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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혹시 성인 ADHD?

아이들 질환으로 알려졌던 ADHD. 어른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On December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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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를 안고 사는 사람들

‘지속적인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과다한 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즉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라고 부른다. ADHD 진료 환자는 2019년 기준 7만 2,437명에서 지난해 7만 9,212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6년의 약 4만 9,000명과 비교하면 무려 60%나 증가한 셈이다. 남자아이들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알려졌지만 여자아이들의 진단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성인 ADHD를 진단받은 비율은 8.2%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의 ADHD 발병률은 최근 4년간 7배나 늘어났다. 소아와 청소년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ADHD가 성인들에게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친구나 직장 동료 중에서도 유난히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분노가 많은 경우, 혹은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업무 수행이 힘든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순히 성격이 유별나고 주의가 산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ADHD 증상 중 하나다.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 도파민의 신경전달물질, 전두엽 발달 등과 관련된 뇌의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ADHD는 성장 과정에서 노력한다고 증상이 나아지는 질병이 아니다. 아동기에 진단을 받은 사람 중 85% 정도가 성인이 돼서도 일부 증상이 지속된다.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과잉 행동은 나이가 들면서 줄어들지만 부주의 및 충동성 등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울 및 불안 장애까지 엄습

ADHD인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진단이 어려운 질병이다. 소아청소년의 ADHD 증상이 전형적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등이 뚜렷하다면 성인은 전자와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소아청소년에서의 과잉 행동, 충동성보다는 실행 기능 저하와 주의력 결핍 증상을 겪는 이들이 많다. 소아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접어들면서 과다 행동은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고 부주의 양상은 약속 지키기, 마감 일자 맞추기,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기 등에서 곤란을 겪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렇게 성인 ADHD는 직업적·학업적·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때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방식으로 질병을 앓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업무, 결혼 생활, 직장 생활에서 불편함을 겪고 잦은 교통사고 등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닌 가족과 배우자,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불안 장애, 충동 조절 장애 등을 동반하지만 이를 ADHD 증상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그 결과로 우울 장애, 불안 장애, 물질 남용, 충동 조절 문제가 공존할 수 있는데, 공존 질환만 진단·치료받는 상황이 빈번하다. 이렇게 소아청소년기의 전형적 증상과 다르고 공존 질환과의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중요하다. 소아청소년 시기부터 부주의, 과잉 행동, 충동성 등의 양상이 형태는 달리하되 줄곧 이어져왔다고 인식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 또 불안 장애, 주요 우울 장애, 품행 장애, 섭식 장애, 물질 남용 등 공존 질환이 흔해 성인 ADHD에 대한 세밀하고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받아야 나아질 수 있다.  

여성들이 더 위험한 질병

ADHD는 ‘과잉 행동·충동 우세형’과 ‘부주의 우세형’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형’ 질환이다. 과잉 행동·충동 우세형의 경우 손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행동한다. 남성의 경우 활동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과잉 행동·충동 우세형이 주로 나타난다. 부주의 우세형은 ‘조용한 ADHD’라고도 불리며 진단받는 환자 가운데 여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말없이 조용한 성격처럼 보여 주변에서도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여성의 경우 진단에서 배제되거나 다른 질병으로 오진을 받아왔다. 또 부주의 우세형의 경우 어린 시절에 지나쳤다가 성인이 된 후 ADHD를 진단받는 일이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주의 우세형은 조직화와 구조화에 어려움을 겪고 집중을 못하며 공상에 빠지거나 산만하다. 한 가지 목표나 대상에 주의를 지속적으로 기울이지 못하고 흥미가 쉽게 사그라진다. 집중을 못 하고 주의가 산만하다 보니 학업과 업무 등에 있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취 경험이 적어지면서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한다.

주의력 결핍으로 인한 대표적 증상은 직장 상사의 지시를 잘 듣고 기억하지 못함, 일을 시작하기 어려움, 집중해서 할 일을 끝내지 못함, 자주 지각하고 시한을 넘김, 할 일이 많을 경우 시간 관리나 계획을 세우기 어려움, 해야 할 일을 자주 까먹는 것 등이다. 과잉 행동·충동성으로 인한 증상은 안절부절, 말이 지나치게 많음, 성급한 결정, 생각 없이 행동하기, 폭식, 게임 중독, 폭발적인 감정 표현, 충동적인 직장 변경, 충동적 과소비, 과도한 음주와 흡연, 충동적 성관계와 외도, 약물이나 물질 남용, 잦은 과속 운전과 교통법규 위반, 빈번한 교통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성인 ADHD를 앓는 이들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 어려움에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힘들거나 반복적인 실패감, 부족한 시간 관리,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는 경향 등이 있다.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양상은 어려운 일의 대부분을 진행시키고도 끝맺음을 하지 못하거나, 어려운 일을 최대한 미루는 등의 양상을 포함한다.

성인 ADHD에서 드러나는 어려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주의’ 영역에서는 쉽게 산만해지고 자주 지루함을 느끼며, 업무나 일을 관리하는 게 어렵다. 할 일을 미루게 되고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과잉 행동’ 영역일 경우 안절부절못하고 꾸물거리며 말이 많다. 착석에 어려움이 있고, 참을성이 부족하며 생각하기 전에 행동을 먼저 이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충동적인 소비가 잦다. 또 자극을 추구하고 직업 유지가 어려우며, 충동적 대인 관계의 양상을 보인다. ‘집행 기능’ 부분에서는 시간 관리와 금전 관리가 어렵고 주어진 시간에 업무나 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고 여러 가지 과제를 동시에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서 조절’ 영역에서는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부적절한 정서 과잉 반응과 분노 폭발 등의 양상이 드러나 어려움을 호소한다.


 자기진단 체크리스트 

K-ASRS(A항목) WHO 자가 설문지
*음영으로 처리된 칸에 4개 이상 체크했다면 전문가와의 심층적인 면담 및 평가가 필요하다.

지난 6개월 동안 다음의 문제를 겪은 적이 있는가? 전혀
없다
거의
없다
가끔
그렇다
자주
그렇다
매우
자주 그렇다
1. 해야 할 일을 잊거나 친구와의 약속을 깜박해 난감했던 적이 있는가?
2. 일의 순서가 명확한 일을 진행할 때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는가?
3. 일의 어려운 부분을 잘 해결한 뒤에 그 일을 끝맺지 못한 적이 있는가?
4. 성가신 일을 미루거나 피한 적이 있는가?
5. 말이나 행동을 과장되게 하거나 멈춰야 할 때 그러지 못한 적이 있는가?
6. 오래 앉아 있을 때 다리를 떨거나 손을 만지작거린 적이 있는가?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참고도서
책<젊은 ADHD의 슬픔>,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
2021년 12월호
2021년 12월호
에디터
김연주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참고도서
책<젊은 ADHD의 슬픔>,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