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이 법적으로 해결할 일이 생기면 하는 질문이 있다.
“아는 변호사 있어?” 아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부탁하면 내 일처럼 처리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이지훈 변호사는 자신을 찾는 이들에게 ‘아는 변호사’ 같은 존재가 되기로 결심하고,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를 통해 전문적인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법률적 지식을 공유하기로 했다. 때는 군법무관에서 전역을 앞둔 시기로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몰입할 것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유튜브 채널이었다.
이지훈 변호사는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법학과로 편입한 후, 8개월 만에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다. 그 후 사법시험 2차에 실패했지만 다시 도전해 군법무관 임용 시험에 합격했고 군법무관으로서 14년 동안 국군 장병의 인권 증진을 위해 일하다 독립을 결심했다.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앞두고 있는데 문득 의뢰가 들어오지 않으면 내가 아는 지식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아까워서 사소하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전하고 싶었죠. 연애, 결혼, 이혼에 관련된 이슈를 법적인 지식과 연결시켜 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는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 보던 책이 눈에 띄어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해보자는 생각으로 공부법 영상을 촬영했다. 그 영상이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구독자가 늘었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정리로 하는 것인데 제가 정리를 잘해요. 고시생 때 보던 책들을 서재에서 꺼내 소개했는데 관심 갖는 구독자가 늘었어요. ‘내가 지나간 것으로 여겼던 것이 지금 필요한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기했죠.”
<아는 변호사> 채널엔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콘텐츠가 다수 있다. 그녀는 결혼을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지만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혼한다면 이혼 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대부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결혼을 빨리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강박해요. 결혼하면 편하고 안정될 거란 생각에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도 많아요. 스스로 그 사람이 왜 좋은지, 왜 결혼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해요. 만약 의문이 생긴다면 답을 찾아야 하죠. ‘결혼은 희생하고 헌신하는 거야’ 같은 말에 현혹되면 안 돼요. 그런 말들이 나의 생각을 포기하게 만들거든요. 생각의 중심은 나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죠.”
행동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녀는 세 딸에게 연애와 결혼에 대해 물으며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모습을 콘텐츠로 제작해 올리기도 했다.
“딸들에게 ‘결혼을 하고 싶어?’라고 물으니 각자 다른 대답을 해요. 한 명은 하고 싶다고 하고 한 명은 하고 싶지 않다고 하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왜 결혼이 하고 싶은지 물어요. 아이는 낳을 건지, 아이를 키우는 여자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등등 아이들의 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거죠.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해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길 바라거든요.”
그녀는 인생은 연속되는 파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항상 좋을 수만은 없으니 어떤 일이 생기면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을 신중하게 하지 못했다면 이혼을 잘하면 된단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에서 결혼에 실패했을 때 극복하는 법을 말하곤 한다.
“인생에 어느 정도 실패는 필요해요. 물론 결혼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어요.”
이지훈 변호사는 결혼 후 여자의 일생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결혼 10년 차쯤 우연히 군법무관 때 정복을 입고 촬영한 사진 한 장을 찾았다. 그런데 그 사진을 정면으로 볼 수 없었단다. 사진 속의 나는 너무 찬란한데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괴로워서였다.
“사진 속에 있는 제가 환하게 웃고 있는데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지금의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덮었어요. 결혼 전엔 못 할 게 없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괴로웠어요. 나를 잊고 살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그때부터 10개월간 우울증을 앓았다. 잠들지 못하는 날엔 과거로 돌아가 자책하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을 원망했다. ‘나를 왜 이런 사람으로 만들었냐’고 신을 원망하는 지경에 다다를 즈음 이혼을 결심했다. 원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은 자강불식해야 해요. 스스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한 호흡도 생각을 쉬지 않아야 하죠. 끊임없이 생각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요. 저는 성역할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 시작된 여성의 삶에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육아, 남편 내조, 집안일을 우선으로 하면서 나를 잃는 것이 버거웠죠. 그래서 나로 돌아가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거예요. 그 방법이 이혼이었어요.”
