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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파리에 가다> 속 믹스매치 패션 탐구

파리 곳곳의 풍경과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의상으로 언택트 시대에 인기 고공 행진을 펼쳤던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 시즌2가 공개됐다. 주인공인 ‘에밀리’는 어떤 패션을 보여줄까?

On February 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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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처럼 좌충우돌하는 소녀의 성장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게다가 배경이 아름다운 도시 파리라면! 그랑 팔레, 카페 드 플로르, 호텔 플라자 아테네, 카페 드 롬므, 라 메종 로즈,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 그리고 외곽의 와이너리까지…. 파리 곳곳 풍경을 화면에 담아 볼거리를 제공하고 더없이 화려한 패션으로 2020년 한창 ‘집콕’하는 시절 방구석 1열을 뜨겁게 달궜던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 2021년 12월 22일 시즌2가 공개됐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시카고가 고향인 ‘에밀리 쿠퍼’(릴리 콜린스 분)가 파리의 명품 마케팅 회사 ‘사부아르’에 파견을 나가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낭만적인 파리 풍경, 에밀리의 화려한 패션과 사랑과 우정,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를 흥미롭게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넷플릭스는 시즌3과 시즌4 제작도 이미 확정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며 어쩐지 향수를 느꼈다면, 맞다. 이 드라마는 2000년대 화제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 사단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제작자 대런 스타와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는 <섹스 앤 더 시티>가 뉴욕을 배경으로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의 사랑과 일과 우정을 그렸던 것처럼 에밀리가 파리에서 좌충우돌하며 파리지엔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명불허전의 솜씨로 재미있게 펼쳐놓았다. 릴리 콜린스(영국 출신의 팝스타 필 콜린스의 딸)는 연기하면서 극 중 에밀리는 <섹스 앤 더 시티>를 보고 자랐을 거라 상상했다고 밝혔다.

시즌1에서 필드는 미국 태생의 ‘제리 멀리건’(진 켈리 분)이 화가로서 수업을 받기 위해 파리에 정착하는 내용의 미국 뮤지컬영화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1951)에서 영감받아 스타일을 완성했다. 무채색의 시크한 패션을 추구하는 파리지엔 사이에서 클래식, 레트로를 섞은 과감하고 패기 넘치는 에밀리 패션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패션 서치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시즌1에서 에밀리가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는 검색량이 급증했다. 에밀리가 즐겨 썼던 버킷 해트는 342%, 베레는 41% 검색량이 늘었으며, 에밀리가 종종 들었던 샤넬 가방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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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의 패션은 어떨까? “드라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더 낭만적이고 강렬한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는 필드의 철학은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겼다. 자칫 오버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패션이지만 프랑스의 패션 아이콘인 브리지트 바르도와 제인 버킨을 참조해 프렌치 스타일의 개연성을 곁들였다. 5화에 에밀리가 입고 나온 하트 프린트 드레스와 업스타일 헤어는 바르도의 옛 모습이 떠오르는 스타일이었다. 필드는 무엇보다 “시즌1에서 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고자 했다. 시청자들이 ‘이미 본 거잖아’라고 생각하는 게 싫었고,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는 오히려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즌1 때 에밀리가 유행시켰던 버킷 해트가 시즌2에서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드와 함께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메를린 피투시의 패션 철학도 아주 인상적이다. “나의 신조는 언제나 그랬듯 ‘고급 취향이 너무 많으면 지루하다(Too much good taste can be boring)’. 나의 트레이드마크는 절충과 다양한 것의 조합이다. 만약 시즌1의 패션이 지나치거나 너무 화려하다고 생각했다면 시즌2는 더할 것이다! 그런 점을 나는 뿌듯하게 생각한다.”

이처럼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는 과감한 믹스매치 패션을 만날 수 있다. 디올, 프라다, 발망, 루이 비통 등 한눈에도 알아볼 만한 명품 제품이 등장하는데 필드와 피투시의 말마따나 명품만 사용하면 너무 밋밋하고 지루하기 때문에 자라, H&M 같은 대중 브랜드와 신생 디자이너의 제품을 거리낌 없이 섞었다. 여기에 업사이클링, 리사이클한 빈티지 제품을 더했다. 피투시는 빈티지 마니아로서 파리의 빈티지 가게 주인들과 매우 친하게 지낸 덕분에 보통 사람들이 감히 시도하지 못할 독특한 빈티지 제품이 입고되면 피투시에게 곧장 연락이 갔다. 이렇게 수집한 다양한 의상을 카탈로그처럼 모아 보여주면 주인공인 릴리 콜린스가 직접 고르는 방식이었는데, 너무 과감해서 콜린스가 처음 봤을 때 머뭇거린 것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피투시는 오히려 이를 좋은 신호로 받아들였다. “릴리 콜린스가 ‘진짜 이렇게 입어요?’라며 살짝 웃으면 잘된 거다. 릴리가 충격을 받지 않으면 ‘디자인이 너무 단순한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에밀리 외에 주변 인물의 패션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에밀리의 절친이자 룸메이트인 ‘민디’(애슐리 박 분)는 자유분방한 성격만큼이나 에밀리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화려한 패션을 보여준다. 대담한 컬러 사용은 물론 화려한 패턴과 디테일, 과감한 노출은 기본! 챙이 넓은 캐플린, 페도라 등의 모자는 민디 스타일링에 방점을 찍는다. 에밀리의 친구이자 삼각관계에 있는 ‘카미유’(카미유 라자트 분)는 프렌치 시크 패션을 담당한다. 블랙과 화이트 컬러의 옷을 주로 입고 프린트 역시 절제된 스트라이프나 도트를 사용한다. 직장 상사인 ‘실비’(필립핀 르로이뷔리우 분)는 더욱 정통적인 프렌치 스타일을 보여준다. 슈트, 펜슬 스커트, 앞코가 뾰족한 스틸레토 힐 등 클래식한 아이템을 세련되게 활용한다. 심플하면서도 대담하게 컷아웃된 아이템을 활용해 가슴골이나 어깨, 허벅지를 살짝살짝 보여주는 우아하고 섹시한 노출의 기술도 중년 여성들이 참조할 만하다.

혹자는 에밀리의 스타일이 너무 과하고 촌스럽다고 말한다. 80세가 넘은 나이에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 패트리샤 필드는 이를 ‘행복한 옷’이라고 표현한다. “색을 고르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때로는 가진 것 이상으로 멋지게 보일 수도 있는 법이다. 에밀리는 색 조합에 있어 완벽한 인물이다. 팬데믹 중에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고 긍정적 에너지를 얻었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나도 행복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의 의상도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에밀리는 샤넬이 사랑했던 프랑스 남동부의 생트로페로 휴가를 떠난다. 극 마지막에는 베르사유궁전에서 패션쇼를 연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2의 볼거리는 그만큼 더 풍성해졌다. 패션은 물론 낭만적인 풍광을 언택트로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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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에디터
문하경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인스타그램 @netflix, @lilyjcollins
2022년 02월호
2022년 02월호
에디터
문하경
명수진(패션 칼럼니스트)
사진
인스타그램 @netflix, @lilyjco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