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가이드라인 따라 재개발 추진
재개발 투자는 대지 지분이 있는 빌라나 주택, 토지 등을 산 다음 재개발이 진행되고 지어지는 신축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을 받는 방식의 투자다. 하지만 이러한 재개발 투자의 최대 문제는 불확실한 인허가 리스크와 최소 10년을 넘어 수십 년까지 소모되는 시간이다.
신속통합기획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5년 이상이 걸리던 구역지정 기간을 2년으로 줄이고 높이 제한과 임대주택 비율 등 각종 재개발사업의 장애물과 불확실성을 대폭 감소시켜 신축 아파트 공급을 빠르게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23일 공고를 내고 후보지를 추천받아 총 21곳을 선정했다. 구별로 1곳씩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중구, 광진구, 강남구는 심사 결과 탈락했고 서초구는 신청이 아예 없었다.
이렇게 선정된 곳은 △종로구 창신동 23/숭인동 56 일대 △용산구 청파2구역 △성동구 마장동 382 일대 △동대문구 청량리동 19 일대 △중랑구 면목동 69-14 일대 △성북구 하월곡동 70-1 일대 △강북구 수유동 170 일대 △도봉구 쌍문동 724 일대 △노원구 상계5동 일대 △은평구 불광동 600 일대 △서대문구 홍은동 8-400 일대 △마포구 공덕동 A △양천구 신월7동 1구역 △강서구 방화2구역 △구로구 가리봉2구역 △금천구 시흥동 810 일대 △영등포구 당산동6가 △동작구 상도14구역 △관악구 신림7구역 △송파구 마천5구역 △강동구 천호A1-2구역 등.
이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단, 지난해 9월 24일 이후 지어진 신축 빌라를 매수했거나 대지 지분을 쪼갰다면 분양권을 못 받고 현금 청산 대상이기에 주의해야 한다.
21곳의 재개발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받고 싶다면 기존 주택 소유자로부터 주택을 매수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재개발에 따른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올해 1월 2일자로 이 21곳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2년 이상 직접 거주하려는 구매자만 주택을 살 수 있다.
2년간 실거주해야만 분양권 권리도 이전되는 셈이다. 물론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라고 해도 100% 재개발된다는 보장은 없고 기간만 이전보다는 다소 빨라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최종 아파트 입주까지 최소 10년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재개발 투자는 인생을 건 도박이고 몸테크이기도 하다.
창신·상도·신림… 입지별 분석
일단 21곳 후보지 가운데 강남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아파트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직주근접이 핵심이고 결국 맞벌이 부부의 수요다. 강남과 접근성이 유리할수록 좋다. 이번 후보지에 강남구와 서초구는 없지만 강남권 인접 지역들은 있다.
송파구 마천5구역과 강동구 천호A1-2구역은 인접 지역에 해당한다. 영등포구 당산동6가, 동작구 상도14구역, 관악구 신림7구역, 용산구 청파2구역, 성동구 마장동 382 일대, 동대문구 청량리동 19 일대, 중랑구 면목동 69-14 일대도 비교적 수월하게 강남권 출퇴근이 가능하다.
마천5구역은 송파구라 기대가 높다. 하지만 최외곽 지역이다. 말이 송파구지 5호선 종착역인 마천역에서 도보 10~15분 정도 떨어져 있다. 마천5구역은 거여마천뉴타운에 속해 있는데 마천2구역과 더불어 존치구역(성당구역)이었다. 다른 곳들은 이미 아파트가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다. 마천5구역은 집마다 반지하가 있고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은 95.73㎡(28.96평)다.
강동구 천호A1-2구역은 지하철 5·8호선 환승역인 천호역 인근 부지다. 주변에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있고 로데오거리 등 상권도 발달돼 있지만 이 지역만은 노후 주택이 몰려 있는 낙후 지역이다. 노후도가 심하기에 실거주가 생각보다 크게 불편할 수 있다. 물론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천호역 역세권에 한강 조망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은 122㎡(36.92평)로 사업성도 좋다.
다른 후보지들을 살펴보면 서울 중심에 있는 용산구 청파2구역이 돋보인다. 마포구 공덕동A 부지도 청파2구역 서쪽에 붙어 있어 사실상 한 몸이다. 용산구 청파2구역은 서울역과 숙대입구역 사이에 있고 효창공원이 도보 3분 거리다. GTX-A와 GTX-B 노선이 겹치는 서울역과 인접해 직주근접성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도와 달리 건너야 할 대로와 고개가 많아 실제 지하철역까지 도보는 10분 이상 걸릴 정도로 꽤 멀다.
