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보니 ‘수학’이 문제였다?
유정임(이하 유) 2021년은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진 첫 번째 수능이었어요. 공통과목인 수학I, 수학II를 문·이과생이 다 치러야 했고, 선택과목(확률, 통계, 미적분, 기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봐야 했어요. 난이도 조절 등 문제점이 생기는 걸 막으려고 여러 가지노력을 했다고는 하는데요. 왜 다들 더 어렵다고 생각했을까요?
백재훈(이하 백) 말씀하신 것처럼 문·이과 통합이 되면서 공통과 선택의 영역으로 과목들이 세부적으로 나눠졌는데요, 시험이란 게 변별력을 갖추려면 실력을 가르는 킬러 문제가 있기 마련이죠. 대부분의 문제를 고난도로 출제하면 모든 수험생이 부담스럽겠지만 그 반대로 전체적인 난도를 낮추면 상위권 학생들끼리의 변별력이 줄어듭니다. 항상 그게 수능의 딜레마죠. 그래서 보통, 난이도를 적당한 선에서 조절하고 영역별 킬러 문제를 곳곳에 배치하죠. 그런데 2021년 수능부터 공통과 선택으로 영역이 나눠지면서 공통 영역에서도 또 선택 영역에서도 고난도 문제를 만나야 하니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아진 거죠.
김동연(이하 김) 그래도 좀 위로가 된 건, 나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결국 수능은 상대평가잖아요. 같은 학교에 지원하는 경쟁자에 비해 내 성적이 어떠냐가 포인트고, 결국 같은 조건의 학생들끼리 경쟁하니까 선택 영역 간의 성적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공통 영역의 결과인데요, 제 생각에 이건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험을 본 ‘집단’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수학의 경우,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집단의 공통수학 성적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집단보다 훨씬 높게 나왔거든요. 수학을 좋아하는 이과형 학생들이 대개 ‘미적분과 기하’를 많이 선택했고, 결국 그들이 공통 영역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은 거죠.
유 과목 선택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원래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는 이과형 학생이 당연히 높은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네요. 그 말인즉, 이번 수학 수능은 문·이과 통합으로 유불리가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네요.
백 ‘확률과 통계’는 문과형 학생이 많이 선택하니까, 이 학생들은 대개 문과 계열 학과에 지원합니다.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학생은 이과형이 많으니까 자연 계열 학과를 많이 선택하겠죠. 수능에서 수학 점수를 더 잘 받은 이과형 학생들이 갑자기 문과로 교차지원을 한다면 문·이과 통합으로 유불리가 존재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즉, 이과형 학생이 높은 수능 점수로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해도 결국은 비슷한 선택과목의 학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통합했다고 해서 유불리는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봐요. 그런데 수시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김 많은 대학이 수시 입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올해 수능에서 수학의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학생들과 국어의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어요. ‘확률과 통계’,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학생들보다 1, 2등급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해요. 그러다 보니 문과형 학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죠. 그래서 수시에서는 문과형 학생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학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2022년에는 문과생을 대상으로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할 수도 있어요.
유 정시는 비슷한 학과의 학생들끼리 경쟁하니까 큰 유불리가 없지만, 수시의 최저학력기준에서는 통합 시험을 본 문과형 학생들이 좀 불리하다는 거군요.
김 맞습니다. 수학의 경우 기존에는 문·이과가 가형, 나형으로 나눠 시험을 치렀지만, 2021년부터는 공통과 선택으로 경계를 허문 거잖아요. 국어도 선택 범위가 있긴 했는데요, 국어는 기존에도 문·이과 구분 없이 각자 선택했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통합형 수학에서는 등급이나 표준점수 모두 이과형 학생이 유리했다는 결론이 나왔으니 결국 ‘수학’이 문제였던 거죠.
그래서 현 초중생 입시 전략은 어떻게?
유 힘들었던 수능이 끝나고 이제 논술 대비다 면접 대비다 많이들 바빠지는데요,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입시 전략을 조언하세요?
백 수능이 끝나면 바로 시작되는 게 수시 면접과 논술전형이죠. 그런데 이 면접과 논술전형에 응시하기 전에 가장 고민되는 게 ‘수시의 납치 가능성’입니다. 수능 전에 수시 원서를 제출하잖아요, 그런데 기대보다 수능을 잘 봐서 성적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 미리 지원한 수시에서 합격해버리면 아무리 좋은 수능 성적이 나와도 정시에 지원할 기회조차 없으니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이런 걸 흔히 ‘수시에 납치됐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수능 치르고 정확한 가채점 결과를 가지고 상담합니다. 수시 지원한 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면, 과감히 수시의 면접과 논술전형 응시를 포기해야 합니다.
김 요즘 학생들의 분위기가 논술에 대한 준비를 늦게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요. 논술을 통한 모집 정원이 계속 감소하다 보니까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거죠. 그래서 수능을 마치고 면접과 논술 파이널 강좌를 통해 준비하는데 단시간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면접을 치르기도 하는데요, 이런 환경이 낯설어서인지 제대로 답변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유 대학으로 가는 길, 아니 원하는 대학으로 가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난합니다. 수능, 수시, 논술, 면접 등등 초중생 학부모는 이런 단어만 들어도 막막한 마음이 들거든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이제 시작됐으니까요. 뭘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현실적인 팁을 좀 알려주세요.
백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8년 대입은 수능을 비롯해 입시제도의 전반적인 변화가 예고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분간 현행 제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없어 보여서 현재 중고생들은 지금의 입시제도로 대학입시를 치르게 될 거예요. 그렇다면 문·이과 통합의 이번 수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수능에서 수학이 공통수학과 3개의 선택 영역으로 분리되면서 입시가 혼란을 겪고 있어요. 학생이나 학부모뿐만 아니라 대학과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교육과정평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급적이면 선택과목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통 영역 문제들의 변별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즉, 고교 1~2학년 과정의 수학이 수능에서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김 사실 예전에는 수학 선행을 최대한 빨리하고 다시 진도를 되돌려 실력을 다진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중학교 때 미적분과 기하, 벡터까지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선행 학원이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과도한 선행보다 고 1~2에서 다루는 수학 개념들을 확실히 심화해두는 것이 수능에서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돼요. 공통 영역의 변별력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말이죠.
백 100프로 공감해요. 내신 평가에 있어서도 고교학점제 실시, 성취 평가 과목 확대가 이뤄지고 있어서 예전처럼 1~9등급으로 점수화하던 내신 평가 영역이 줄어들고 있어요. 대학들은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면접을 강화하거나 유지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다 보니 교사가 학생의 발달 상황에 대해 과목별로 써주는 ‘세부 특기 사항’ 같은 내용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학생들은 일찍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과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면서 활동한 내용이 최대한 학교 생활기록부에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 관심 영역에 대해 꾸준히 독서한다거나 관련 분야의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입시에서도 유리해질 겁니다. 수능에서도 국어와 탐구 영역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초중등생이라면 관심거리에 맞는 폭넓은 독서를 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이건 학습의 기초 체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 성적에 맞춰 진로를 정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진로에 따라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미리 관리해야 결국 아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미래에 한 발짝 다가서는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김동영
㈜다선교육 대표
더학원 입시연구소 대표
전 ㈜타임교육 학원사업본부장
전 시사저널 교육 주간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전 부산경남 대표방송 ㈜KNN PD
전 (재)부산영어방송 제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