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입시제도 큰 변화 없다
유정임(이하 ‘유’) 올해 통합형 수능이 처음 도입되다 보니 대학 지원에 혼선이 컸어요. 먼저 이번 2022 입시 지원 경향을 평가해주신다면요?
김동영(이하 ‘김’) 예년의 합격선이 올해의 합격을 보장해주는 기준은 아니니까 매해 원서 상담을 할 때마다 힘든 점이 있는데요, 특히 이번에는 정시지원에서 문·이과 교차지원 가능성 같은 다양한 변수가 있어 어려운 점이 더 많았습니다. 걱정했던 이과생의 문과 지원은 상위권에서는 상당수 있었지만, 우려만큼 크지는 않았어요. 특히 최상위권 이과 학생들은 문과생이 졸업 후에 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이 있어 그랬는지 문과로 교차지원에 별 매력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상위권 학생 사이에서는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어요.
백재훈(이하 ‘백’) 정시 원서를 3장 쓸 수 있어 그럴 겁니다. 가·나·다군 대학의 학과 중 하나씩 선택해 원서를 내는 과정에서 보통 2장은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에 지원하지만, 1장은 보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재수하더라도 일단 서울권 대학에 입학해둔 상태에서 재수를 선택하는 거니까 그럴 때는 학과보다는 대학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서울권 입학이 가능한 중상위권 이과생들이 경쟁률이 센 이과보다는 안정적인 문과로 갈아타는 선택을 많이 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In/Out 수도권의 경계선에 몰려 있던 문과의 중상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거죠.
유 어쨌든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첫해였고, 해마다 이렇게 치러질 거라고 보면 이번 입시의 지원 경향은 앞으로도 몇 년간은 지속된다고 봐야 하는 거죠?
백 올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2028 대입제도 개편이 예고돼 있습니다. 지금의 수능 시스템이 올해로 28년째인데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교육계에서는 상당 부분 형성돼 있어요. 그 시점이 2028학년도라는 건데, 이건 지난해 교육부 장관 인터뷰에서도 공식화된 얘깁니다. 그래서 2028년까지는 입시제도를 큰 폭에서 변화시키기는 힘들 거라고 예상됩니다. 하지만 대학들이 올해 입시 결과를 분석해 세세한 분야에서 미시적인 조절에는 나설 거라고 봅니다. 특히 수시지원자에 대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지금처럼 적용하면 지방 일반계 고등학교 문과생들에게 열려 있는 학교장 추천이나 교과 우수자 전형이 무력화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입시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에 대한 보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분간은 지금의 틀에서 부분적으로 보완하면서 입시가 진행될 겁니다.
유 아무래도 올해 결과들이 내년 2023 대입 전략에 큰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큰 틀에서 어떤 전략으로 준비해야 할까요?
백 대학입시에서는 9장의 원서를 낼 수 있잖아요. 수시에서 6장, 정시에서 3장의 원서를 내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내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6장의 수시 원서를 모두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기 쉬워요. 그런데 현재의 내신 평가 방식은 성취 평가 과목의 비중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예전처럼 정량적 평가 방식으로 내신성적 줄 세우기만으로는 학생 선발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시, 정시 나눠서 생각하지 말고 끝까지 9장의 원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후에 전략을 짜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콕 찍어주는 과목별 입시 전략
김 만약 수시를 모두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한다면, 정시지원 대학이 자신의 성적보다 낮은, 안정 성향을 추구하게 됩니다. 반대로 수능에서 성적이 안 나오는 학생의 경우도 불안하니까 수시지원에서 하향 지원을 할 수밖에 없죠. 그러면 더 높은 대학을 못 가게 되는 거잖아요. 수시와 정시의 양 날개가 마지막까지 균형을 이루도록 전략을 짜야만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유 과목별 입시 전략을 짠다면, 어떤 점을 특히 신경 써야 할까요?
백 수학을 보자면, 올해 수능 가채점 결과가 발표되고 상위권 이과생들의 문과 교차지원이 예상됐던 건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미적분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와서 그랬던 거예요. 내년 2023 입시를 준비하는 최상위권 예비 고3 문과생 사이에서는 확률과 통계가 아닌 미적분 선택 경향이 있어요. 미적분이라는 과목이 난도가 높다 보니까 준비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수학에 자신 있는 문과 최상위권의 경우 오히려 미적분을 선택해 표준점수를 높이겠다는 거죠. 상대적인 이점을 가질 수 있어요. 국어와 수학이 공통과 선택 영역으로 구분되면서 영역별 고난도 문항이 출제되고 있는데요, 예전보다 고난도 문제가 많아지고 전반적인 난도가 높아지게 될 거예요. 당분간 불수능이 지속될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고난도 문제에 대비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유 어차피 피해갈 수 없으니 준비해야 할 텐데요, 2023 수능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것들을 꼼꼼히 조언해주세요.
김 첫 번째, 먼저 영어 학습입니다. EBS가 만사형통의 지름길이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간접 연계로 선회하면서 기출문제 학습을 우선하는 것이 기초 다지기에 유리할 수 있어요. 어법과 어휘, 기본 구문 숙지, 지난 5~10년 정도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기출문제(6·9월 학력평가와 수능)를 통해 다져두는 게 방학 중 해야 할 기본입니다. 2022 수능 결과로도 알 수 있듯이 영어 절대평가라는 허울에 갇혀 결코 소홀하면 안 됩니다. 두 번째는 교시별 선택과목의 결정입니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요, 표준점수 계산에 따른 유불리를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대학별 반영과목 비율이 방학 이후에 발표되는데요, 목표하는 대학의 반영 비율과 나에게 유리한 과목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거예요. 한 가지 예로 문과 계열 진학자라고 해서 반드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기보다 학교의 교육 편제와 자신의 수학적 능력치 등을 고려해 기하나 미적분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어요. 세 번째, 한국사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막판에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방학 중에 가볍게라도 한번 훑어놓는 것이 6월 이후 학습 시간 조절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네 번째, 과탐·사탐 과목의 선택은 1·2월에는 2과목으로 한정 짓지 말고 3과목 혹은 4과목까지 염두에 두고 봐야 해요. 기출문제도 8회분 160문항 정도는 풀어보고 최종 결정을 하는 게 중간에 생길 수 있는 변수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좋은 태도입니다. 6월까지 공부했던 과목을 그 후에 바꾸는 건 아무래도 큰 모험이니까요.
유 현재 중학생이나 새내기 고등학생이 특별히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면 뭘까요?
백 수학은 얼마 전까지 최상위권 학생은 중학교 때 이미 수능 수학의 전 범위를 선행학습하는 경향이 있었죠. 하지만 최근 수능 경향은 수1, 수2의 공통 영역에서 수학적 기초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과도한 선행보다는 고교 1학년 과정의 수학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다지는 방식으로 준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과학은 이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도 과학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요, 관심이 있는 영역과 관련된 1과목 정도는 심도 있게 공부해두는 게 필요해요. 과학 2과목은 생각보다 많은 분량이에요. 고2 겨울부터 심도 있게 해야지 하다가는 자칫 수학과 국어에 할애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과학 1과목은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 여유 있는 고3 생활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김동영
㈜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연구소 대표
전 ㈜타임교육 학원사업본부장
전 교육저널 교육 주간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전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 PD
전 (재)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