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컬러에 편안함이 강조된 디자인의 키즈 룩부터 어떤 아이템과도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베이식한 디자인의 어덜트 룩, 물에 젖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소재의 샌들, 심플한 패키지의 생활용품까지. 하연지 이사가 운영하는 편집숍 구름바이에이치(GURM BY H)와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지비에이치(GBH)에서 선보이는 아이템은 한결같이 화려한 디자인이나 사용에 불필요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쓰임이 아름다운’ 물건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오래도록 사용하고 싶은 브랜드로 남고 싶은 GBH의 철학을 똑 닮은 간결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일상을 멋스럽게 물들이는 그녀의 취향을 들여다보았다.
자신을 대표하는 퍼스널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장식적인 디테일보다 전반적인 실루엣과 핏, 소재에 집중해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타임리스 스타일을 선호해요. 주로 블랙 컬러의 룩에 주얼리나 선글라스, 슈즈 등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더해 지루하지 않도록 연출하고 있어요.
옷을 입을 때 특별한 규칙이 있나요?
컬러 매치에 신경을 써요. 옷과 소품을 톤온톤으로 연출하거나, 올 블랙 룩에 강렬한 컬러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요. 트렌드와는 관계없이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베이식한 아이템에 컬러풀한 소품을 매치해 색다른 분위기를 더하곤 해요.
유난히 집착하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요?
타비 슈즈와 선글라스! 옷보다는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링을 좋아해요. 타비 슈즈의 독특한 앞코 모양이 밋밋한 룩에 유니크함을 한 스푼쯤 더해주는 느낌이라 자주 구입해요. 또 외출할 때면 계절과 상관없이 늘 선글라스를 써요. 그날그날의 룩에 따라 각각 다른 선글라스를 매치해 심플한 룩에 에지를 더하죠.
옷장을 꽉 채우고 싶은 브랜드는 뭐예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와 이탈리아의 가죽 신발 브랜드인 마르셀(MARSELL)의 슈즈로 옷장 대신 신발장을 가득 채우고 싶어요. 타비 슈즈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슈즈까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애정하는 아이템이에요. 마르셀은 구두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들어 퀼리티가 뛰어난 데다 클래식하면서도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거든요.
위시 리스트를 공개해주세요.
천장에 닿을 만큼 큰 크리스마스트리와 오너먼트가 1순위예요. 이벤트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겨울 내내 집에서 함께할 트리를 예쁘게 꾸미고 싶어요. 또 산뜻한 컬러에 피부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운 털모자와 장갑, 머플러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라는 의미를 담은 선물이라면 모두가 좋아할 것 같아요.
뷰티 파우치 속 필수 아이템은 뭐예요?
입술이 심하게 건조한 편이라 컬러가 살짝 들어간 립밤은 꼭 챙겨요. 그리고 아이브로 마스카라, 손소독제와 핸드크림도 늘 가지고 다니고요.
혼자만 쓰고 싶은 뷰티템이 있나요?
피부가 굉장히 예민해서 과한 피부 화장은 피하는 편이에요. 대신 피부 안정과 각질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GBH 클렌징 티슈는 아이들이 사용해도 좋을 만큼 순하고,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은 제품이라 아침저녁으로 거품 세안제 대신 GBH 클렌징 티슈로만 닦아내고 물 세안을 하고 있어요. 미세먼지와 노폐물, 각질까지 깔끔하게 정리돼 세안 후 피붓결이 깐 달걀처럼 매끈해져 없으면 불안할 정도로 애정하는 뷰티템이에요. 저희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라 효능을 널리 널리 알리고 싶지만 만약 타사에서 만든 제품이라면 혼자만 몰래 쓰고 싶었을 것 같아요.
일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일상에서 만족감이 떨어지는 요소를 발견하면 생각이 많아져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것을 통해 내 하루하루를 조금 더 만족스럽게 가꿀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곤 해요. 디자인적 영감은 세계 여러 나라의 공공시설이나 공공기관에서 얻고 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 사용에 편리한 기능적인 디자인 요소에 마음이 끌리곤 해요.
인생에서 꼭 필요한 사치가 있다면요?