하지만 이혼이 행복을 위한 절대적 방법은 아니다. 핵심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좋은 관계가 많을수록 인생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또 그러기 위해선 나쁜 관계를 끊을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가 노력하면 나쁜 관계도 좋아질 거라 생각하며 붙들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 놓고 ‘왜 내 주변엔 날 괴롭히는 사람만 있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거예요.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가 있다면 끊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자기 성찰을 먼저 해야죠. 나를 깊이 들여다봐야 다른 사람이 보이고,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이지훈 변호사가 생각하는 좋은 관계는 서로가 성장하는 관계다. 모든 관계는 변하는데 성장인지, 변질인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단다. 이 역시 끊임없이 생각해야 깨달을 수 있단다.
“모든 사람이 실수를 하듯이 결혼에도 실수를 할 수 있어요. 실수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실수를 고치려고 노력해야 해요. 이혼은 실패고 상실이에요. 그 실패에 맥을 못 추는 사람이 있는데 실패를 인정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요. 실패했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멋지게 살면 잘 사는 것 아닐까요?”
이혼이 행복해지기 위한 절대적 정답은 아니에요. 이혼 과정은 언젠가 끝나지만 진짜 문제는 이혼 후의 삶이거든요. 이혼하면 나 혼자 살아야 해요. 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은 이혼해도 힘들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진짜 행복해질 수 있어요.
이혼의 타이밍
이혼 사유는 수없이 많다. 3대 사유로 꼽히는 불륜, 도박, 폭행보다 ‘성격 차이’가 대표적이다. 어떤 부부가 이혼한다고 하면 대부분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사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불행하기 때문에 서로를 위해 하는 것이 이혼이다.
“이혼은 타이밍이에요. 결혼을 잘못해 내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려면 기준이 확실해야 해요. 우선 결혼 생활의 의미가 애정과 신뢰라는 점을 알아야 해요.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이혼의 타이밍이 왔다고 봐야 하죠. 그런데 많은 사람이 결혼 생활을 하면서 ‘행복하려고 결혼했다’는 것을 잊고 ‘이 가정을 지키는 것’에 몰두해요. 그 목표를 지킨다는 이유로 이혼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죠.”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사람에게 허락을 받아야 이혼할 수 있다는 생각도 이혼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내가 배우자와 함께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이유는 없다.
“우리 삶엔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예를 들어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죠. 우리 중 누구도 그들의 선택을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이혼 역시 마찬가지예요. 그저 삶에 생긴 이벤트 중 하나일 뿐이죠. 어떤 이벤트가 생겼다고 내가 바뀌지 않듯이 이혼한다고 나 자신이 바뀌진 않아요. 세상이 규정해놓은 것들에서 자유로워져야 해요.”
이지훈 변호사는 여성의 경제력에 대한 중요성을 말했다.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받아쓸수록 상대방에게 종속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잊기 쉽다는 것.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이를 낳고 ‘경단녀’가 된 경우 나의 희생에 대해 배우자가 감사함을 가지면 좋겠지만 반대의 상황도 많아요. 오히려 ‘누가 시킨 일이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죠.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 타이밍을 놓치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혼의 효과는 청산이라는 말을 더했다. 그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재산 분할이다. 배우자와 재산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법률혼을 두 번은 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사랑한다고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재혼한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재혼해 또 다른 자녀를 낳을 경우 상속 문제가 복잡해져요.”
이혼은 괴로운 과정이지만 시간을 인내하면 진짜 나의 삶을 찾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녀는 이혼을 주저하고 있다면 두려워도 잠깐의 용기를 내라고 응원했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단다.
“이혼 과정은 언젠가 끝나지만 진짜 문제는 이혼 후의 삶이에요. 결혼 전엔 부모님이, 결혼 생활 중엔 배우자가 가정의 울타리 역할을 해줬지만 이혼하면 나 혼자 살아야 해요. 그제야 나의 삶을 살 수 있죠. 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은 이혼해도 힘들어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처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어요.”
이지훈 변호사는 ‘절차탁마’라는 말을 좋아한다.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어 옥을 만드는 과정을 말하는 사자성어다. 옥돌이 옥이 되는 과정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갈고닦아야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결혼 14년 차, 이혼 7년 차인 44살의 이지훈 변호사가 235만 명의 구독자에게 한국의 40대 여성으로 살아온 경험과 변호사로서 쌓아온 전문 지식을 공유한다. 주요 콘텐츠는 공부법, 멘탈 관리, 결혼과 이혼, 군대 관련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