”라고 화답했다.
김남길이 꼽는 관전 포인트는?
끔찍한 사건들을 드라마에서 어떤 시선으로 풀어내는지, 악의 마음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배우들의 시선을 따라 보면 좋을 것 같다.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해볼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끝까지 놓치지 말고 시청해주시면 좋겠다.
<악의 마음>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성악설이 맞느냐, 성선설이 맞느냐’에 대해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에게도 여쭤봤는데 “끝없는 싸움이다”라고 하시더라. (범죄가)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 생각하고, 사람들 간의 배려와 이해, 관심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숫자적인 성공보다는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라는 마음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