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
배우 오영수가 지난 1월 9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됐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 연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수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골든글로브는 영화와 TV쇼 부문을 통합하는 미국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인 성격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앞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영화 <기생충> <미나리> 출연 배우들은 연기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수상의 의미가 크다. 오영수는 연극 연습을 하던 중 수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내가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 속의 세계’”라며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세계를 달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상금 456억원을 건 의문의 게임에 목숨을 걸고 참여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배우 이정재·위하준·정호연 등이 출연했고, 전 세계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극 중 오영수는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으로 활약했다. 캐릭터의 비중과 별개로 그가 등장한 장면은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하다. 특히 줄다리기 게임을 하는 신에서 흘러나오는 오영수의 장문의 내레이션은 100% 암기라고. 작품에 함께 출연한 정호연은 롤 모델로 오영수를 꼽으며 당시 그의 연기에 감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배우 이정재와의 호흡은 극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높였다. “나랑 깐부 할래?”, “우리 깐부 맞지?”라는 오영수의 대사는 2021년을 대표하는 유행어로 꼽힌다.
“생애 처음으로 ‘내가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오징어 게임>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의 축하 물결이 이어졌다. 배우 이정재는 오영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선생님과 함께했던 장면들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깐부로부터”라며 축하를 전했다. 이병헌도 “This is the Frontman speaking, Bravo!(나는 프론트맨이다, 브라보!)”라며 극 중 프론트맨으로 분했던 자신의 배역을 녹인 재치 있는 축하 인사를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영수의 수상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공식 페이스북에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었다”며 “<오징어 게임>이 전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되는 ‘함께’의 삶을 깊이 있게 말한다”고 작품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했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오영수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시구자로 나서며 대세 배우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2022년 새해 타종 행사에도 등장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영수의 활동에는 뚝심이 있다. ‘깐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면서 ‘깐부치킨’의 광고 모델 제안을 받았을 때는 단호하게 거절한 것. 그러면서 “작품에서 ‘깐부’는 인간관계에서의 신뢰와 배신이라는 의미가 함축됐다. 그런데 광고에서 내가 그 단어를 언급하면 작품의 메시지가 흐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작품과 연기에 대한 그의 철학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뚝심 있는 55년 연기 인생
뒤늦게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지만 연극계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오영수는 지난 1963년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입단하면서 연기에 입문했다. <파우스트> <리어왕> <그대를 사랑합니다> <3월의 눈> 등 굴지의 연극 무대에 오른 바 있다. 스크린 데뷔는 1965년 <갯마을>을 통해서였다. 이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에서 분했던 노승 역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MBC 드라마 <선덕여왕>(2009)에서는 월천대사 역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연기 인생 55년 동안 연극 무대, 스크린,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총 200편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했다.
<오징어 게임>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은 다름 아닌 연극 <라스트 세션>이다. 자신의 주 무대인 연극으로 돌아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영문학자 C. S. 루이스가 신의 존재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상상력 기반의 2인극이다. 극 중 오영수는 프로이트 역을 맡았다. 오영수의 인기가 에 오르는 11회 차 공연이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연기뿐만 아니라 전 세대의 심금을 울리는 인생 조언도 화제다. 지난해 10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오영수는 세월의 내공이 돋보이는 따뜻한 말을 건넸다. 당시 방송에서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다.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게는 이긴 것”이라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데 대해선 “작든 크든 살면서 많이 받아왔다. 받았던 모든 걸 남겨주고 싶은 생각이다. 산속에 꽃이 있으면 젊을 때는 꺾어 가지만, 내 나이쯤 되면 그냥 놓고 온다. 그리고 다시 가서 본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말해 듣고 있던 걸 그룹 러블리즈 미주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편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공개된 이후 53일간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유지하며 역대 넷플리스 시리즈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배우 오영수는…
1944년생으로 올해 78세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했고, 1963년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데뷔했다. 스크린 데뷔작은 1965년 <갯마을>이며, MBC 드라마 <제1공화국>으로 브라운관 데뷔를 했다. 1979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 한국연극협회 연기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리가 ‘K-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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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내공’ 박인환
“송강 보려고 입문했다가 박인환 배우에게 빠졌다”. tvN 드라마 <나빌레라> 방영 당시 시청자들은 이같이 말했다. 극 중 70세 나이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을 연기한 그는 많은 나이에 꿈을 찾아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나빌레라>를 통해 30년 만에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전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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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사로잡다’ 밀라논나
한국 최초의 밀라노 패션 유학생으로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럭셔리 브랜드를 한국에 론칭한 밀라논나(본명 장명숙). 60대 패션·일상 유튜버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중이 밀라논나에 주목하는 이유는 트렌드를 잃지 않는 센스와 닮고 싶은 주체성이다. 밀라논나의 시그너처 백발 쇼트커트는 나이를 드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그의 삶의 모토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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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그랜마’ 박막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코리아 그랜마(한국 할머니)’를 알린 장본인이다. 치매 위험 진단을 받은 그를 지켜보던 손녀가 할머니와의 추억을 기록하겠다며 유튜브를 시작해 지금의 박막례가 탄생했다. 브이로그부터 뷰티, 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유튜브와 구글의 CEO가 직접 박막례를 언급하고 만남을 성사시키면서 대세 중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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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라는 장르’ 윤여정
지난해 영화 <미나리>를 통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1966년에 데뷔한 그는 올해 56년 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다. 전형적인 할머니, 엄마 캐릭터도 윤여정을 만나면 달라진다. 연기뿐만 아니라 입담도 화제다. “나는 생계형 배우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 등 그가 하는 말은 곧 명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