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 쇼트커트 대참사
최근 송지효는 SBS 예능 <런닝맨>에서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쇼트커트를 하고 등장했다가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었다. 당시 <런닝맨> 멤버들은 그녀에게 “멤버 중 가장 잘생겼다”고 했고 송지효는 스타일 변신에 후회하거나 작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반응이 아닌 자의로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일부 팬들의 의견은 달랐다.
팬들은 “더 이상 송지효가 스타일링이 아쉬운 연예인으로 통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실력 있는 스타일리스트와 헤어&메이크업 숍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송지효는 또 한 번 스타일링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21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짧은 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하고 블랙 롱 코트와 가죽 부츠를 매치해 ‘멋쁨’의 정석을 보여줬는데, 코트 밑단이 뜯어져 있는 것이 포착된 것. 팬들은 재차 스타일링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아이돌 그룹에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2021년 12월 1일 그룹 아이브로 공식 데뷔한 안유진은 MBC 예능 <쇼! 음악중심>에서 검정 상의 위에 파란색 뷔스티에를 레이어드한 의상을 입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원인은 적나라한 디자인이었다. 뷔스티에가 본래 속옷을 모티브로 한 의상이지만, 와이어 후크가 겉으로 나와 있어 마치 속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 아이브의 팬들은 안유진이 2003년생으로 올해 만 18세라는 점을 지적하며 미성년자가 입기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의상이 불쾌하다고 소속사에 시정을 요구했다.
글로벌 아이돌 BTS(방탄소년단)의 팬들 사이에서 BTS의 스타일링에 대한 불만은 곪을 대로 곪았다. 팬들은 BTS는 전 세계의 무대를 누비며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줄 기회가 많은데 콘셉트를 고려하지 않고 슈트 스타일을 고집한다거나 명품 브랜드의 컬렉션을 그대로 입힌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체형에 맞지 않는 빅 사이즈의 옷을 입어 멤버들이 피지컬의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BTS의 팬덤 아미는 트위터에 “콘셉트에 맞는 코디를 원한다”, “HY브 국내 팬들 방치 그만”이라는 문구를 리트윗해 실시간 트렌드 순위 1, 2위에 올려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정일까? 극성일까?
팬덤은 영향력이 막강하다. 소속사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스타를 위해 법적 대응까지 서슴지 않으며 꽤 스케일이 큰 ‘총공(단체행동)’도 한다. 최근 송혜교의 팬덤은 SBS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출연 중인 송혜교를 향한 악성 댓글이 이어지자 송혜교의 소속사 관계자와 만나고 전화·서면으로 항의했으며,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을 직접 고발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진 팬들의 참견(?)은 “코디가 안티냐?” 등의 유행어를 만든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 스타일링이다. 그런데 여기엔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스타들이 회사나 스태프가 제안한 스타일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기 때문. 실제로 스타일리스트 중엔 “예쁜 옷을 준비해도 스타가 취향을 고집하며 입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속사정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 스타가 돋보이도록 최선을 다해 스타일링하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매니지먼트사나 스태프도 어쩔 도리가 없다. 매니지먼트사가 팬들의 성명서에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팬덤의 행보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스타의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스타 스스로가 만족하는데, 팬들이 나서 입장까지 표명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오빠부대로 시작된 국내 팬덤 문화는 꾸준히 성장하며 변화해왔다. 과거엔 ‘빠순이’라 불리며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철부지로 인식됐지만 이제 스타의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등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송지효의 쇼트커트 대참사로 수면 위로 드러난 팬덤의 애정 섞인 참견은 어떤 나비효과로 이어질까? 새로운 팬덤 문화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