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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과학과 정치가 충돌할 때

그대 먼 곳만 보네요, 종말이 바로 여기 있는데.

On January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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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인류는 대재앙 앞에 사분오열했다. 과학과 정치, 공익과 자유, 개발과 복지, 휴머니즘과 국가주의 등 각자의 신념에 따라 재앙을 대하는 자세도, 찾아낸 답도 달랐다. 그 과정에서 비전문가들의 선동이나 음모론이 우세할 때가 많았다. 나만 전해 들은 음모론에 진실이 담겼다고 믿는 똑똑한 바보들, 이런 사회 문화와 대중심리를 이용해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당장의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한 지도자들의 모습은 어떤 블랙코미디보다 웃기고 두려웠다. 이런 세태를 정면으로 풍자한 영화가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돈 룩 업>이다.

<돈 룩 업>은 6개월 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천문학자들이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만 코웃음만 돌아온다. 언론은 어떻게 하면 과학자들을 섹시하게 팔아먹을까만 골몰한다. 우여곡절 끝에 혜성의 궤도를 변경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지만 미국 최대 기업 총수가 훼방을 놓는다. 혜성에 있는 천연자원이 큰돈이 된다는 거다. 세상은 재앙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믿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로 나뉜다. 믿는 자들은 ‘룩 업(Look up, 위를 보라)’이라고, 믿지 않는 자들은 ‘돈 룩 업(Don’t look up, 위를 보지 마라)’이라고 외친다. 그들이 마침내 육안으로 혜성을 목격하고 “우리가 속았다!”고 분노할 때는 이미 늦은 후다. ‘룩 업’을 외치던 자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극 중 아리아나 그란데가 공주 드레스를 입고 달콤한 목소리로 멸망을 경고하는 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기후변화, 빈곤, 바이러스, 전쟁 등에 반대한다면서 실은 ‘이렇게 의식 있는 나’를 과시하기 바쁜 사람들을 떠올린다. 코로나19 전이었다면 이 모든 장면이 코미디로 보였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리얼리즘 같다. 진짜 세상이 코미디보다 부조리하다는 걸 알아버린 탓이다.

환경운동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인 만큼 <돈 룩 업>의 혜성을 기후변화의 은유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위기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대책을 세워야 할 정치권의 반응은 영화에서보다 훨씬 어처구니없다고 증언한다. 인류의 종말을 막기에 이미 늦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빙하가 녹고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고 대형 화재가 끊이지 않고 가뭄과 홍수, 폭염과 혹한이 곳곳에서 발생하는데, 이 명확한 멸망의 전조 앞에서도 탄소 감축에 주저하는 정치권과 기업인들, 무심한 대중을 보는 환경운동가들의 절규라 치면 영화는 더 의미심장하다. 물론 영화 하나로 세상이 바뀔 리는 없다. ‘에이, 멸망까진 아니겠지. 뭔가 대책이 있겠지. 환경운동한다는 인간들은 비관, 엄살, 과장, 잘난척이 심해’ 이런 생각들은 여전할 것이다. 극 중 혜성이 충돌하는 순간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할 만큼 했어.” 고개를 들어 인류가 맞닥뜨린 공동의 위협을 직시하고 지성에 귀 기울일 것, 우리도 그 정도는 해야 마지막 순간 후회가 없지 않을까?

 

 믿고 보는 배우들의 귀환 

  • <신들의 분노>

    욕심으로 가득 찬 억만장자 ‘타우로스’(존 말코비치 분)와 그의 전기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 ‘에카스’(조시 하트넷 분)가 마주한 위기를 그린다. 해외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배우 조시 하트넷과 존 말코비치가 연기 호흡을 맞춘다. 1월 20일 개봉.

  • <언차티드>

    주인공 ‘네이선’(톰 홀랜드 분)과 ‘설리’(마크 월버그 분)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글로벌 누적 판매 4,100만 장을 기록한 인기 게임이 원작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인공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2월 개봉.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사랑에 진심인 남자 주인공 ‘샤오룬’(가진동 분)의 시공간 초월 로맨스. 갑작스럽게 저승에 가게 된 샤오룬이 붉은 실로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이 되고, 현생에서의 연인이었던 ‘샤오미’(송운화 분)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는 임무를 맡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달달한 멜로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은 배우 가진동이 주연을 맡았다. 2월 9일 개봉.

  • <피그>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16관왕을 차지하고 4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 이름을 버린 남자 ‘롭’(니콜라스 케이지 분)이 사라진 트러플 돼지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는 여정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로 정평이 났다. 40년간 100여 편의 작품을 통해 우수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2월 개봉.

CREDIT INFO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각 영화 스틸컷
2022년 02월호
2022년 02월호
이숙명(영화 칼럼니스트)
에디터
하은정, 김연주
사진
각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