그래도 금싸라기 용산구다. 일단 신축 아파트만 들어서면 큰 차익이 예상된다. 하지만 청파2구역은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이 55.66㎡(16.84평)에 불과하고 주민들 간 의견 수렴도 원활하지 않다. 주변 비개발지와의 일조권 문제도 얽혀 있어 실제 완주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성동구 마장동 382 일대는 5호선 마장역 인근 낙후 지역이다. 한양대병원, 청계천과 가깝다. 강남으로 가려면 왕십리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도보로 15분 이상 걸린다. 왕십리역 역세권으로 보기는 힘들다. 다행히 마장역과 이 지역 중간에 있는 세림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지역 전체가 통째로 개발될 수 있다.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도 137.8㎡(41.7평)에 달한다. 다만 마장동 382 일대는 오래된 상점 주인이 많아 의견 수렴이 쉽지 않다. 신축 아파트가 지어지더라도 맞벌이 부부보다 은퇴한 노인들이 거주하기에 어울리는 위치와 주변 환경이다.
동대문구 청량리동 19 일대는 떡전교사거리 맞은편 청량중·고등학교 부근이다. 청량리역은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경춘선과 KTX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요지다. GTX-B, GTX-C는 물론 우이신설선과 면목선, 강북횡단선 등도 개통이 예정됐다. 청량리역 인근에는 현재 다양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청량리동과 전농동에 걸쳐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청량리동 19 일대는 청량리역에서 도보로 15분 이상 걸리는 꽤 먼 지역이다. 교육 여건도 좋지 않다는 평가다.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은 82.51㎡(24.96평)이다.
중랑구 면목동 69-14 일대는 7호선 이용이 가능한 지역이다. 면목역까지 도보로 7분 이상 걸릴 정도로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다. 실거주 환경은 타 후보지보다 나은 편이다. 다른 면목동 주택가보다 아주 특별하게 낙후됐다고 보기 힘들다. 위치적 특성상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고가를 형성하기는 어렵겠지만 실수요자들에게는 꽤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관악구 신림7구역은 관악구지만 구 외곽에 위치한 산동네다. 이 지역은 서울 같지 않은 교통 불모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향후 경전철인 난곡선이 개통되면 다소 개선되겠지만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높은 가격을 받기는 쉽지 않은 지역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꼭 21곳만 눈여겨볼 필요는 없다
영등포구 당산동6가는 위치로만 놓고 보면 웬만한 상급지 재건축 아파트에 밀리지 않는다. 정말 최고 중의 최고다. 지하철로는 2호선과 9호선이 교차하는 당산역과 무척 가깝다. 직장인, 맞벌이 부부에게는 최고의 입지다. 이곳은 한강 변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초고층 주거타운이 계획됐던 곳이다. 아파트 신축 시 한강 조망이 가능하며 걸어서 한강공원 산책도 가능하다. 당산역 부근에는 대규모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지만 당산동6가 지역은 여전히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에 노후한 소형 주택과 상점이 즐비하다. 토지 등 소유자는 280명에 불과하다. 이 말은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만 이곳 매물은 정말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 상도14구역은 장승배기역과 신대방삼거리역 사이 상도초등학교 주변 지역이다. 장승배기역 부근에 동작구청 등 행정종합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라 향후 수요도 풍부하다. 장승배기역은 2023년 서부선 착공 예정이고 완성되면 신촌, 여의도, 서울대 입구까지 접근성이 개선된다. 다만 상도14구역은 동작구 동네 가운데 길이 좁고 언덕이 가파른 동네로 꼽힌다. 교통 체증 역시 심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밀도가 높고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도 64.26㎡(19.44평)에 그친다. 다만 실거주 환경은 타 후보지 대비 비교적 나은 편이다.
강남 외에도 직장이 몰려 있는 서울 도심권역(CBD)과 접근성이 좋은 곳을 눈여겨볼 만하다. 종로구 창신동 23/숭인동 56 일대는 6호선 창신역 인접 지역이다. 창신역을 중심으로 창신동 23번지는 서쪽, 숭인동 56번지는 동쪽 지역이다. 창신동 23번지 일대는 그동안 여러 번 재개발이 추진됐다가 무산될 정도로 재개발 관련 우여곡절을 겪은 지역이다.