GBH의 모토이기도 한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 사치를 하는 편이에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용하는 수건의 폭신함이 하루의 시작과 끝에 얼마나 큰 만족감을 주는지 몰라요. 또 낡은 티셔츠와 후줄근한 추리닝 대신 깔끔한 잠옷을 입고 잠자리에 들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야말로 인생에 꼭 필요한 사치가 아닐까 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나를 위한 사치이자 곧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살고 싶은 도시와 여행하고 싶은 도시는 어디예요?
살고 싶은 도시는 무조건 서울이죠. 서울은 제게 부족한 것이 없는 곳이에요. 일상의 안정감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환경보다는 익숙한 것이 좋거든요. 여행하고 싶은 나라는 뉴질랜드예요. 2015년에 딱 한 번 다녀왔는데 자연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이 느껴지더라고요. 기회가 생기면 꼭 한 번은 뉴질랜드의 남섬에서 캠핑카로 여행하고 싶어요.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공간이 있나요?
집 안에서 서재와 컴퓨터를 없앤 후로는 거실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딸아이도 자기 방에서 노는 것보다 거실 테이블 앞에 앉아서 저와 함께 만들기를 하거나 TV 보는 시간을 더 즐거워해요. 퇴근 후엔 가족과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고 있어요.
즐겨 찾는 맛집이나 우리 집 주방으로 옮겨놓고 싶은 맛집은요?
잠원동에 위치한 파운드로컬을 자주 방문해요. 좋아하는 향신채와 향신료를 적절히 사용해 향과 맛이 일품이거든요. 친구들 모임에 항상 1순위로 꼽을 만큼 애정하는 맛집이에요. 외식이 잦은 편이라 집에서만큼은 적게 먹고,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에서 샐러드 전문점 잇샐러드를 통째로 주방에 옮겨놓고 싶어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취미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새롭게 시작한 취미인 골프 덕분에 골프 레슨을 받는 시간이 즐거워요.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프로님의 작은 칭찬에 어깨가 들썩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배우는 중이에요. 어려서부터 운동에는 소질도 관심도 없어서 걷는 것조차 싫어했는데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에 큰 재미가 생겼거든요. 운동이 일상에 활력을 준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어요.
어떻게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나요?
처음에는 가족을 위한 물건을 소개하고 만드는 브랜드를 떠올리며 예쁘고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셀렉트해 바잉하거나 직접 제작한 라이프스타일 소품들을 소개하는 편집숍으로 시작했어요. 첫째 아이의 태명이었던 ‘구름’에 제 성의 이니셜인 ‘H’를 따서 ‘GURM BY H’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GBH는 편집숍 ‘GURM BY H’의 약자로 출발했지만 추구하는 가치와 표현 방식을 달리한 두 방향으로 브랜드를 이원화해 전개하고 있어요. 셀렉트 기반인 GURM BY H는 스마포크, 던스 스웨덴 등 북유럽 유아동복과 솔트워터 샌들 외에 다수의 브랜드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예요. 그리고 자체 생산 기반인 GBH는 의류, 생활용품, 화장품 등 일상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고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죠.
어떤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은가요?
GBH가 꾸준히 집중하고 있는 브랜드의 코어 밸류는 기본과 쓰임에 집중한 아름다움으로 한 세대에 머무르지 않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것이에요. 계속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일상에 필요한 제품을 엄선해 반짝 인기를 얻는 상품이 아닌 세월과 세대를 넘는 타임리스 생활용품을 만들며 ‘GBH다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저희 브랜드의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는 비법이 있다면요?
사실 매 순간 밸런스 조절이 어려워요. 일과 가정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춘다는 워킹맘들을 찾아가 조언을 듣고 싶을 때도 있을 정도로요.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사업하는 사람들은 업무와 생활의 경계가 쉽게 무너져요. 브랜드 시작 초기에는 퇴근 후 집에서도 업무를 했었는데, 지금은 퇴근 후에 되도록이면 가정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얼마 전 집 안의 서재와 컴퓨터를 없앤 후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만족스러워요.
인생의 모토가 무엇인가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세상에 저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건 저 자신뿐이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다 보면 스트레스도 덜 받고, 행복 지수도 올라가는 것 같아요.
내게 있어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요?
더 말할 것도 없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죠. 선인장처럼 지나친 관심과 집착을 보이면 결국 시들어버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행복이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안정감이라는 탄탄한 바탕 위에 더해지는 짧은 이벤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