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 후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남녀 8명이 한 공간에 모였다. 그들의 목표는 일주일 안에 ‘사랑에 빠지는 것’. 돌아온 싱글인 이들이 생각하는 연애의 조건은 이전에 보았던 연애 프로그램 속의 것들과 다르다. 외모, 스펙보다 자녀 유무와 양육 여부, 이혼 이유가 더 궁금하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대화에 MBN <돌싱글즈>는 ‘마라 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싱’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해요. 결혼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모든 부부가 이혼을 생각하며 사는 거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출연진의 깊은 이야기가 보이는 연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는데, 돌싱들과 함께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후 많은 돌싱과 대화를 나눴는데 젊은 돌싱들의 포지션이 굉장히 애매하더라고요. 젊은데 싱글은 아니고, 나이가 어려서 기존 돌싱들의 커뮤니티에는 들어가지 못해 연애를 못 하는 분이 많았죠.
출연자 섭외가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한 번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젊은 돌싱들은 인연이 생겨도 사랑하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고요. ‘상대방이 이렇게 괜찮은데 돌싱인 나를 왜 만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출연자들을 섭외하면서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서 지내는 시간이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도박을 건 셈이네요. 첫 촬영 땐 어땠나요? 장 보는 시간, 데이트하는 시간 등의 상황만 있고 대본은 없었기 때문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예상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최대한 저희가 숨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출연진이 감정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했거든요.
출연진이 자유로워 보였어요. 술도 많이 마시는 것 같고요.(웃음) 제작비 카드로 장을 봤는데 술을 그렇게 많이 살 줄 몰랐어요.(웃음) 그런데 술을 마셨기 때문에 더 솔직한 대화가 된 것 같아요. 개인의 사생활이라 편집된 부분이 많았지만 출연진끼리 전 배우자와의 이혼 이유와 과정, 이혼 후의 삶에 대해 솔직하게 공유했어요. 첫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눠 커플 관계가 빠르게 형성된 것 같아요.
자녀 유무가 공개되고 나서 커플 관계가 바뀌기도 했죠. 돌싱의 연애를 현실적으로 보여준 장면 중 하나예요. 돌싱의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녀 유무라고 해요. 그래서 자녀 유무를 공개한 후에 자막도 변경했어요. 프로그램 초반엔 이름 옆에 ‘이혼 1년 차’ 등으로 표기했는데, 후반엔 ‘자녀 양육’ ‘자녀 비양육’ ‘자녀 없음’ 등으로 수정했어요. 그만큼 자녀 유무가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커플이 된 출연진이 동거하는 것은 <돌싱글즈>에서만 가능한 설정입니다. 주변에서 결혼 전에 동거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출연진 역시 쿨하게 받아들였어요.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은 저희 프로그램을 ‘얼렁뚱땅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하더라고요. 얼렁뚱땅 연애하고, 웨딩 촬영하고, 동거를 시킨다고요.(웃음) 그런데 저는 동거 에피소드를 촬영하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떻게 바뀌었나요? 사실 인생에서 꼭 결혼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여겼는데, 나와 함께 인생을 보낼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출연자들이 동거하면서 서로의 빈자리를 느끼고, 빈자리가 채워지면 행복해하더라고요. 동거하는 한 커플이 “이렇게 예쁘고 괜찮은 사람인데 왜 이혼했지? 상대방은 왜 상처를 줬을까?”라는 대화를 하는데,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과정이 결혼이라고 생각했어요.
<돌싱글즈> 시청자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이요. 엄마, 아빠, 자녀가 함께 있는 것만이 가족이 아니라 싱글 맘, 싱글 대디 역시 가족이라는 것이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박선혜 PD가 꼽은 심쿵 모먼트 3
1 성연·아영의 동거
신중한 스타일인 성연의 돌직구를 볼 수 있다. 관계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표현하지 않던 성연이 아영과 커플이 된 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성연이 직접 준비한 젠가 플레이 역시 ‘꿀잼’ 포인트다.
2 수진·준호의 육아
동갑내기 아들을 키우는 싱글 맘, 싱글 대디인 수진과 준호의 동거 라이프 역시 보는 재미가 있다. 수진의 아들 래윤을 돌보는 준호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수진의 모습에서 감정이 요동친다.
3 재열·효정의 티키타가
두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 커플 같은 동거 라이프를 보여준다. 다툼과 화해를 반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귀여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두 사람의 티키타카에 현실감이 100% 상승한다.