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과 천장부터 작은 스툴까지 바이올렛 톤으로 물들이고, 공들여 모은 각양각색의 소품으로 장식한 이국적인 룸. 파리 어디쯤에 있을 법한 유니크한 갤러리 같은 이곳은 평창 동계올림픽 주제가를 비롯해 CF, 드라마, 영화 OS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음악감독이자 종합광고대행사 디블렌트의 본부장으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전수경 음악감독의 개성 넘치는 업무 공간이다. 최근에는 예능을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추고, 트렌드를 이끄는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로 활약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우아한 스타일과 어떤 일이든 열정을 다해 멋지게 해내는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많은 여성의 워너비로 주목받고 있는 전수경 음악감독의 닮고 싶은 취향을 공개한다.
자신만의 시그너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팬츠 슈트를 주로 입어요. 직선으로 딱 떨어지는 핏의 정갈한 포멀 룩 스타일을 좋아해요. 슈트는 불편하다고들 생각하는데, 몸에 잘 맞게 재단된 테일러드 재킷과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의 팬츠는 오히려 활동성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나요? 정말 다양해요. 동대문 시장에서 쇼핑하기도 하고 백화점 명품관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아이템을 살 때도 있어요. 특정 장소나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눈에 띄면 주저 없이 구입하는 편이에요. 온라인에서도 네타포르테, 매치스패션 등 다양한 사이트를 통해 쇼핑을 즐기고 있어요.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IMF 최초의 여성 총재를 지내고 유럽중앙은행 총재로 활동 중인 크리스틴 라가르드의 룩이 저의 패션 참고서예요. 남성 위주의 정치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바지만 고집하는 등 남자 같은 겉모습으로 강해 보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그녀는 주로 스카프를 앞세운 우아한 페미닌룩을 선보이고 있어요.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패션 감각으로 무채색의 남성 관료 사회에서 그녀만의 방식으로 강인함을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또 배우 조지 클루니의 아내인 국제 변호사 아말 클루니의 룩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그녀 역시 중요한 사건을 맡을 때마다 스커트 슈트와 하이힐로 당당함을 드러내거든요. 클래식한 뉴트럴 톤을 기본으로 하고 비비드 컬러로 스타일리시한 포인트를 더한 스타일링도 제가 좋아하는 룩이어서 뮤즈로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 구입한 쇼핑 리스트를 공개해주세요. 펜디의 퍼스트 백! 블랙 백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 구입했어요. 포멀한 룩에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탈착 가능한 스트랩으로 클러치 백으로도 숄더백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스타일링에도 유용해요.
뷰티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피부 관리를 위해 클렌징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전에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중요하다’는 광고 카피도 있었잖아요. 아무리 피곤하고 귀찮은 날에도 여러 단계에 걸쳐 꼼꼼하게 클렌징을 해요. 그리고 14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을 매일 실천하는 중이에요. 조찬 미팅이 있는 날을 빼고는 항상 아침을 먹지 않고 공복에 1시간 동안 유산소운동을 하고 출근해요. 덕분에 임신했을 때를 제외하고 늘 일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어요.
작업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생활 전반이 영감의 원천이에요. 음악적 영감을 떠올릴 때나 커머셜한 광고 기획을 할 때 어떤 브랜드나 제품에만 국한된 생각으로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없어요. 제가 음악감독이지만 요리에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데 음악과 요리가 굉장히 흡사한 면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조합해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듯, 요리도 각기 다른 여러 가지 재료가 합쳐져 하나의 맛을 만들어내니까요. 음악도 요리도 전혀 다른 것들이 만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듯, 특정 주제에 몰입하기보다는 전시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음식을 먹는 등 생활 속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오히려 한발 앞선 신선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 지칠 때 힐링 타임은 어떻게 보내나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따스한 대화로 교감을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예전에는 핫 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저희 집으로 초대하거나 지인의 집을 방문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가 있다면요? 저와 친한 지인이라면 한 번씩은 맛보았을 티라미수요.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올려줘’라는 뜻이래요. 이탈리아에서 오래 살았던 남편과 연애 시절 티라미수를 먹으며 그 의미를 들었는데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그 뒤로 다양한 티라미수 레시피에 도전해봤는데 이제 저만의 레시피가 생겼어요. 설탕을 덜 넣고 좋은 재료로 건강하게 만든 티라미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또 예쁘게 포장해 선물하기도 해요.
최근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 제 관심은 오직 일이에요. 제가 속해 있는 디블렌트가 독립 광고대행사에서는 업계 1위인 회사거든요. 아무래도 음악감독만 할 때보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지고, 저희가 준비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의 규모도 커지다 보니 광고 제작 전반에 관여해 함께 기획도 하고 야근도 많이 하며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최근에 아들이 제주도에 있는 보딩스쿨로 가게 됐어요. 평소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제주도에 재미있는 공간을 꾸며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져 슬슬 하나하나 준비해보려고 해요.
일과 가정의 밸런스는 어떻게 조절하나요? 이제 아이가 제법 자라서인지 이미 힘든 시간은 지난 느낌이에요. 아이가 어렸을 때 워킹맘으로서 삶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특히 아이가 아프기라도 한 날이면 집에서는 자꾸 전화가 오는데 상사의 눈치가 보여 시간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말단 사원이었기에 정말 울고 싶을 때가 많았죠. 그때는 늘 가방 안에 사표를 넣고 다녔던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힘드니 남편하고 싸움도 많이 했고요. 실제로 사표를 2번이나 내기도 했는데 지금 그만두면 100% 후회한다며 그때마다 회사에서 반려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만두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다 싶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이제는 저도 제 스케줄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아이도 많이 커서 일과 가정 모두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가족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롤러코스터를 함께 탄 동반자!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결혼 13년 차가 되다 보니 항상 좋을 수만은 없더라고요. 한창 행복하다가도 바닥을 찍을 만큼 힘들 때도 있고, 서로에게 감정이 상할 때도 종종 생겨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함께하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감과 추억을 만들죠.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때도, 어려움을 만나 급하강할 때도 함께 있어 든든하고 소중한 존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