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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실전이다, 작가 다드래기

비혼 여성의 수술 일화를 풀어낸 만화가 ‘다드래기’. 혼자 아프면 서럽다는 말보다 더 크게 다가온 현실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On November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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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웹툰 <달댕이는 10년차>로 데뷔해 만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 다드래기(40세). 그녀가 최근 출간한 <혼자 입원했습니다>는 비혼 여성인 다드래기의 자전적 이야기다. 혼자인 상황에서 난소내막종을 진단받고 병원에 입원해 수술까지 했던 경험을 풀어내면서 간병, 돌봄 노동 문제와 투병으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공백 등 현실적인 문제를 말한다. 나 혼자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혼자서도 괜찮다. 다드래기는 그렇게 생각한다.

비혼으로 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결혼 제도가 로맨틱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로맨틱한 삶에 대한 환상이 없고 실상 결혼 생활이 그다지 아름답다고만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비장하게 비혼을 선언하거나 지금도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살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결속력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단지 지금의 삶에서 부족함을 느끼거나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뿐이죠.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요?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컸어요.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30대 초중반까지 "그래도 결혼할 거지?"라는 질문을 들었죠. 또 그 시기에 만나는 이성이 있으면 무조건 연인 관계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불편했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만남 자체를 자제하게 되더라고요.

비혼의 삶, 어떤가요? 편해요. 챙겨야 할 사람이 없으니 오롯이 내 공간에 집중하고 내 인생에 집중하면서 살 수 있죠. 결혼하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갈등이 있잖아요. 또 혼자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을 컨트롤하는 데 있어 위험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들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자유롭다는 점도 좋아요.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성의를 다할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줄어드니까요.

혼자이기에 겪어야 했던 어려움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죠. 경제적으로 공백이 생기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어요. 혼자 생활하는데 아프기까지 하면 골치가 아픈 게 사실이죠. 건강상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했을 때 느꼈어요. 보호자가 없는 것부터 간병해줄 사람에 대한 고민까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죠. 누군가와 함께 살면 덜 힘들 수 있는 부분을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게 힘들어요.

둘이 함께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인데 혼자서는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제적인 부분에서 가장 고민이 커요. 결혼해 사는 것보다 살림 규모는 작지만 어쨌든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축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만일을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또 혼자 살다 보면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고민할 때 누군가와 상의 없이 혼자 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십상이어서 타인의 말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죠.

외로울 때는 없나요? 예전에는 종종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게 싫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혼자가 아닌 사람도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게 삶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배우자와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나길 원하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굉장히 희박해요. 자식도 독립할 시기가 오면 부모의 품을 떠나고요. 결국 우리 모두 혼자가 되는 거예요.

말한 것처럼 흔히 비혼이라고 하면 연애와 담을 쌓고 살 거란 선입견이 있어요. 그렇죠. 저는 18년을 만난 남자 친구가 있어요.(웃음) 만난 기간이 길다 보니 다음 스텝으로 결혼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죠. 주변 사람들의 말에 조바심이 생기거나 동요됐다면 결혼을 고민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사랑은 지금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혼자 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저의 의지가 일상에 반영될 때요. 밥을 먹고 싶을 때 먹고,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나는 소소한 일상부터 오롯이 제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작은 부분부터 배려하고 협의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친구를 비롯해 사람들을 만나면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선택을 맡기는 편이에요. 혼자 있을 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니까 인간관계에서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거 같아요.

끝으로 다드래기의 싱글 라이프는 몇 점인가요?(웃음) 100점 만점에 80점이요. 사회 활동을 할 때 상대방에게 성의를 다할 수 있는 힘은 역설적이게도 혼자 있는 시간에서 비롯되는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즐기면서 얻는 여유를 대인 관계에 쏟는 거죠. 나머지 20점은 종종 불안감을 느끼는 경제적 안정을 찾으면 채워지지 않을까 싶네요.
 

다드래기가 말하는 비혼 여성에게 꼭 필요한 3가지

  • 경제적 자립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인 자립이 필요하다. 혼자 살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은 물론 경제적인 공백이 생길 때를 대비해 저축, 재테크 등으로 여유 자금을 마련해놓는 게 좋다.

  • 건강

    혼자 아프면 더 서럽다. 그렇기에 건강관리는 필수다. 비혼이라면 아플 때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 여성에게 쉽게 찾아오는 질병 등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관리하면서 스스로의 건강을 챙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타적 활동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취미나 봉사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활동을 유지하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놓는 게 좋다. 인간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1월호
2021년 11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