창신역은 광화문, 종로, 을지로, 시청, 동대문 지역과 인접해 직주근접성이 뛰어나다. 종로구, 중구는 특히 신축 아파트가 귀하기에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높다.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도 118.6㎡(35.88평)로 넓은 편이다.
지하철과 인접한 지역도 주목해볼 만하다. 노원구 상계5동 일대는 상계뉴타운 바로 옆으로 지하철 4호선 상계역과 바로 인접해 있다. 전체 대지 면적도 약 20만㎡(60.50평)에 달해 후보지 가운데 가장 크다. 다만 주민들 가운데 신축 빌라 소유주들이 적지 않아 실제로 재개발을 완주할지 여부는 다소 불투명하다.
은평구 불광동 600 일대는 3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과 거리가 멀지 않다. 다만 토지 등 소유자가 188명에 불과하다. 1세대당 평균 대지 지분도 69.15㎡(20.92평)로 다소 적다. 이 외에 강서구 방화2구역도 지하철 9호선 공항시장역에서 가깝다. 구로구 가리봉2구역 역시 7호선 남구로역과 멀지 않다.
나머지 선정된 신속통합기획 지역은 지하철역과도 거리가 다소 있고 직주근접과도 연관성이 다소 적기에 실거주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서대문구 홍은동 8-400 일대는 홍은15구역으로도 불리는데 북한산 자락 노후 주택 밀집지다. 북한산과 홍제천을 끼고 있어 자연경관이 뛰어나지만 사업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주민들은 지상 25층을 원하는데 북한산국립공원과 붙어 있어 고도 제한 때문에 최고 높이는 12층에 그칠 수밖에 없다. 3호선 홍제역까지 거리가 멀어 교통편은 좋지 않다. 향후 교통편 개선 계획도 없다. 양천구 신월7동은 서울과 부천의 경계 지역이다. 지난해 11월 신속통합기획 신청 당시 주민 동의율이 75.7%에 육박해 동의율 1위를 기록했고 면적도 전체 면적의 58% 수준으로 매우 높다. 다만 김포공항이 가까워 비행기 소음이 수시로 발생한다. 또한 고도 제한(57.8m)도 받기에 사업성에는 다소 제약이 따른다. 신월7동은 지하철도 아직 없다. 추후 경전철 목동선이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경전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금천구 시흥동 810 일대와 성북구 하월곡동, 도봉구 쌍문동 지역 역시 마찬가지로 지하철역과 다소 거리가 있다. 투자보다는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이번에 신속통합기획으로 선정된 지역만 볼 필요도 없다. 서울시는 매년 한 차례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차기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를 예상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이번 신속통합기획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올해 2차로 정해지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접수에 신청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주택을 선제적으로 매수할 생각을 했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서울시는 향후 추진될 공공재개발·민간재개발 공모에서 공모 시기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올해 1월 28일을 권리산정기준일로 지정, 고시할 방침이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신속통합기획 지역으로 선정되더라도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지어진 신축 주택을 매수하거나 지분을 쪼개면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꼭 서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인천과 경기 지역 역시 빠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신속통합기획과 유사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에 알짜 매물은 많다.
재개발 투자 시 주의할 점
투자를 결심했다면 후보지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라야 한다. 일단 1인당 대지 지분이 넓고 용적률이 높으면 사업성이 올라간다. 전체 면적이 넓다면 대단지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단지가 넓은수록 주민도 늘어난다는 사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적고 찬성률 역시 높아야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데 사람 수가 많으면 잡음과 이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토지 소유주,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인들은 아파트 거주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후보지의 특성도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통편이 안 좋고 사람들이 꺼리는 지역에 아파트를 지으면 분양가를 높게 못 받는다. 이런 지역의 현재 주택 가격이 적정가보다 비싸다면 결국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반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재개발이 엎어지는 경우도 많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민 동의율이 높은 지역은 사업도 빠르게 추진되고 성공할 가능성도 높지만 반대의 경우 사업 추진도 느리고 엎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주민 동의율이 67%를 넘어서면 재개발 가능성이 매우 빨라진다”고 조언했다. 또한 권 교수는 이번 후보지 21곳의 입지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