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음과 양을 위한 치료” 황덕상 교수
한의학에서 갱년기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음허화동이라고 말한다. 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가 망동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수승화강, 즉 물의 기운을 올려 불의 기운을 내리는 요법의 치료를 한다. 몸속의 물과 불, 기와 혈,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며 순환할 때 우리 몸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순환이 잘되지 않고 어디 한 군데가 막혀 있을 때 갱년기 증상이 심해진다.
반대로 막힌 곳을 뚫어주면 증상이 완화되나?
그렇다. 음이 부족해지거나 음이 막혀 있을 때 조절할 수 있는 삼음교라는 혈자리가 있다. 복숭아뼈 위쪽에 위치한 혈자리인데 그 부분을 자극해 혈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를 한다. 또 아랫배 쪽에 있는 기해혈에 침을 놓으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긴장이 완화된다. 한의학에서는 병을 직접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회복될 수 있는 힘을 주는 치료를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이 있지만 그보다 평소 생활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 평소 생활 습관이 더 중요한가?
갱년기 증상 중 가장 큰 문제가 골다골증인데, 뼈 건강은 하루아침에 나빠지지 않는다. 만약 20대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고 골밀도를 높게 유지했다면 갱년기가 시작돼도 골다골증으로 인한 고통이 덜하다. 그런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갱년기가 오면 문제가 커진다. 몸의 회복력이 나빠진 상태에서 골다골증이 오면 급격하게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어려서부터 음과 양이 조화로울 수 있는 균형 잡힌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
숙면이 중요하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 몸에서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그 시간에 잠을 잘 자면 몸에 수분이 축적된다. 대체로 해당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불면증이 있으면 갱년기 증상의 강도가 높아진다.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갱년기는 병이 아닌 세월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폐경 대신 완경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여기엔 월경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고 또 다른 삶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평생 할 수 있는 재밌는 운동을 찾아 인생의 후반기를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치료” 추성일 원장
갱년기 증상을 겪을 때 병원을 꼭 찾아야 하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5~10년 뒤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 여성호르몬은 질 건조, 질염 등 산부인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고, 10~15년 뒤에는 골다골증, 더 나아가 인지 장애나 치매와도 관련 있다.
어떤 증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아야 하나?
갱년기가 시작되는 연령대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났다는 의심이 드는 순간에 병원을 찾아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는 방법이 있는데, 수치에 따라 치료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의학적 치료가 왜 중요한가?
폐경을 진단하는 문진표의 항목을 보면 질 관련 문제와 안면홍조 경험 여부를 묻는 산부인과 관련 문항 2가지를 제외하고 우울증을 체크하는 문진표 질문과 같다. 그만큼 갱년기에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는 의미다.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를 먼저 떠올리는데, 만약 당사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거부한다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의학적으로 갱년기라고 판단되면 어떤 치료를 할 수 있나?
호르몬 치료가 대표적이다. 난소라는 호르몬 공장이 가동을 멈춰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 호르몬 치료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서서히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원리다. 호르몬이 한 번에 없어져 받는 하중이 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호르몬 치료의 기본이다.
일각에서는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을 걱정한다.
과거엔 호르몬 치료를 하면 유방암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최근 해당 연구를 세부 분석한 결과, 호르몬 치료를 적절하게 하면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생기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고 항노화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1,000명에서 0.8명만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알맞게 조절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갱년기를 잘 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운동이다.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복부 비만이 늘어나고 성인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꾸준히 운동을 해서 체중 증가도 막고 골다골증도 예방하는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을 생각했을 때 갱년기를 거쳐 35년을 더 살아야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기 때문에 좀 더 건강하게 노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현명하게 준비하고 찬란한 노후를 즐겼으면 좋겠다.
갱년기 팩트 체크
폐경은 나도 모르게 갑자기 온다?
한국 여성은 평균 49세에 폐경을 맞는데 생리가 완전히 멈추기 3~4년 전부터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내 몸을 조금만 예민하게 신경 쓰면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으며, 현명하고 건강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갱년기, 폐경은 인위적으로 늦출 수 있다?
누구나 초경을 하듯이 폐경도 일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늦추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치료를 통해 폐경이 될 때까지 일어나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갱년기 증상은 완치될까?
갱년기 증상은 하루에 한 번 호르몬제를 챙겨 먹거나 꾸준히 한방 치료를 받으면 1~6개월 안에 대부분 완치된다. 그러나 어떠한 조치 없이 방치하면 5년 이상 시달리게 된다. 갱년기 치료는 늦게 시작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